‘숨 막히는’ 공세에 속수무책

.<뉴시스>
전년 대비 기관지 염증, 눈병 호소 환자 급속 증가
환경협약 효과 미미… 경제적 유인정책 구축 필요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중국의 ‘잇단 공습’으로 대한민국이 연일 시끄럽다.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으로 산업계 전반이 긴장 태세이며, 북서풍을 타고 온 중국 발 미세먼지로 공기 지수는 ‘나쁨’이다.

특히 미세먼지는 기관지염, 눈병 등을 유발하며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이에 한중일 3국이 만나 미세먼지 관련 환경 협의를 맺는다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 “명동거리에서 중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말 눈에 띄게 줄었다. 개별 여행객들은 몇 무리 있어도 단체관광은 대부분 동남아·일본 사람들이다. 그조차도 인원이 많지 않다. 명동 일대 상권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서울 명동 일대 외식업 종사자 이모(남·32)씨)

#2. “꽃구경 인파가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평일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들, 학생들로 붐볐는데 주말에도 전년보다 사람이 적다. 공기가 좋지 않으니 외출 자체를 자제하는 것 같다. 누가 뿌연 하늘 밑에서 돗자리 펴고 앉아 꽃놀이하고 싶겠는가. 공기가 안 좋은데 꽃구경은 하고 싶으니 마스크를 쓰고 온 사람들도 많더라”-(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인근 편의점 직원 박모씨)

서울 중구 명동거리,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최근 중국 발 공습의 피해가 현저히 드러나고 있는 곳들이다. 명동 일대의 상인들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 울상이고, 여의도 윤중로 일대 상인들은 미세먼지로 꽃구경 인파가 줄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용자 수도 2만 5000명 줄어든다.

한은은 중국의 지난 2월 한국 여행 금지 등 관광 압박 조치가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30% 줄어들게 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 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민·관 압박으로 대중 수출이 2% 감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예상되는 국내 경제성장률은 2.6%로 사드 보복의 부정적 효과 -0.2%포인트가 반영됐다.

한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거나 반한 감정이 격화될 경우 서비스업 외에 일부 상품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경제성장 0.2% 떨어져

엎친 데 덮친 격, 국민들은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로 골병을 앓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직경 10㎛ 이하의 물질을 말한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또는 공장, 자동차 매연 등의 배출가스에서 나온다.

미세먼지는 ‘100% 중국에서 온 것’이라 보긴 힘들지만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동부 연안 지역 산업화가 가속화되며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만들어졌다. 이 오염물질들이 북서풍을 타고 국내 상공으로 날아와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함께 혼합·축적돼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고 있다.

2013년 한중일의 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00년대 이후부터 10년간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 오염물질의 30~50%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려졌다.

특히 올해 공기 중 미세먼지 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미세먼지 농도 ‘나쁨’ 발생 일수는 최근 2년 내 최다로 집계됐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14일로 2015년의 5일과 2016년의 2일에 비해 무려 9∼12일 정도 증가했다.

미세먼지는 세계 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담배 연기만큼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전 국민이 매연, 담배연기가 자욱한 공간에서 무려 보름 가까이를 보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관지염, 결막염, 아토피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순환기 호흡 내과, 안과 등의 진료환자는 한 달 새 20~30% 증가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목이 아프고 입이 텁텁하며 잔기침이 잦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눈이 뻑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었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사망자가 4.4% 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호흡기 질환 입원 환자가 11%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WHO 지정 1급 발암 물질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중·일이 모여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26일 한·중·일이 환경부 국장급 회의를 인천에서 열고 환경 현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3국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열린 제4차 한·중·일 대기오염 정책대화 결과를 공유하고 대기질 공동조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3국은 오는 8월 ‘제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열고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를 선언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합의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앞서 정부가 중국측에 미세먼지 답변을 요구했을 때도 중국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번에도 말뿐인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좀 더 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시원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환경협약 등으로는 신속한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중·일을 연계한 미세 먼지 총량 제한 배출권 거래제’ 등을 제안했다.

국가별 미세 먼지 배출 총량을 정하고 그 총량을 거래하는 시장을 통해 민관이 스스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도록 하자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의 각 주(州) 간 이 제도를 실시했고, 당시 공기 중 오염물질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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