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대형마트 업계에서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이마트가 최근 수익성 하락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울산 학성점을 폐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업계는 이마트가 10여개의 적자 매장을 줄줄이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선 한때 국내 유통업계를 주름잡던 대형 할인점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성장과 1인가구 증가까지 겹쳐진 결과다. 이마트의 구조조정이 유통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마트는 최근 울산 학성점을 폐점하기로 했다. 적자 상황에 놓인 해당 점포를 개선할 방법이 없어서다. 이마트는 해당 용지에 기업형 입대주택을 건립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학성점 매각 결정을 이마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적자에 빠진 점포가 10여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마트가 올해 안에 구조조정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조조정 대상 점포는 부동산 매각이나 다른 유통 포맷으로의 전환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마트의 구조조정이 유통업계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구조조정이 곧 현실화된다면 업계의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대형마트 위주로 형성된 유통산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율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뤄왔다.
 
이번 학성점 폐점은 사실상 이마트의 첫 매장 축소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마트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폐점한 건 지난 2012년 안산점이 처음인데, 안산점은 규모가 작은 임대매장이었다. 직접 토지까지 소유한 매장을 폐점시키는 것은 이번 학성점이 처음인 셈이다.
 
이마트는 1993년 서울 창동에 첫 점포를 내고 매년 점포를 늘려가며 규모 확장을 추진해왔다. 국내 147개의 매장을 보유했던 이마트는 이번 폐점 결정으로 매장이 146개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이나 가계가 어려울수록 호황을 맞았던 곳이 대형마트”라면서 “이 분야 1위인 이마트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건 기존 유통망으로는 시장에 뒤떨어지기만 할 뿐임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두드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동종업체와의 가격경쟁 격화에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의무휴업 등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도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내수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1인가구의 증가로 소비자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이에 이마트 측은 올해 신규 출점은 하지 않고 트레이더스 등 다른 형태 매장의 출점을 통해 성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 3월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7.5% 증가한 1조108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신장은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의 역할이 컸다. 오프라인 기준 할인점 기존점 신장률은 -0.3%였지만, 트레이더스가 전년대비 15% 성장하며 총 오프라인 기존점 신장률 1.1%를 달성했다.
 
유통업계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대형매장 출점보다는 소규모 전문점, 지역상권 타깃 등의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최근 1인가구 증가로 편의점 시장이 활황인 것과 맞물려 유통업계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편의점은 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조4000억 원으로 전년(17조2000억 원)보다 18.6% 증가했다. 2011년 10조 원을 넘은 후 5년 만에 20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편의점 수도 3만1611개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3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의 2만8994개보다 12.5%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국내 편의점 시장이 2030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대형마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마트의 점포 축소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3년 1~2개 점포를 꾸준히 신설해온 홈플러스도 올해 구체적 출점 계획이 없는 상태다. 롯데마트만 올해 2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자체브랜드(PB) 매장인 ‘노브랜드’ 확대에 나섰다. 가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한 노브랜드는 현재 전국에 총 22개로, 이달 안에 7개점을 더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미니백화점 ‘엘큐브’를 론칭했다. 백화점 성장세가 주춤하고 젊은 층이 백화점을 잘 찾지 않자 상권별로 타깃층을 구분, 매장 콘셉트를 차별화한 미니백화점을 선보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구점에 숍인숍 형태로 패션 전문점 ‘언더라이즈’를 론칭했다. 백화점·아울렛 일변도에서 벗어나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이태원·가로수길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상권에 로드숍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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