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압수수색·참고인 소환조사 등 모두 보이기식 수사였나

<사진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하지만 몸통 격인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두 번에 걸친 영장청구가 기각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황제 수사다’ ‘면죄부 수사다’ ‘부실 수사다’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당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들었던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와 신병 처리에 신중하게 접근한 것처럼 보였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예상된 결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수감까지 시킨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실 수사’ ‘황제 수사’ 논란 이기나 했더니···시민, 정계 분노
검찰 스스로 ‘개혁의 기회’ 걷어차, 검찰 개혁 논란 재점화


지난해 11월 3일 최순실 씨가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검찰은 같은 달 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부분의 핵심 인물들은 사법처리를 피하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검찰의 손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9월 29일.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면서부터다.

이후 지난해 10월 5일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고 같은 달인 11일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도 모자라 고발장이 접수된 지 10여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더딘 수사는 지난해 10월 31일 최 씨가 독일에서 귀국해 자진 출석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결국 최 씨는 조사 도중 긴급 체포됐고 11월 3일 전격 구속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는 지난해 11월 6일 진행됐다. 당시 검찰은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우 전 수석을 조사한 뒤 조사내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당시 조사를 받던 우 전 수석의 사진을 보도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일명 ‘팔짱 낀 우병우’ 사진은 검찰과 우 전 수석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청문회 과정서 우 전 수석이 당시 상황에 대해 “휴식 시간 때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수사권 넘긴 특검
“구속 영장 나올 것”

 
검찰은 지난해 12월 1일 특검팀에 수사를 넘기기 전까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핵심 인물들을 구속하며 수사에 열을 올렸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검팀은 2달 동안의 수사기간 동안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 5명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3명을 구속하고 13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종료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들은 검찰에게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와 신병 처리를 넘겼다. 당시 특검팀은 언론에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발부될 것)”이라며 “검찰에서 아마 수사를 잘 할 거다.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박 특검은 “세월호 수사 압력 같은 것은 솔직히 인정되는 것”, “청와대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우 전 수석이 어떻게 권리 남용을 했는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우 전 수석에 대한 범죄 혐의와 구속을 확신했었다.
 
자신감 비친 검찰
결과는 구속영장 기각

 
수사권을 넘겨받은 검찰은 여론의 비난과 진흙탕 싸움 끝에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 임의 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세월호 수사 압력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광주지검장으로 수사팀을 이끌었던 변찬우 변호사와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었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50여명을 불렀고 추가 혐의도 새롭게 포착됐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발부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12일 기각됐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은 구속을 면했다. 특검에 이어 두 번에 걸쳐 영장심사를 받았지만 법원이 모두 우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수뇌부들과의 부적절한 통화, 청와대 특별감찰반 독직폭행 등 큰 의혹에 시달렸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려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측은 지난 12일 “수사가 부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희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항간에 떠도는 검찰 내부 우병우 키드설, 검찰 고위급 연루설 등의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화난 정치권 인사들
“검찰의 무능을 보여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정치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검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2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선대위회의에서 “법원의 결정에 대해 국민들은 큰 벽을 느꼈을 것”이라며 “자기 식구를 위한 면죄부형 영장청구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를 ‘검찰 농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겨냥해 “행여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검찰은 구속이 확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과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지 않나 걱정됐다”며 “검찰의 무능을 보여준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등 검찰 개혁 필요성을 느낀다”고 검찰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죄를 묻고자 하는 의지가 있긴 하냐는 것”이라고 검찰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밖에 정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부실 수사를 했다며 ‘우병우 특검’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 됐다. 대권 후보들조차도 검찰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검찰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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