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대로 안보 장사하지 말라”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11일 각 당 대선 후보에게 ‘긴급안보 비상회의’를 공개 제안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성명을 통해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불안한 안보관’을 지적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놀라운 변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 후보의 변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엉터리 안보관 가진 후보들 국민들에게 알려야”
“눈·귀 현혹하는 후보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


지난 12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월 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한 ‘5+5 긴급 안보 비상회의’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과거 군사정권들이 하던 북풍을 이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한다. 금석지감(옛날과 현재가 달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급작스런 안보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대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안보 행보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 한 뒤 전방의 군대를 찾는 것은 후보들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대선에 있어 안보 문제는 국민들의 표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안보 문제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보수 후보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 안보 아이템을 올해는 진보·중도 세력이 내세우고 있다. 지지율 1~2위를 진보·중도 성향의 후보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안보 아이템까지 선점당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진정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변신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모든 것 걸고
한반도 전쟁 막겠다”

 
여러 대선 후보 중 문재인 후보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문 후보는 긴급안보 비상회의 제안 전날인 10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안보 의지를 피력했다.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문재인은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중국이 가장 믿을 만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집권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서 안보 위기를 돌파하고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문제 해결은 우리가 주도하고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이를 도와주는 식이 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나라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므로 동맹국인 미국, 중요한 이웃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협력해 풀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한반도 안보 위기를 풀기 위해 관련국을 직접 방문해 긴밀하고 강도 높은 외교 노력을 펼치겠다”고도 설명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문 후보는 “도발하는 즉시 북한은 국가적 존립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비핵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미국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후보는 “양국은 철통같은 안보동맹 관계”라며 “한국의 동의 없는 어떠한 선제타격도 있어선 안 된다. 특히 군 통수권자 부재 상황에서 그 어떠한 독자적 행동도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정당들
“대권에 눈 멀었다”

 
문재인 후보의 안보 행보에 자유한국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1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는 사드 및 전술핵무기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라"며 “핵심 안보 이슈인 북핵과 사드 배치, 그리고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만이 국민들이 문 후보의 최근 안보 행보를 안보 코스프레가 아니라고 국민들이 믿게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도 문 후보의 안보관을 비판하기는 마판가지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3일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문 후보가 5+5 안보회의체를 제안했는데 어이가 없다”며 “그것은 이미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했던 것인데 그때는 아무말 없다가 지금 뒷북을 치는 것은 무슨 의도냐”고 반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 후보는 또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올라오니까 마지못해 ‘사드, 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라며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권에 눈이 멀어 국민을 상대로 안보 장사, 안보 노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중앙선대위원장은 “문재인 후보 등 일부 대선 후보는 안보를 중시하면서 사드 배치를 분명히 반대한 바 있다”며 “여기에 대해 국민들이 지적을 하자 뒤늦게 찬성으로 돌아서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다. 이런 엉터리 안보관을 가진 후보들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촛불 민심이 거셀 때는 사드 반대를 외치다가 중도 보수표를 공략하기 위해 사탕발림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후보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사드 배치
당과 엇박자

 
변화무쌍한 안보관을 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은 문재인 후보만이 아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오락가락 하는 안보관으로 보수 정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입장 변화, 당과 후보 간 이견에 대한 비판이 가장 크다.

안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후보와 당의 사드 배치 관련 입장이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제 생각대로 설득하고 당과 한 방향으로 가겠다”라고 당론 변경을 공언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가 당론이지만, 안 후보는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안 후보는 지난해 7월 자신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한 데 대해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외교적 상황이 바뀌는데 입장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한미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에 관해) 공동발표를 했다. 그 시기를 전후해 합의가 확실하게 공동발표를 통해 (이행이) 된 것이고 그러면 다음 정부는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안 후보의 발언은 결국 중도 내지는 보수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당론 변경을 공언했지만 아직도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 당론을 바꾸지 않고 있다. 당의 사드 반대 당론을 바꾸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표를 의식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철수 포퓰리즘
국민들께 사과해야“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안보 포퓰리즘, 국민들께 사과해야’라는 제목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안보 문제가 엄중한 상황에 이르자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배치 등에 대한 기존 반대 입장을 뒤집으며 우클릭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그들의 사드 관련 발언이 일시적인 눈속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과 한 달 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계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사드 즉각 철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비판하며 “더 문제되는 것은 엄중한 안보 현안에 대해 정권욕에 사로잡혀 사드 철회를 외치며 안보를 등한시한 그들의 과거”라고 작심 비판했다.

또 정 대변인은 “국가 안보에는 관심도 없던 문-안 두 후보가 이제 와서 안보 행보를 하는 것에 속을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며 “상황에 따라 중요한 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두 후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정치공학적 계산만 가득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같은날 자유한국당 정우택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의원총회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문철수’(문재인+안철수)라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여러 의미가 부여되겠지만 변화되는 상황을 볼 때, 강력한 안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되지 않을까”라며 “문재인, 안철수가 한 뿌리다 보니 ‘문철수’도 말이 되는 것 같다. (이들의) 불안한 안보관을 같이 결의하는 (의원총회) 자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불안한 좌파 후보, 애매모호한 말로 일관하고 있는 아류 좌파 후보, 튼튼한 안보를 강력한 우파 후보의 대결로 보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과 자유민주주의 균열 파괴하는 세력과의 전쟁이다. 범우파 세력이 총집결해 뛰어 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했던 안철수와 문재인이 보수 지지를 얻기 위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국민의당은 (사드에 대해) 후보와 당론이 따로 간다. 따로 정당이라는 표현까지, 콩가루 정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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