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한 스드메 비용…“가격 = 질 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결혼식장 예약부터 신혼여행은 물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청첩장 시안까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다 신접살림을 위한 침구와 가구, 가전제품, 하다못해 작은 찻잔까지 부부가 함께 골라야 한다. 각종 웨딩페어와 웨딩업체들을 돌아보는 등 발품을 팔아 가성비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예비부부들도 있지만 바쁜 일상으로 결혼준비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예비부부들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계약 해지 거절, 과도한 위약금 부과, 바가지 요금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예식장 업체의 횡포도 극심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윤미정(30·여)씨는 복잡한 결혼준비 때문에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여행사에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가 낭패를 봤다. 신혼여행인데 필요치 않은 쇼핑 관광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해 “일부 쇼핑 코스에 참가하지 않고 두 사람이 개인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하자, 여행사 소속 가이드가 300달러의 벌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초 여행을 계약할 때만 해도 ‘노팁’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황당해 하며 항의하자, 가이드는 “쇼핑센터에 약속된 숫자만큼 손님들을 데려가지 않으면 우리도 남는 게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예비 신부 홍지선(28)씨는 최근 잘못된 웨딩드레스 계약으로 상심했다. 이 씨는 야외 촬영을 위해 드레스 3벌 대여 계약을 맺었는데 하필 촬영 당일 비가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촬영 날짜를 미뤘는데, 드레스 업체 측은 이미 지급한 비용은 환불이 안 되고 새로 돈을 내야 추가 대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이 씨는 천재지변으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추가 비용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따졌지만 대여 업체는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이 씨는 업체를 바꿔 다시 계약을 맺어야 했다.
 
#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박세훈(35)씨는 이달 초 웨딩 촬영을 마친 후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액자와 앨범 등을 지급받고 약속했던 돈을 지불하려는데, 촬영 파일 원본이 담긴 CD를 받으려면 추가로 3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자신이 돈을 내고 찍은 것이고 파일 전달에 드는 비용은 공CD 가격 밖에 없는데 30만 원을 내라는 얘기에 박 씨는 황당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스튜디오 측은 계약서 한 귀퉁이에 있는 ‘저작권은 스튜디오에 있다’는 조항을 보여줬다. 박 씨는 화가 치밀었지만 경사를 앞두고 싸움을 벌일 수도 없어 30만 원을 지불하고 사진 파일을 구매했다.
 
결혼의 계절 5월이 다가오면서 웨딩 업체들의 각종 횡포에 대한 예비부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들쑥날쑥한 ‘스드메’ 비용뿐 아니라 웨딩드레스 대여 등 기본적인 서비스 외에도 웨딩 상담, 웨딩홀 예약 등 부가 서비스까지 더해진 패키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예비부부들을 울리고 있다.

결혼시즌만 되면 결혼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피해를 입은 예비 부부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네이버의 결혼정보관련 카페에서 한 예비신부는 웨딩사진을 촬영한 후 사진을 고르려고 할 때 사진 촬영업체가 “추가 비용을 내야만 사진을 보여준다”고 말해 기분이 상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 예비신부는 “사진을 고르느라 돈을 추가로 냈더니, 결혼식장에 전시할 사진액자도 사라고 했다”며 “처음부터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했으면 사진 찍기 전에 다른 업체로 옮겼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결혼준비 대행서비스업체 메리앤웨딩 신성 대표는 “결혼준비 대행서비스업체가 돈을 받고 밀어주는 업체와 예비부부들이 거의 계약하게 되므로 업체가 결혼준비 대행서비스업체에 준 돈만큼 예비부부들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는 형국이라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가격이 높으면 질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미 계약이 끝난 후에는 서비스를 소홀하게 하거나 추가금액을 자꾸 붙이는 등 횡포가 심한 업체들이 상당히 많으므로 올바른 결혼준비 대행서비스업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약 시 요목조목 따져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웨딩 업체 횡포 제재
쉽지 않아

 
하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상대로 한 횡포에 대한 제재는 쉽지 않다. 피해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 이미 허위 과장광고와 끼워팔기 등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필수코스라 할 만큼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비부부들에 대한 예식업체의 횡포 또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김현석(28·남)씨는 강남의 한 예식장을 예약하면서 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3개월 뒤 파혼을 맞으면서 신혼의 단꿈은 물거품이 됐다. 예식 예정일까지는 석 달 이상 남은 터라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예식장 업체는 거부했다.

현행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예식 예정일 90일 전까지 계약 해제를 통보하는 경우 계약금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데 업체는 막무가내였다.

이렇듯 예식장 예약을 취소할 때 계약금 환급은커녕 과다한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 현황은, 2014년 161건에서 2015년 144건, 지난해 151건으로 해마다 1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결혼기피와 결혼시즌인 계절요인을 조합할 경우 매년 높은 건수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예식장 횡포’에 집중한다던 공정당국의 경고에도 소비자들의 피해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에게만 유리하다’며 분쟁해결기준을 탓하던 예식업체들과 소비자단체까지 나서 현실적인 기준을 세웠지만, 현장 횡포는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위약금 분쟁에 기준을 세우는 등 예식장 환불규정(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다듬질한 바 있다.

해당 기준은 ▲예식 3개월 전부터 한 달 전까지 취소하면 총비용의 10% ▲29일 전부터 10일 전까지 취소하면 총비용의 30% ▲예식 9일 전부터 1일 전에 취소하면 40% ▲예식 당일 취소하면 총비용의 90%를 위약금으로 지불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예식일로부터 ‘2개월 이전’에 계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 수 없도록 한 과거의 기준보다 사업자의 입장을 반영한 조치였다. 과거 위약금 기준이 소비자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사업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2개월 남기고 취소할 경우, 이를 대체할 예식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예식일 2개월 전에 예약하는 소비자가 없는 현실에서 과거 위약금 기준은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공정위는 사업자들과 소비자 단체들, 양 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등 ‘90일 동의’로 균형을 맞췄다.

분쟁해결기준이 완화되자 매년 예식장 횡포를 저질러온 사업자들이 자진 개선을 약속해왔으나 그렇다고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실제 현장에선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과다한 위약금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이 밖에 사진촬영 및 앨범 제작 등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불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식대 등 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박현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팀 팀장은 “계약서에 기재된 환급 관련 조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박 팀장은 “계약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나 제공방법을 숙지한 후 발생할 수 있는 다툼에 대비해야 한다”며 “소비자와 서비스제공자 간 다툼이 발생한 후 이것을 나중에 조정하기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환급이 안 된다’와 같이 소비자에게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 계약서에 포함됐다면 일단 피하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대금 현금 지불 피할 것
 
한편 결혼준비에 바쁜 예비부부들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웨딩박람회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박람회에서 즉석 계약한 후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하던 주현정(28·여)씨는 최근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주 씨는 웨딩박람회를 통해 결혼을 위한 의상과 촬영 등의 대행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웨딩박람회 기간에 계약을 하면 할인해 준다는 업체의 말에 솔깃해서였다.

즉시 총 대금 200만 원 중 일부인 50만 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계약한 업체의 가격이 별로 저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마음이 바뀐 주 씨는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했지만 업체 측은 황당한 답변만 내놨다. 대행업체 측은 “계약서에 ‘계약금 환급불가’조항이 있어 계약금의 절반인 25만 원만 환급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 씨는 “계약 시점이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행 규정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예식일을 3개월 이상 남겨두고 소비자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계약금을 환급토록 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자가 자체 약관에 명시한 ‘계약금 환급 불가’ 조항을 이유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실은 예비신부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만 보더라도 여실히 드러난다. 웨딩업체 관련 피해 사건이나 불만의 글이 매일 5-6개나 올라올 정도다.

웨딩업체들이 질이 낮은 서비스로 결혼식을 망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해약하려 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물리거나 아예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발뺌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처럼 웨딩박람회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웨딩 피해가 속출하자 소비자보호원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소비자보호원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서비스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을 피할 것’, ‘절대 일시불로 지불하지 말 것’, ‘현금영수증 발행 및 카드결제 가능 유무를 체크할 것’, ‘서비스를 받을 회사의 법인 유무를 체크하고 검증된 업체임을 확인할 것’, ‘사인하기 전에 항상 계약서를 철저하게 살필 것’ 등을 조언했다. 또 최근 1년 안에 문을 닫는 신생컨설팅 업체가 많기 때문에 5년 이상 경영이 지속됐는지, 법인체인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와의 분쟁 발생 시 중간에서 리스크 해결이 가능한 큰 회사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되며, 동행서비스가 있는 컨설팅사일수록 업체 리스크가 적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웨딩 업계 한 관계자는 “가해자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며 법인이 따로 없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이러한 피해 행각 근절을 위해 결혼을 앞둔 커플들의 자발적인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나치게 저렴한 금액으로 현금 지불을 제안한다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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