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떴다 ‘훅’ 내려가는 ‘롤러코스터’ 사나이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의의 고발자’냐 ‘타락의 공모자’냐.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받는 고영태(41)씨가 지난 12일 전격 체포됐다. 고 씨는 ‘세관장 인사 개입’으로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 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도주 우려를 이유로 고 씨를 체포했다. 한때 이슈의 중심에 있던 고 씨가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고 씨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푸는 도화선 역할을 해 ‘정의의 사도’, ‘영웅’이란 세간의 평을 받던 인물이다. 하지만 ‘고영태 녹취파일’이나 최 씨와의 불륜관계설 등으로 한쪽에서는 ‘불순한 공모자’라는 비난도 받았다. 일요서울은 냉온탕을 넘나드는 고 씨를 재조명했다.
 
검찰은 고 씨가 2015년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세관장 인사와 관련해 2000만 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사무관이 자신과 가까운 김모씨의 인천본부세관장 승진을 청탁하고, 고 씨가 최순실 씨를 통해 이를 성사시켰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러한 정황은 이른바 ‘고영태 녹취파일’에도 일부 나타나 있다.
 
고 씨는 주식투자 관련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고 씨는 지인에게 주식 정보가 많아 돈을 많이 벌었다며 8000만 원을 투자받고 갚지 않아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5년 말 2억 원을 투자해 불법 인터넷 경마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씨 체포
‘잘했다’ vs ‘의문’

 
고 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고 씨가 국정농단 사태를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며 검찰의 체포를 비판했다. 특히 검찰의 체포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간 고 씨가 검찰·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변호인을 선임해 출석 의사를 조율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긴급체포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 기각 사건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고 씨와) 연락이 안 돼 법원에서 체포영장 발부받았고 변호인은 선임계를 안 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고 씨의 체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고 씨가 국정농단의 한 축을 담당한 공범이며 영웅 추대를 받을 인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서석구 변호사도 “고영태 녹취파일에 고영태의 재단 장악과 재단 탈취 모의를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거듭 밝히며 “내부 고발자로 보호해 온 검찰도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국정 농단에 ‘방아쇠’ 제공
‘영웅 대접’ 받아

 
고 씨는 탄핵 정국에서 찬반 양측 모두에 ‘핫’한 인물이었다. 그는 최 씨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K스포츠재단의 자회사 더블루K 이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최 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에는 국정농단 의혹을 언론에 폭로해 이슈의 중심에 섰다. 관계가 악화된 계기에 대해 고 씨는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씨는 최 씨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언론을 찾아가 최 씨 문제를 제보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순방일정이나 차은택 씨의 기업 자료, CCTV 파일 등 여러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씨는 “최 씨가 가장 즐겨하는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고 폭로해 ‘연설문 의혹’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JTBC의 태블릿PC 보도와 맞물리면서 ‘최순실 국정 농단’ 진실 규명을 촉발시켰다. 고 씨는 또 ‘최 씨가 청와대 비서관들을 수족처럼 부렸다’, ‘김종(56·문체부 2차관·구속기소)은 그냥 최 씨 수행비서다’ 등등 최측근만이 가능한 증언들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결정타를 날린 영웅 대접을 받았다.
 
최 씨 등에 업고
‘한 몫’ 챙긴 의혹

 
반면 최 씨 측은 재판에서 고 씨 등이 자신들의 이권 사업을 꾸미거나 미르·K스포츠재단 장악과 돈을 요구하면서 관계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 씨가 최 씨의 영향력을 발판삼아 자신의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고영태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또 고 씨는 최 씨와의 불륜설도 끊임없이 제기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고 씨는 과거 강남 유명 호스트바 출신으로 일하다 최 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의 가방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최 씨는 최근 형사재판에서 자신이 준 전세보증금 등을 지원받아 고 씨가 생활했고 그를 위해 더블루K를 차려 일하도록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고 씨의 각종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사실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고 씨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고 씨는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제껏 단 한 번도 나 자신이 의인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 어떤 의원님이 저를 의인이라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부담스럽고 민망했다”고 했다. 최 씨와의 내연관계에 대해 그는 “실제 그렇다면 잘 나갔어야지, 왜 한몫 제대로 못 챙겼을까 거꾸로 내가 묻고 싶다”며 “제가 의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레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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