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劉·沈 지지율 따라 울고 웃는 시소게임

<사진공동취재단>
결국 文의 ‘확장성’ VS 安의 ‘결집성’ 한계 극복해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5·9 장미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선두 싸움이 치열하다. 문 후보의 ‘대세론’이 주춤하는 사이 안 후보의 ‘대체론’이 급부상하면서 팽팽한 1위 다툼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대선과 달리 사실상 야당 후보 간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다. 보수 정권 9년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보수 대표 주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범보수 후보들의 지지부진 속에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이 안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문-안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 같은 구도 속 두 후보는 유의미한 지지율 5%를 더 벌리기 위해 네거티브 공방도 불사하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것은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이 ‘성향이 다른’ 나머지 후보들의 선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홍’이 뜨면 ‘문’도 뜨고, ‘심’이 뜨면 ‘안’도 뜨는 식이다. 일요서울은 이 같은 대선 ‘복합방정식’의 관전 포인트를 들여다봤다.
 
우선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된 JTBC-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가 38.3%로 1위, 문 후보가 38%로 2위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된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는 문 후보가 42.3%로 1위, 안 후보가 37%로 2위로 조사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53.%로 나타났으며, 문 후보는 전주보다 1.5% 상승, 안 후보는 6.1%로 급상승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조사여론심의 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조사에서도 조사기관의 방식, 기법 등에 따라 1,2위가 달리 나오는 등 두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 ‘구도’ 싸움은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재 구도는 5자 대결 속 양강 구도다. 더 크게는 문 후보를 반대하는 반문세력 지지가 안 후보에 몰리는 만큼 ‘문이냐 아니냐’의 구도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단일화’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선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대선 이후 보수의 ‘생존’을 생각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상태고, 정의당도 이번만큼은 완주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당도 ‘자강론’을 강조하는 가운데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연대 없이 ‘고대’로 간다는 분위기다. 이번 대선은 양강 후보와 한국당 홍준표, 바른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5자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안 후보 측에서는 자신들의 지지율을 공고히 하면서 나머지 후보들 및 중도층 지지율을 얼마나 가져오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 후보는 범보수 후보인 홍 후보와 유 후보가 두각을 나타낼 경우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편, 두 범보수 후보의 존재 자체도 문 후보에게는 이득이 된다. 
 
홍·유 ↓ 안 ↑
문 ↓ 심 ‘캐스팅 보트’

 
반면 두 명의 범보수 후보가 현 상황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지지자들은 이들 지지가 ‘사표’라고 생각해 안 후보에게 확 몰릴 수 있다. 이처럼 문 후보가 상대적 열세에 놓이다 벼랑 끝까지 오면 결국 심 후보에 손을 내미는 ‘진보 단일화’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3~5%의 지지율을 보이는 심 후보가 대선 승패를 가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이 심 후보에게 장관직을 제안하는 ‘빅딜’이 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 지속적으로 지지율 열세를 보일 경우 심 후보의 몸값이 올라가게 되고 이후 노동부 장관 빅딜이 오가며 단일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심 후보의 완주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이다. 그간 대선에서 강력한 보수 단일후보의 존재 탓에 진보 세력이 야권단일화 흐름에 희생돼 온 만큼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정의당 측 입장이다. 문 후보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심 후보가 완주를 선언한 상황에서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은 상대 후보와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범보수 세력이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4.12 재보선에서 한국당은 TK를 싹쓸이하는 등 전체 선거의 절반에 가까운 당선자를 배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통보수 세력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으나 ‘조정기’를 거치면서 이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안희정vs안철수’ 필요
안, ‘선택과 집중’해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이들 주변 후보들의 역학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층 구성이 문 후보를 반대하는 ‘반문’ 성격이 강한 만큼 ‘문이냐 아니냐’라는 구도 속에서 향후 판세는 결국 ‘문 후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번 대선은 문 후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즉, 문 후보는 독립변수이고 안 후보는 그 결과에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라며 “결국 이번 대선은 문 후보 하기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이어 앞으로의 문-안 양강 판세의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문 후보의 ‘넓히기 속도’와 안 후보의 ‘다지기 강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문 후보에 대해 “문 후보가 이번 선거를 ‘정권교체vs정권연장’ 구도로 규정했는데 이는 선거의 기본정석에 충실한 옳은 전략”이라면서도 “다만 선거가 여·야·중도 삼자구도가 아닌 양자 구도가 돼 야당 40%만으로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촛불 대 적폐의 기본 구도에만 너무 충실하면 보수가 숨 쉴 곳이 없는 만큼 안보와 연정으로 중도보수에 호감이 높은 안희정 지사의 (상징적)역할을 높여야 한다”며 “문재인 대 안철수 싸움이 아니라 안희정 대 안철수의 싸움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안 후보 지지는) 안이 잘해서라기보다 경쟁을 통해 나은 대선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거나 문이 싫어서 모인 지지자가 상당수”라며 “이 같은 반문의 명분은 문이 변화할 경우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에서 진보든 보수든 누구를 대표해야 지지층이 단단해지고 투표장으로 간다”며 “넓어보이도록 유지하되 이제는 담아야 한다. 다 먹으려면 아무것도 못 먹을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는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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