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4월4일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그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안 후보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베꼈다며 면박을 주었다. 맞는 말이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 치열하던 1863년 11월19일 펜실베이니어 주(州) 게티스버그 국립묘지에서 전몰장병 추도사를 했다. 그는 전몰장병의 영웅적 희생으로 “새로운 자유가 탄생”했고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우리나라 중등학생도 줄줄이 외우는 명구이다. 
안철수 후보가 링컨의 연설을 베낀 것은 틀림없지만 옮긴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링컨은 첫머리에서 “국민의”라고 시작했는데 안 후보는 “국민에 의한”으로 했고 “국민의” 대목을 맨 뒤로 나열했다. 링컨 연설을 베끼기는 했어도 제대로 순서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정치인들은 안 후보처럼 과거 영웅들이 남긴 불후의 명연설을 베끼거나 전문가를 시켜 연설문을 대신 집필케 하기도 한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1년 취임 연설도 오래 기억되는 취임사들 중 하나다. 그는 “이제 횃불은 젊은 세대에 넘어왔다. 국민 여러분,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는지 자문해 보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신선하고도 폭발적인 인기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멋진 취임 연설이 전적으로 자신의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추적에 따르면, 케네디의 취임사 문구는 그가 학창 시절 교장선생님한테 늘 듣던 구절이었다고 한다. 케네디의 교장선생님은 자주 “학교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당신이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되풀이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출판한 단행본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 김대중의 1969년 경희대 석사학위 논문 ‘대중경제의 한국적 전개를 위한 연구’, 1969년 김대중의 월간 신동아 기고문 ‘대중경제론을 주장한다’ 논문 등은 모두 진보적 경제학자였던 박현채 조선대 교수가 대신 써 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박현채 교수 대필은 2006년 김영일 성균관대 정치학 교수의 논문을 통해 적시되었다. 
링컨과 같이 위대한 정치가는 위대한 연설을 남긴다. 20세기의 위대한 정치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1940년 10월 연설도 그렇다. 당시 영국인들은 독일 나치의 런던 공습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처칠 총리는 하원에서 행한 취임연설에서 “내가 조국을 위해 바칠 것은 오직 피, 노역, 눈물, 땀” 뿐이라며 나치를 상대로 “바다에서, 육지에서, 공중에서 신이 주신 힘으로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승리, 모든 희생을 감수한 승리...아무리 험하고 어렵더라도 절대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처칠의 취임 연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있었던 영국인들에게 승리의 자신감과 전의를 북돋아주어 승리로 이끌어냈다. 
이처럼 위대한 정치가들은 자신이 국민들 앞에 행한 연설을 모두 행동으로 옮겼다. 링컨은 63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남북전쟁 속에서도 게티스버그 연설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위해 매진했다. 처칠도 연설대로 절망에 사로잡혔던 영국인들을 “승리, 모든 희생을 감수한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도 비록 남의 나라 연설문을 베끼더라도 그 내용이 훌륭하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집권 세력만의 정부, 특정 정파만에 의한 정부, 대통령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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