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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4차전에서 4-0으로 대승으로 거두며 조 1위로 2018여자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특히 한국이 속한 B조는 단 한 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혈투가 예고됐다. 더욱이 조 추첨에서 한국은 강호 북한과 한 조를 이루며 폐색이 짙었다.

하지만 윤덕여 감독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반전극을 이끌어 냈다. 낯선 땅 평양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한국은 여러 위압감에도 흔들림 없이 5일 첫날 인도를 상대로 10:0 승리를 거뒀고 7일에는 홈팀 북한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루며 상승 곡선을 이어 갔다.

특히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를 기록하며 한국(17위)보다 객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상대 전적에서도 역대 전적 1승2무14패로 누구도 한국의 분전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윤덕여호는 9일 홍콩을 상대로 6:0, 11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0으로 우승 챙기며 득실차에서 조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더욱이 한국대표팀이 경기를 치른 곳은 5만 여 북한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 세계가 주목했다.

윤덕여 호의 승리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가장 먼저 윤 감독 주도의 철저한 준비와 맞춤 전술을 꼽는다.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을 사상 첫 16강으로 이끈 윤 감독은 지난해 2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자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중장기 전략에 돌입했다.

이에 윤 감독은 2019년 월드컵을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해 차근차근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2018여자아시안컵 예선 조 추첨 직후 자신의 소신을 뒤집었다. 2019프랑스여자월드컵 진출의 교두보가 될 아시안컵 본선진출을 위해, 특히 일방적 분위기의 남북대결을 직감하며 과감히 김정미, 지소연, 조소현 심서연 등 베테랑을 재호출했다.

결국 윤 감독의 판단은 북한전에서 적중했다 베테랑들은 전혀 기죽지 않고 기량을 발휘한 것. 또 윤 감독의 다득점 전략은 약체 팀을 상대로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득실차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윤 감독의 ‘아빠 리더십’은 주목을 받으며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12년부터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 감독은 ‘선수 탓’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는 “실수한 부분은 선수들이 더 잘 안다. 질책하기보다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질책이 아닌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2015년 캐나다월드컵 당시 전가울은 “윤 감독님은 마음을 이끄는 분”이라며 치켜세울 정도로 끈끈한 신뢰를 드러냈다.

여기에 윤덕여호의 투혼 역시 상승세를 이끄는 한 축으로 평가된다. 큰 대회에 나가야만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여자축구의 한계가 이들의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평양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김호곤 대한축구 협회 부회장은 “경기가 중계됐다면 많은 국민들이 여자축구의 가치를 알고 사랑해줬을 것이다. 실력과 기술도 훌륭했지만 정신력이 대단했단. 가슴 찡한 경기였다”고 정의를 내렸다.

한편 이 같은 윤덕여호의 호투에 축구계와 축구팬들은 슈틸리케 호를 바라보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자축구대표팀은 여자 축구에 대해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좀처럼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유임결정을 받으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약소 팀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쉬움만 남기고 있다. 더욱이 여전히 부재중인 슈틸리케 감독의 전략과 경기를 마칠 때 마다 발생하는 선수들과의 불신만으로도 이미 남자축구의 문제점은 극명해진다.

김 부회장은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지켜보며 “여자 선수들의 투혼을 남자 선수들도 배웠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남길 정도로 아쉬워했다. 결국 윤덕여 호가 보여주고 있는 준비된 기적이 슈틸리케 호에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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