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경찰, 단일 사건으로 최대 인원·현상금 내걸어
신씨, 도망자 신분 감추기 위해 ‘천사 행세’ 하기도

 
‘희대의 탈옥수’ ‘흉악한 잡범’ 신창원(申昌源)을 잡기 위해 당시 경찰은 건국 이래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의 인원과 현상금을 내거는 등 검거 작전을 펴면서 각종 ‘신기록’을 양산했다. 신창원이 지난 1997년 1월 20일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이후 경찰은 신 씨를 검거하기 위해 무려 연인원 97만여 명을 투입했고, 전단 4백63만여 장을 배포했다.
 
경찰은 또 신창원이 들를 것으로 예상되는 1천81만여 개 업소를 탐문했으며, 은신 용의처 1천4만여개소를 수색하는 등 신 씨의 검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경찰과 검찰이 신창원에 대한 현상금으로 각각 5천만 원과 500만 원을 내걸어 신창원에게 단일범에 대한 현상금으로는 최대인 5천500만 원이라는 기록적인 현상금이 내걸리기도 했다.
 
“신창원을 봤다”는 국민들의 신고도 잇따라 모두 5천823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중 1천1백만여 건이 허위신고로, 4천7백여 건이 오인 신고로 밝혀져 경찰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경찰의 거듭된 신창원 검거 실패는 경찰에 치욕적인 기록들 또한 남겼다. 경찰청은 신창원 검거 실패의 책임을 물어 모두 57명의 경찰에 대한 문책을 단행, 7명을 해임하고 26명을 징계했으며 16명에 대해 계고 또는 인사조치를 취했다.
 
특히 지난 1998년 1월 충남 천안에 나타난 신창원을 놓친 데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당시 경기경찰청 차장으로 있던 천사령 경무관을 직위해제하기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신창원 검거를 위해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과정 등에서 모두 6만5천823명의 범법자들을 검거, 이중 2천832명을 구속하는 한편 도난 차량 2천668대를 회수하는 등 ‘짭짤한’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신창원은 도피행각이 무려 9백여 일에 달했던 만큼 당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신출귀몰했던 신창원은 한때 소년 소녀가장을 돕는 ‘천사 행세’를 했으며 여자는 물론 애완견, 승용차와 항상 붙어다니는 특이한 습성으로 세간의 화제에 올랐다. 신창원의 도피행각이 장기화되자 경찰은 군견(軍犬)까지 동원했고 기(氣)로 신 씨의 은신처를 찾겠다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으며 그를 미화한 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신창원은 경찰 인사권자(?)
 
신창원이 경찰의 검거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면서 지방경찰청장부터 일선 파출소 직원까지 숱한 경찰관들이 옷을 벗거나 좌천됐다. 1998년에는 서울경찰청장이 경고 조치를 받았고, 수서경찰서장이 전격 해임돼 서울경찰청 외사과장으로 전보됐다. 경기경찰청장도 잇단 신창원 검거 실패로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발령되기도 했다 1999년에는 신창원 수사와 관련, 충남 천안경찰서 수사과장이 대기발령되는 등 신 씨가 뜨기만 하면 경찰들이 줄줄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았다.
 
▲물어 뜯기고 권총 뺏기고…경찰수난

경기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들은 1998년 초 신창원이 충남 천안에서 동거녀를 만나는 현장을 덮쳤다. 이들은 격투를 벌이며 신 씨를 향해 권총 실탄 5발을 발사했으나 적중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권총을 빼앗겼다. 같은 해 7월에는 신창원으로 보이는 30대 남자가 서울 주택가에 출현한 뒤 불심검문중인 경찰의 얼굴을 때리고 귀와 오른쪽 팔을 물어 뜯고 달아났다.
 
▲신창원은 천사(?)
 
신창원은 1998년 초 경기도 평택시내 빌라에 은신해 있는 동안 시설원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금을 제공하는 등 도망자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천사 행세’를 했다. 그는 지난 1997년 12월 동거녀 강모씨와 함께 같은해 5월 화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평택시 지산동 장애인 수용시설을 찾아가 현금 100만 원을 내놓았으며 동사무소를 통해 추천받은 소년소녀 가장 2명에게 40만 원씩을 전해주기도 했다.
 
▲신창원 차량은 범죄 병참기지
 
신창원이 도피생활을 위해 타고다니던 차량은 범죄에 사용하는 모든 기구를 갖춘 ‘병참기지’였다. 그가 당시 몰고다녔던 다이너스티 차량의 경우 모두 12개의 훔친 번호판이 들어 있었고 트렁크에는 쇠톱과 망치, 절단기, 드라이버 등 차량과 금품 절도에 사용하는 각종 기구가 담겨 있는 가방이 있었으며 일제 카메라와 망원렌즈까지 발견됐다.

특히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 등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일본도와 회칼, 과도 등 다양한 종류의 흉기가 쌓여 있었으며 조수석 사물함 등에는 금목걸이와 금반지, 팔찌 등 훔친 것으로 보이는 많은 금품이 들어 있었다.
 
▲신창원의 특이한 습성

신창원은 천안에 은신할 당시 소주는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 맥주도 1병을 마시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어와 일어를 약간 할 줄 알고 상의는 항상 긴팔, 하의는 넓은 칠부바지를 즐겨 입었으며 낚시와 운동을 좋아했다.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어했고 특히 미역국을 좋아하며 운전은 15살부터 했기 때문에 기술이 좋다. 손이 유난히 크고 무술은 모두 24단 정도라고 동거녀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항상 마른 여자를 좋아했으며 상의는 잠자리에서도 벗지 않았다.
 
▲애완견 ‘똘이’
 
신창원은 금품을 훔치러 남의 집에 들어가서도 애완견이 보이면 다른 것은 놔두고 애완견만 훔쳐 나왔다.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에서 검거될 때도 아파트에 애완견을 기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1998년 6월 말 신 씨가 강아지 ‘똘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제보에 따라 ‘똘이’와 비슷한 마르티스종 사진의 수배전단을 제작, 파출소와 동물병원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신창원 검거 묘안 백출
 
신창원이 전북 김제에 나타났을 당시 육군 35사단 군견 4마리가 수색작전에 투입됐다. 이들 군견은 통상 간첩 수색작업에 투입될 목적으로 훈련받으며 수색 시 무장한 조련사와 저격수가 따라붙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되나 추적에는 실패했다. 전북경찰청은 신 씨를 검거하기 위해 기(氣)수련 경찰관이 조언한 은신 가능 지역을 정밀 수색하기도 했다.
 
▲신창원 신드롬

신창원의 도피행각이 장기화되자 광주 시내에서는 한때 ‘깜방시리즈-탈옥수 ’ 만화가 유통됐다. 전남경찰청은 신창원 만화가 청소년들에게 빗나간 영웅주의를 심어줄 가능성이 있는 등 국민정서를 해친다고 판단, 관련 협회에 자율수거를 당부하고 책을 수거해 소각했다. 한 PC통신회사는 ‘신창원을 잡아라’는 코너를 만들어 PC통신 이용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보를 접수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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