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카프카 <저자 라이너 슈타흐 / 역자 정항균 / 출판사 저녁의 책>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소송’ ‘변신’ ‘성’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카프카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한 신간이 출간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그의 생애를 조명한 전기나 평전, 연구서와 같은 수십권의 책이 출간된 지 오래다.

카프카는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의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했다. 유실된 습작을 제외하고는 첫 작품으로 알려진 단편 ‘어느 투쟁의 기술’을 대학 시절 집필할 만큼 문학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1906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 법률시보로 지내다 프라하에 있는 노동자산재보험공사로 직장을 옮겼고, 이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14년간 일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글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말년에는 팔레스타인으로 이주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결국 발병 7년 만인 1924년, 마흔이라는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지인에게 자신의 유고를 모두 불태워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다행히 유고는 보존됐고, 덕분에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카프카의 문학세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책의 저자 라이너 슈타흐는 2002년, 2008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카프카 전기 3부작을 펴낸 카프카 연구의 권위자다. 각각 ‘결정의 시절’ ‘통찰의 시절’ ‘초년 시절’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방대한 전기는 독일은 물론 영미 언론의 극찬을 받았으며 카프카 전기의 결정판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99가지 습득물』은 그가 전기 집필을 위해 체코, 독일, 이스라엘의 도서관과 문서보관소 등에서 조사하고 발굴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99개의 습득물로 알려져 있는 자료들 중 대부분은 카프카가 연인이나 친구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나 일기형식으로 이루진 수필 양식이다.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 상당수 공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노트에 남아 있던 미완성 글귀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 엽서나 공문서 등에 공개된 자료들을 남아 있는 인간상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면 학창 시절 성적표에서부터 편지와 일기, 미완성 원고 그리고 유품 및 사진 등에서 찾은 단서로 그의 감추어진 면모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저자 라이너 슈타흐(REINER STACH)는 독일 작센 주 로흘리츠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에서 철학, 수학, 문예학을 공부했다. 카프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피셔, 로볼트, 메츨러 출판사 등의 편집자로 일했다. ‘결정의 시절(2002)’ ‘통찰의 시절(2008)’ ‘초년 시절(2014)’등 카프카 전기 3부작을 썼다. 이 전기는 독일과 영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카프카 전기의 결정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책을 접한 이현우 서평가는 “프란츠 카프카는 세계 문학의 미궁이자 도달할 수 없는 성채였다. 그의 문학 안에 있는 독자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밖에 있는 독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가장 친절하면서 가장 확실한 카프카 문학의 지도이자 가이드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우리는 카프카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라는 서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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