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유무선, 샘플링, 응답률, 질문지 등 여론조사 ‘함정’ 곳곳
- 대선 후보 ‘대세론’, ‘사퇴’, ‘단일화’ 판 흔드는 여론조사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안철수 야야 후보간 대결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무엇보다 후보자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론조사에서 기관별 결과가 판이하게 나오면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리얼미터는 19일 CBS 의뢰를 받아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2.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문 후보 43.8%, 안 후보 32.3%, 격차는 11.5%p로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10.2%, 정의당 심상정 4.2%,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3.2%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전날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판이했다. 엠브레인이 YTNㆍ서울신문 의뢰를 받아 17일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는 문 후보가 37.7%, 안 후보가 34.6%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 8.5%, 심 후보 3.5%, 유 후보 3.4% 등이 뒤를 이었다.

유무선 비율 따라 ‘울고 웃는’ 재인·철수

반면 지난 15~16일 실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문 38.5%, 안 37.3% 등으로 초박빙이었다. 반면, 하루 앞선 14~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자체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문 46.9%, 안 34.4%의 격차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무려 12.5% 앞섰다. 조선일보ㆍ칸타퍼블릭의 14~15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는 36.3%의 지지를 얻은 문 후보가 안 후보를 5.3%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처럼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초박빙, 오차범위 내 접전,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종합해 보면 우선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비율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KSOI 조사의 경우 무선전화면접 81%(유선전화 19%)였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조선일보 조사의 경우 무선전화 비율이 55%(유선 45%)에 그쳤다. 문 후보가 11.5%P 차이로 안 후보에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CBS 조사 역시 유선ARS(자동응답시스템) 10%, 무선ARS(35%), 무선전화면접(55%)로 90% 이상 무선전화가 차지했다.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이는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유선전화면접 29%, 무선전화 71%로 유선 전화면접의 비중을 30%대로 잡았다. 또한 두 후보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YTN·서울신문 조사에서는 유선전화면접 33%, 무선전화면접 67%로 역시 유선전화 비중이 30%대에 이르렀다.

결국 집전화인 유선 전화의 비율이 낮을수록 50대 이상 지지를 받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휴대폰 등 무선 전화의 비율이 높을 경우 2040세대에 지지를 받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무선 비율을 최소 40대 60으로 잡아야 편차가 그나마 적다는 데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선전화면접 비율을 높일 경우 비용이 무선보다 많이 들어 영세 업체가 다수인 여론조사기관 사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ARS냐 면접조사냐에 따라 신뢰도가 차이가 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인정했다. 통상 녹음된 기계음으로 실시하는 유무선 ARS 여론조사는 좀 더 솔직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육성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에 침묵의 나선이 작동돼 답변을 유보하거나 거부하는 비율이 유무선 ARS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유선 ARS>무선 ARS>유무선혼합 ARS>유무선 전화면접 순으로 회피 혹은 유보 없이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것으로 업계에선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응답율이 낮으면 여론조사 신뢰도를 의심하니 유선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고 ARS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화면접 비율을 높이려면 돈인 많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또한 인구통계에만 의존하는 샘플링이 ‘샤이 보수층’을 놓치면서 유권자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목표할당수를 1000명 기준으로 할 경우 여성 대 남성, 그리고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지역별로 서울, 경기/인천, 대전/충청/세종, 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라, 제주로 나뉘어 인구별 세대별 지역별 정확한 할당을 해야 결과가 왜곡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대별만 하더라도 60대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세대이고 적극 투표층이 많지만 실제로 할당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문 후보가 높게 나온 CBS 조사 데이터로 세대별 조사완료 사례를 보면 20대 138명, 30대 163명, 40대 225명, 50대 231명, 60세이상 255명으로 잡았다. 100세 시대로 일컬어지는 고령화시대를 감안하면 60대 이상 비율이 높지 않게 잡힌 편이다.

게다가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샤이 보수층’으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왜곡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면접원이 육성으로 전화를 걸어 질문하는 유무선 전화면접 여론조사의 경우 침묵의 나선이 작동될 수밖에 없다.

文, 안 잡히는 ‘샤이 보수층’, 제2의 트럼프 사태 오나

이 밖에도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샘플링과 질문지 내용,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받은 KSOI의 경우 무선전화면접 81%, 유선전화면접 19%로 잡았다.

특히 무선전화면접의 경우 5만개를 잡고 돌려서 접촉 후 응답완료 사례수는 고작 823회로 나타났다. 비적격 사례수 15611회, 접촉실패 사례수 13060회, 접촉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사례수 3113회로 응답률이 20.9%에 이른다. 반면 유선전화면접의 경우 98000번을 돌려 접촉후 응답완료수는 192회이고 비적격 9783회, 접촉실패 8223회, 접촉 후 중도이탈 1741회로 응답률은 9.9%였다.

질문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권자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문 후보가 높게 나오는 질문지를 보면 ‘적합도’나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안 후보의 경우에는 ‘양자구도’를 묻는 질문에서 높게 나오고 있다. 또한 시기적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전과 구속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반면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그리고 5당 경선이 끝난 직후에는 안 후보 지지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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