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면 두렵고, 더 쓰면 큰일”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사진공동취재단>
득표율 15% 넘으면 비용 전액 돌려줘…10% 이상 반액
선거보조금 부자 = 더불어민주당, 빈곤층 새누리당(1석)
TV광고 100억 원, 홍보차 한 대 대여 비 2000만 원
지지율 따라 빈부격차 커… 돈 없어 발품 팔고, SNS 활용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19대 대통령을 위한 치열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후보자·선거인단이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세를 펼치고 있다. 동시에 당선을 위한 ‘쩐의 전쟁’도 시작됐다.

19대 대선 공식 선거 비용 제한액은 각 후보당 약 509억 원.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14명.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금액이 공식선거일 22일 동안 풀린다. 22일간의 ‘509억 원짜리 쩐의 전쟁’ 막전 막후를 일요서울이 낱낱이 파해쳐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당 선거비용 제한액을 509억94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선거비용제한액은 인구수×950원에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감안한 선거비용제한액 산출비용을 증감해 산정한다.

이 비용은 후보자(입후보예정자가 포함되며, 대통령 선거의 정당 추천 후보자는 그 추천 정당)가 부담하며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소요되는 금전·물품·채무 등 모든 재산상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오는 5월 8일 전까지 이 제한액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선거활동을 펼치면 된다.

선거비용은 결과가 좋으면 선거가 끝난 후 돌려받을 수 있다. 선거 비용이 없어 입후보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없도록 헌법과 공직선거법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득표 결과가 좋아야 한다.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서다.

기준은 득표율 15%다. 후보자가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 운동에서 사용한 비용 전액을 돌려받는다. 득표율이 15% 미만 10%이상까지도 비용 절반은 보전받는다. 하지만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 사용한 경우에는 15% 이상 득표하더라도 선거 비용 전액을 보전받지 못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초과 사용한 금액의 2배만큼은 제외하고 돌려받게 된다. 또 허위로 보고된 금액이나 회계보고서로 증명할 수 없는 비용은 돌려받지 못하며 법적 조처를 받게 된다.

文·安 후원금·펀드

후보자들은 이 많은 금액을 어떻게 모을까. 기본적으로 후보자들은 본인이 속해 있는 당의 자금, 각종 후원금과 선거 펀드 등에 손을 벌려 자금을 마련한다.

먼저 당의 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는 선거보조금을 말한다. 국가가 선거가 있는 해에 후보자를 등록한 정당에 주는 돈으로 이는 국회의원 의석수와 직전 총선 정당별 득표 비율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따라서 이는 원내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만 지급된다.

이번 19대 대선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8일 원내 6개 정당에 19대 대선 보조금으로 모두 421억42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119석)이 123억5700만 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다. 그 다음으로는 자유한국당(93석) 119억8400만 원, 국민의당(39석) 86억6900만 원, 바른정당(33석) 63억4300만 원, 정의당(6석) 27억5700만 원을 받았다. 최근 창당한 새누리당(1석)도 3300만 원을 받았다.

한 후보가 받을 수 있는 후원금 한도도 정해져 있다. 후보자들은 후보자 후원회(예비후보자 후원회 포함)와 당내 경선후보자 후원회를 통해 각각 25억4970만 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각 후보자들이 책정한 선거 금액은 얼마고 선거보조금 외에 자금은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문재인 후보 측은 이번 대선 총비용을 47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먼저 ‘국민주 문재인’이라는 이름의 형태로 펀드를 모금한다. 펀드로 조성된 선거자금은 선거 후 국고에서 보전받아 오는 7월 19일 원금에 이자를 더해 투자자에게 상환된다.

이자율은 16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적용한 연 3.6% 수준이다. 1인당 투자한 금액은 약 1억 원 정도가 최대고 적게는 만 원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이 지지율 추이를 고려해 선거비 보전 자체에는 차질이 없다고 판단해 이런 전략을 짠 것이다. 지난 20일 공개한 문 후보의 선거기금 펀드 1차는 330여 억 원을 모은 뒤 마감했다. 2차 펀드는 소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당 당사 담보 대출

안철수 후보는 440억 원에서 450억 원 선을 총 예상 선거비용으로 책정했다. 이에 안 후보는 선거보조금 외 나머지 금액을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삼화 국민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은 금융권 대출로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간편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당장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신중히 필요한 비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후원금을 통한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와 국민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액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을 준비 중이다. 당초 펀드 방식도 고려했지만 수수료 등 관리비용을 고려해 소액 다수 후원 방식을 택했다.

안 후보 측은 펀드 방식은 세 과시를 유발하는 낡은 선거운동 방식이라며 효율적인 지출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5년 전 펀드로 선거비 130억 원을 모았지만 예비후보 사퇴로 모금액을 곧 상환한 바 있다.

지지율이 높은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제외하면 다른 정당들은 선거비용을 놓고 계산이 복잡하다. 예상되는 득표율이 낮아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선거비용으로 법정한도액에 가까운 500억 원을 책정했다. 홍 후보 측은 선거보조금 120여억 원을 받았다. 이에 나머지 금액은 대출금과 당내 유보금으로 메웠다. 홍 후보 측은 시·도 당사를 담보로 은행에서 25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당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액 130억 원을 더해 선거비용을 충당했다. 홍 후보 측은 선거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마련했기 때문에 펀드는 따로 필요가 없고, 광고비 절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홍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이 득표율로 이어진다면 당이 파산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선거비용으로 당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2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선거비용으로 인한 당 파산 가능성이 공론화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대구·경북지역 13개 당원협의회에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는데 홍 후보의 지지율이 한국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은 홍 후보가 15% 득표선을 넘지 못하면 200억 원대 빚을 갚지 못해 당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후보는 무조건 15%는 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의 경우에는 대출, 펀드 등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출, 펀드 등으로 돈을 변통하더라도 선관위 선거보전을 통해 상환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의 경우 100억 원을 총 선거 예상 비용으로 책정했다. 유 후보 측은 저비용 대비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골목 사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자전거 유세단이나, 전기 스쿠터를 소형 유세차로 이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원 역시 유급 선거운동원 비율을 대폭 줄이고, 무급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한다는 방안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도 선거비용을 최대한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가 책정한 총 선거 예상 비용은 50억 원대다. 심 후보는 정의당의 선거보조금 27억5500만 원과 후보자 후원금, 특별 당비 등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심 후보 측은 공보물을 줄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최대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모인 자금은 선거 기간 동안 홍보비용과 선거운동 관리비로 사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비싼 홍보 매체는 TV광고다. TV 주요 채널에 광고하려면 적게는 100억 원에서 150억 원이 든다. 공보물의 경우 한 번에 한 장을 전국에 배포하는 데는 5억 원 정도가 든다. 온라인 홍보비용은 약 50억 원에서 80억 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거리 유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홍보 차량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대형 LED 화면과 확성기가 장착된 1톤 유세차량을 대여하는 비용은 2000만 원대다. 5톤 대형트럭은 4000만 원에 육박한다.

‘로고송’ 제작에는 한 곡당 200만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로고송은 총 28곡, 문 후보가 17곡의 로고송을 사용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대선에서도 로고송 제작에 3000만∼6000만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선거운동원 인건비와 선거사무소 운영비용 등은 100~130억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먹튀 나오나?

막대한 유세비용, 득표율에 따른 선거비 보전 등으로 금전적 부담을 느낀 후보자들의 ‘보조금 먹튀’ 우려도 제기된다.

형법상 선거보조금은 일단 지급받고 나면 후보가 사퇴해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반환에 대한 부분은 명시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직전 후보 사퇴를 하더라도 보조금은 소속 정당의 이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가 선거를 4일 남겨놓고 사퇴해 ‘보조금 먹튀’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중심으로 이른바 ‘먹튀 방지법’ 또는 ‘이정희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일 11일 전부터 대선 후보자의 사퇴를 금지하고, 선거보조금을 받은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보조금을 반환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여야 의견이 엇갈리며 선거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역시 후보자가 보조금만 받고 중도 하차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가 될 시 부득이하게 먹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두 후보(유승민, 홍준표)에게 이 부담(단일화로 인한 먹튀 논란)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5년 전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 때문에 선거 막판 단일화나 연대를 하더라도 후보와 정당이 보조금을 반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바른정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성태 의원은 지난 10일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바른정당의 후보가 (선거보조금에) 눈이 멀어 (후보 사퇴 뒤 보조금은 그대로 갖는) 한마디로 못된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선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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