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의 지속적 ‘압박’있었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군 당국 내부에서 벌어진 수사가 “인권 침해”라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바로 육군이 동성애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 복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며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6항의 추행죄로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색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반인권적 수사기법이 동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군인권센터 “현행 법률상 동성애자가 군인이 될 수 없는 규정 없다”
육군·기독 단체 “동성 성관계, ‘추행죄’로 처벌한다” “에이즈 확산 우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이하 중수단)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전 육군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에 돌입했으며 지난 2~3월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동성애자 군인들을 잡아냈다.

센터는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15명의 현역 장교 및 부사관이 피해를 입까지 먹여었으며 40~50여 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건 목표를 20~30여 명 안팎으로 잡고 있고 가장 먼저 체포됐던 A대위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를 입고 있는 당사자들 중 다수가 수사관의 지속적인 압박과 아웃팅(커밍아웃의 반댓말)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팀의 ‘수사 방식’
‘언행’ 등 큰 충격

 
센터가 주장하는 수사팀의 수사 방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센터는 수사팀이 다짜고짜 부대를 찾아가 관할 헌병대나 지휘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할 말이 있으니 잠깐 방문하겠다”며 접근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수사팀이 “네가 동성애자인 것을 이미 다 알고 왔으니 솔직하게 말하라” “000이 너랑 성관계했다고 이미 진술했으니 발뺌하지 마라”등 압박을 가해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협조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핸드폰을 반강제로 빼앗아 그 자리에서 디지털 포렌식 분석(PC나 노트북 등 각종 저장매체·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수사기법)을 통한 수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센터는 수사팀이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위장 잠입해 동성애자 군인을 찾아다닌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수사팀의 언행들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센터에 따르면 수사팀은 진술을 확보한다며 성관계와 관련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또 수사와는 관계없는 내용을 캐묻기도 했다.

센터는 “피해자들이 모두 자부심 높은 대한민국 군인이며 현행 법률상 동성애자가 군인이 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항문성교만을 불법으로 규정한 군형법 92조의6을 그대로 따르면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 군인도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성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반인권적 불법 수사를 중단하고 이를 지시한 장 참모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육군본부
“총장 지시 없었다”

 
육군은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을 지시했다’는 센터의 주장과는 다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육군본부는 13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과 입장자료 등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의하면 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육군중앙수사단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상에 현역 군인이 동성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관련법령에 의거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수사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한 가운데 법적절차를 준수해 진행되고 있다”며 “군내 동성애 장병에 대해서는 신상 관련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타인에 의한 ‘아웃팅’ 제한 및 차별금지 등을 통해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육군은 센터가 발표한 주장과는 다르다고 해명 했으나 동성애자의 대한 관점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여졌다.

육군은 “현역 장병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 하는 것은 현행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군은 군 기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동성 성관계를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육군은 엄정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 군기강 문란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 단체
“육군, 시의 적절한 조치”

 
지난 13일 논란이 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누리꾼들의 의견들이 대립했다. “실제로 동성애 성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어플을 육군이 털어서 신상 확보한 것…” “한 인간의 생물적 본능을 왜 형사처벌 하냐” 등과 “(나는) 지금도 육군 병장제대가 수치스럽다 동성애 두둔이 웬 말이냐” “군대는 동성애 교육장인가? 참으로 한심하다” 등의 대립성 글들이 가득했다.

이 밖에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와 세계성시화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육군참모총장의 지시가 시의 적절하고 마땅하다고 옹호했다.

이들은 “동성애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이와 상반되게 동성애를 인권으로 보호하고 조장하는 군 인권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며 “그 결과 상하 군인들 간에 동성애와 성추행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다…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라고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하에 있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안보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는 마땅하고도 시의 적절한 조치라 할 것이다”라며 “군 최고 지휘자인 육군참모총장이 군의 정신 전력 강화를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 군 내부에서 엉뚱하게도 이를 인권 침해라 하며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센터와 육군·시민단체 간의 공방이 지속되는 한편 ‘정확한 진실’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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