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26만 명으로 전년보다 46만6000명이 증가해 지난 2015년 말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올 들어 처음 40만 명대로 올라선 수치다. 취업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의 생각은 다르다. 버티고 버티다가 하는 수 없이 어디든 취업을 한 수가 늘었을 뿐이라는 게 취준생의 평이다.
 
김모(32)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취준생 신분이었다. ‘올해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을 세 번 되풀이 하자 의욕이 뚝 끊겼다. 주변은 물론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결국 A씨는 올해 카메라 조립·생산 회사에 월 110만 원을 받는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A씨는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채용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있다. 기업들이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에 나타나는 숫자로 판단하는 건 현 상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취준생 오모(28)씨는 “채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주변에 취업 한 사람도 물론 있지만, 이들이 진짜 취업한 건 아니라고 본다. 정말 하고 싶은 건 놔두고 일단 계약직 등 임시로 취업을 한 뒤, 다시 입사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오 씨에 따르면 ‘요즘 취준생 눈이 너무 높다.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조언은 요즘 취업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 한 말이다. 그는 “요즘 이것저것 조건 다 따져서 가는 사람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급여나 기업평판 등에서 최소한의 기준만 맞아도 간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은 그룹차원의 마지막 공채를 실시했다. 하반기부터 계열사 별로 필요할 때 충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최근 상반기 공채에서 계열사인 삼성카드와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건설 부문) 등은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이 그룹 공채를 없앤 건 취업 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이 ‘재계 1위’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공채 제도 폐지는 다른 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채용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기업 25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를 보면 올해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예상) 규모는 지난해 대비 6.6% 쪼그라들 전망이다.
 
또 매출액 500대 기업의 22.5%는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한명도 뽑지 않을 것이란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7년 상반기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200개사 응답)에 따르면, 200개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 대비 감소하는 곳은 27개사(13.5%)다. 신규채용이 없는 곳은 18개사(9.0%)다.
 
채용을 줄이거나 없는 기업(22.5%)이 채용을 늘리는 기업(11.0%)보다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2배(지난해 11.5%)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59개(29.5%)였다. 채용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74개(37.0%)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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