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말상대에 이어 음란서비스·성매매까지 나선 여고생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일본은 JK비즈니스 천국이다. JK란 일본어로 여고생을 뜻하는 ‘조시코세(女子高生)’의 영어 발음대로 읽어 앞 글자를 따낸 조어다. 이런 JK(여고생)들을 사업 아이템으로 취급해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란 친밀감을 내세워 남성 손님들을 접대하는 업태를 뜻한다. 이는 ‘롤리타신드롬(Lolita syndrome)’과 비슷한 현상이다. 롤리타신드롬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인 ‘롤리타(Lolita)’에서 차용된 용어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의붓딸인 12세 소녀 롤리타에게 집착을 보이는 성적 취향을 갖는다. 이에서 비롯되어 어린 소녀에게 성적인 집착이나 성도착 증세를 보이는 걸 가리켜 롤리타신드롬이라 칭하게 됐다. 롤리타신드롬, 원조교제와도 비슷한 맥락을 갖는 JK비즈니스는 일본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JK비즈니스’ 2014년 일본에서 10대 유행어로 뽑혀, 유엔 ‘금지’ 권고
전쟁 선포한 일본 정부, 법망 피해가는 업주들


짧은 치마를 입은 10대 여학생들이 거리로 나서 성인 남성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벌인다. 이들이 일하는 업소 내부에는 여학생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고 이 곳에서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일명 ‘초이스’해 원하는 옷을 입힌 뒤 산책을 나가거나 마사지를 받는 등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JK비즈니스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성매매까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도 줄지 않고 있다.

일본 경시청이 지난 2016년 도교도 내 여고생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살펴보면 약 10%가 JK비즈니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약 50%가 더 늘어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지난해 기준, 도쿄 도 내에서는 아키하바라(秋葉原) 등에서 174개의 점포가 JK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 2014년 ‘JK비즈니스’는 일본의 10대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일본 내 JK비즈니스가 유행어로 선정될 만큼 우후죽순 격으로 증가하며 성행하다 보니 현지 조사를 벌인 유엔(UN)이 이를 문제로 지적하고 금지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성적 학대·생활고 몰려
성매매 수렁 빠진 여학생들

 
지난 1월 1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시가현 오츠시의 한 갤러리에서 1월 6~10일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학대와 빈곤에 시달리다 유흥업소, 성매매 수렁으로 빠져든 일본 여중·고생들이 개최했다.

당시 열린 전시회에는 약 4500만 명의 시민이 찾았으며 이곳에서 한 사진을 공개한 15세 소녀는 부모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간 뒤 한 남성의 친절에 넘어가 성매매에 빠지게 됐다고 고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생은 “집에서는 성적 학대와 폭력이 계속됐고 돈을 벌어오라는 부모 말에 상처 받고 무서워 도망치고만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시회에는 14세 학생부터 26세 성인에 이르는 24명의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사진이나 일기 등으로 전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매매 근절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당국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JK비즈니스를 겨냥해 전쟁을 선포했다. 도쿄 도는 18세 미만 고용규제 조례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밝혔다. JK비즈니스만을 특화한 조례는 일본 전국에서 처음이다.

그 결과 지난해 도쿄지사 선거에서 급부상한 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청소년 보호 분야에서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일본 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쿄에 190여개의 관련 점포가 성업 중이며 이중 아키하바라에 밀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음란 서비스나 성매매도 이뤄지는 탓에 미성년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도 적잖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적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건전 마사지’를 표방해 성매매가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JK비즈니스에 대해 도쿄 도가 새롭게 마련한 조례는 여고생의 각종 서비스 업태에 18세 미만 접객 및 권유 금지, 종업원 명부 작성 의무화, 업소 출입 조사, 위반 시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조항을 적용하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무점포 영업도 신고를 의무화해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도쿄 도는 스스로 JK비즈니스에 뛰어드는 미성년자들을 막기 위해 교육 당국과 공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도쿄 도가 관련 조례를 만들면서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JK비즈니스는 법망을 피해 업태를 변경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성인비디오 촬영도 제재
촬영 강요는 ‘강간죄’

 
일본에서는 JK비즈니스 외에 성인 비디오(이하 AV) 촬영에 대해서도 제재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AV 촬영을 강제할 경우 강간죄로 처벌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길거리 캐스팅을 가장해 AV 촬영에 동원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이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여성이 AV 출연을 강요당한 피해 사례가 늘자 스카우트 행위를 단속하고 AV 촬영을 강요할 경우 강간죄로 적용해 처벌한다는 내용의 긴급대책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관계 부처 대책회의에는 JK비즈니스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대도시 점포를 중심으로 노동기준법 위반 점검 등 적극적인 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대책을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JK비즈니스로 몰린 10대 여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는 AV 사업자의 말에 현혹돼 AV 비디오 등에 강제 출연하는 피해가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일본 정부는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학이나 고등학교 진학 시 진행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활용한 피해 방지 교육 시행, 피해를 본 경우 상담 창구의 적극적 활용 안내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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