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에 대해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최순실 씨가 거액을 요구했지만 SK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4개월 간 국내에 묶여있던 최 회장은 출국금지가 해제되자 현장 경영에 나서 본격적으로 그룹 현안을 돌볼 계획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현안인 도시바 인수는 물론, 오랜 숙원인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7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 원을 출연한 SK는 최순실 씨로부터 89억 원을 추가로 내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금액 조정 과정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은 만큼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에 대한 혐의가 불기소 처분으로 결정되면서 그동안 SK의 국내외 사업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띌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이어진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면서 최 회장이 직접 그룹 현안을 챙기며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는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인수전이다. 결과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도시바 인수전은 비용과 시너지 효과, 인수 실패 시 시장의 판도 변화 등 다양한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 20조 원 이상으로 뛴 천문학적인 금액도 문제지만,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인수합병(M&A)을 낙관하긴 힘들다.

최 회장은 앞서 SK하이닉스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최 회장은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에 주목한 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후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로 그룹과 국가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시켰다.

인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때문에 최 회장이 직접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오너의 결단과 추진력이 더없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이번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최 회장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장에 답 있다”
일본 출장길 올라


최 회장은 24일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는 등의 해외출장 스케줄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계획이나 금액, 방법 등에 대해선 최대한 대외 노출을 피하면서 인수 작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현장에 많이 다니면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일본 출장에서 행선지를 밝히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이는 도시바 인수전이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어, 외부에 어떠한 정보도 노출시키지 않으며 최대한 전략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인수를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일본계 재무적투자자(FI)도 끌어들여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인수를 위한 연합전선 구성이 하이닉스 뿐만이 아니라는 점은 난관이다.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기업 ‘브로드컴’도 이미 연합을 결성한 상태다.

특히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만 홍하이 그룹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3조 엔(약 30조914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이는 20조 원대로 알려진 인수 비용보다 50% 높은 액수다.

여기에 일본 정부도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의 우려로 이번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
성장 추진 속도

최 회장은 그룹 현안을 챙기는 것은 물론 사회적 기업을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는 지난 20일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성과를 보상하는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 많은 참여와 관심을 갖게 하려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 서비스가 좀 더 용이해지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착한 가치를 창출한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해 주면 착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사회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는 올해로 시행 2년째다. 최 회장이 자신의 저서인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지원해 사회적 기업의 재무적 고민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SK 등 사회적 기업 분야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참여 기업이 2배가량 늘었고,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50% 가량 증가했다.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사회복지 관련 서비스를 개선하는 효과와 사회적 기업의 투자와 채용 등 숙원 과제를 해결하는 종잣돈 역할을 하면서 재무가치를 크게 개선했다. 아울러 매출 실적도 향상하는 효과도 동반했다는 게 추진단 측의 설명이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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