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의 변화의 바람 국내 수익 부진이 영향

외국계 은행에 대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 발표 직후 여러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씨티은행의 이번 계획에 차질이 생겨 수익 악화로 이어지면 ‘국내 사업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며 ‘케이뱅크의 돌풍’ ‘외국계 은행 철수 선례’ 등이 해당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또 씨티은행 노조 측이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씨티은행은 문제 발생 후 처리하자는 입장을 보여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국내 영업점의 80%를 축소하는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을 발표했다. 영업점 축소에 따른 폐점 직원들을 비대면 채널인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 즉, 콜센터 1선에 전면 배치한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 창구를 없애고 스마트 기술을 결합한 무인창구로 대신한다는 것으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이하 WM)서비스에만 역량을 집중해 특화된 정체성을 살리겠다는 방침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6월 서울 종로구 서울지점을 리뉴얼해 대규모 자산관리센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대규모 WM센터를 서울지점에 이어 도곡지점, 분당지점 등을 신설하고 이후 전국에 있는 133개 영업점을 대형 거점점포 30여 개로 대폭 통합할 방침이다.

몸집 줄이기?

씨티은행의 변화 발생 요인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은행들도 경비를 줄이고 있으며 증권가도 마찬가지로 점포를 줄이고 있다”며 “이제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잔거래 업무 고객이 많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그런 것이 다 가능해 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에서 인건비 축소를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씨티은행의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에 대해 국내 철수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의 ‘은행점포 디지털화’는 금융계에 신선한 바람이지만 외국계 은행이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몸집 줄이기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은행 43곳이 6893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39.1%(1조1312억 원) 감소한 값이다. 외국계 은행의 순이익은 2014년 16% 이상 늘었다. 하지만 2015년 3%대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지난해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국계 은행의 자산도 지난해 235조4000억 원으로 1년 새 9.6%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지난해 바클레이스, UBS 등 유럽계 은행들이 줄줄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데 이어 저금리 여파로 은행권 전반의 순이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내에 진출했던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지난해 비용감축과 구조조정 일환으로 문을 닫았으며, 같은 해 미국계 IB겸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도 수익성 악화로 은행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씨티은행은 2014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650명을 감원했다.

선례들의 경우와 구조조정 문제로 ‘국내 철수설’에 대해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업계관계자는 이번 시티은행의 발표에 대해 “씨티은행의 국내 수익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케이뱅크의 강세가 이어질 경우 비슷한 타깃 고객층으로 인해 씨티은행 수익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철수 수순’은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지난 3일 영업을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유치하고 출범 후 일주일 넘게 하루 평균 10억 원 단위의 자금 이동이 생기며 매서운 초반 돌풍을 보였다.

케이뱅크는 1년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타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아 임차료를 비롯한 인건비, 관리유지비 등이 감소돼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신용대출 금리 등이 강점으로 꼽히며 20대부터 40대까지의 이용률이 두드러진다.

노조vs씨티은행

씨티은행 노조 측은 해당 주장에 가능성을 열어두며, 사측의 일방적인 행보에 직원 피해를 토로하고 나섰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씨티은행의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 발표 원인에 대해 “미래 수익을 찾다 보니 투자를 안 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WM사업 즉, 보험회사나 투자회사의 제품을 대리판매를 해 수수료를 얻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며 “이는 도박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영업 지점의 80%를 폐점하고 그 영업점의 직원 중 극소수를 통합점으로 보내고 나머지 직원은 콜센터로 보낸다는 계획은 20~30년 직원들에게 나가라는 이야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씨티은행 영업직 직원들이 극도의 혼란상태라며 지방 영업점이 폐점하면 지방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서울로 와야 해 자연스럽게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같은 직·간접적 영향 예상 인원은 500~ 600명 정도라며 “사측은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나가라고 말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나중에 발생하면 그때 가서 하나하나 개선을 해보자고 말한다”며 “비대면 활성화 위해 폐점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납득할 만한 점포 운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국내 철수설’에 근거 없는 이야기들 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국내 철수 계획이 있다면 리뉴얼된 자산관리센터 개설,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노조 측의 내용에 전면 반박했다.

또 노조 측 주장인 직원 퇴사 유도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고객들이 비대면 채널로 금융전문가(20~30년 경력의 은행원)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라며 “지방에 있는 직원들이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길 때 따르는 제도 마련은 이전부터 돼 있었다. 추가적인 지원조치 및 인사상 우대혜택을 함께 검토할거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의 지점 축소는 외국계 은행들 전반에 대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씨티은행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