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문재인 vs‘혁신’ 안철수 인재 영입 전쟁 중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선 레이스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각 후보들의 현수막, 유세차량, 선거 운동원들로 눈요깃거리가 많다.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만큼 각 후보들의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지표를 모으는 데는 인재 영입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인재 영입은 1표 이상이다. 그 사람을 지지하는 세력과 진영 모두를 후보의 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활을 걸고 유명 정치인이나 대규모 조직을 갖춘 인사들을 영입하는 이유다. 최근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도동·동교동 인사 영입을 놓고 희비가 갈렸다. 그 내막을 살펴보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홍걸·현철씨 문재인 지지
‘영원한 비서실장’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 등 안철수 지지 

 
최근 정치권에서는 새삼 상도동·동교동계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상도동’ ‘동교동’이라는 단어는 단순 지명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사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연고이자 후계의 상징이다. 그런 만큼 해당 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각 정당과 후보들은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상도동·동교동계 인사들은 이제 정치권에서 ‘올드보이’로 불린다. 대부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여의도 정가 깊숙한 곳까지 미치고 있다. 자연스레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영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 후보들 입장에서 이들의 영입은 정파, 계파를 떠나 전 대통령들의 정치적 자산과 업적을 승계한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그 파급력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상도동계 김현철·김덕룡
“文, 대통합 적임자”

 
지난 1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와 상도동계의 주축이었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현철 씨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도 문 후보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합류는 정치적으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그동안 국민의당도 김 이사장 영입을 위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직접 “김 이사장은 (영입) 얘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 안 후보와도 통화했고, 그 전에도 만난 일이 있다”며 영입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문 후보를 선택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문 후보와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국민통합을 하려면, 연합정치가 필요한데 그래도 (문 후보가) 제일 큰 정당을 이끌고 있고 경륜이 있다”며 “누구보다도 통합정부를 만드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또 “나라가 위중하고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도 위중한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민대통합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가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 적임자가 문 후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이날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문 후보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대혁신과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여야, 보수-진보, 세대,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국민회의’를 구성해 국민대통합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문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어온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의 선택을 응원하고 함께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안철수 놓고
갈라진 동교동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에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박지원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은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이들은 국민의당 창당 초기부터 안 후보와 함께해 오면서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 돼 왔다.

이 밖에 안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을 지냈다. 고문을 맡고 있는 정균환·김옥두 전 의원, 김동철 특보단장, 박양수 조직특보, 박인복 공보단 부단장도 동교동계 출신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동교동계가 국민의당과 함께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교동계 인사 10여명이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는 동교동계 원로 10여명이 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 씨도 참석해 문 후보를 응원했다. 동교동계 원로 명단에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부친 장재식 전 의원, 임복진·김화식·이근식·나병선·배기선·배기운·김태랑·한영애·조재환·이강래·안병엽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초 천용택 전 국정원장도 명단에 들어 있었으나 본인이 언론을 통해 지지 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방문한 장재식 전 의원 등은 “지금 호남은 안타깝게도 김대중 정신의 가치를 왜곡한 정치 세력으로 인해 분열 속에 있다”며 “이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과 결별하고, 화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을 이어갈 문 후보와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상도동계 인사에 이어 동교동계 인사까지 영입한 문 후보 측은 최근 ‘통합정부’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문 후보는 박영선 의원 탈당설 등으로 당 내 갈등 및 분열 책임론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이번 영입으로 지지표 확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선거 날까지
인재 영입은 계속된다

 
상도동·동교동 지지세력을 문재인 후보 측에 빼앗긴 안철수 후보 측은 새로운 인재영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 캠프 측에서는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인사들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유명 정치인 인재 영입에 크게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를 지지했던 바른반지연합과 바른국가만들기 회원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바른반지연합과 포럼135, 바른국가만들기 회원들이 결성한 ‘安전한 선택’ 충북지역본부는 20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후보라는 데 뜻을 모으고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아직 보름 정도 남았다. 개표함 뚜껑을 열어야 선거 결과가 나오는 만큼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남은 기간 동안 치열할 인재 영입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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