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여론조사 정보 수정 등록한 업체 ‘국민 불신 자초’

국민의당이 문제 제기했던 리얼미터 설문조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신문·방송 할 것 없이 매일같이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각각 다르다. 대중의 공통된 의견이나 성향 등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자체가 100% 공정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일부 여론조사 업체에 조사 방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 정당은 여론조사 업체를 고발하기로 했다. 2017년은 여론조사업체들에게 ‘재앙의 해’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결과들, ‘엉터리’ 취급받기 일쑤
“속보 경쟁의 폐해, 의뢰자인 언론이 조사 결과 검증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 홈페이지 여론조사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일 하루에만 총 6개의 여론조사가 등록됐다.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언론사에서 의뢰한 여론조사다. 이날뿐만 아니다. 최근 매일같이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평일에만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6건에 이른다. ‘여론조사의 홍수’라 할만하다. 하지만 여론조사업체들의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엉터리’ 취급받기 일쑤다. 한마디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비적격·접촉 실패 사례 수
사실과 달라 ‘과태료’

 
여심위는 지난 19일 여론조사업체 코리아리서치에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여심위에 따르면 코리아리서치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KBS와 연합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하며 표본추출틀의 전체 규모가 유선전화 7만6,500개, 무선전화 5만 개임에도 유선·무선 각 3만 개를 추출 사용했다고 여심위 홈페이지에 사실과 다르게 등록했다.

또 비적격 사례수도 유선 2만5455개, 무선 1만4983개이고, 접촉실패 사례수도 유선 1만1863개, 무선 2만4122개임에도 여심위 홈페이지에는 비적격 사례수가 유선 2460개, 무선 2650개, 접촉실패 사례수도 유선 2766개, 무선 2979개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등록했다.

당시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표본추출 방식 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었다. 특히 표본조사·통계분석 전문가인 김재광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비적격 전화번호 수와 비율 등을 거론하며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또 여심위는 “당초 제기된 무선전화 국번수와 비적격 사례수 등의 과소함을 이유로 자체구축 DB를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 결과 특정 DB를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고도 밝혔다.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 기준에 따르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때는 그 결과를 공표·보도하기 전 여론조사기관명과 피조사자 접촉현황 등 16가지 사항을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고발 나선 국민의당

 
지난 16일 국민의당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고발 사유에 대해 19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연대를 가정한 왜곡된 설문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문제 제기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MBNㆍ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0~12일 진행한 설문조사다. 당시 리얼미터는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안철수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답변 보기로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 문재인’,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단일후보 안철수’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임내현 법률위원장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간의 연대는 안 후보 및 지지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며 “특히 ‘정당 간 연대’를 가정해 유권자에게 질문하면 유권자에게 ‘문 후보가 주장하는 적폐연대론이 옳다’,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5항1호에 따르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해 질문하는 행위는 처벌된다. 피조사자에게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한 경우, 피조사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리얼미터
손배·명예훼손 ‘맞고발’

 
리얼미터는 국민의당의 고발 발언에 발끈했다. 최근 리얼미터도 국민의당에 1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측은 국민의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미 여러 여론조사 업체들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상황을 가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주장대로라면 단일화를 가정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기관 모두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냐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14일 발표한 대선 TV토론 관련 여론조사도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 사전신고 및 공표의무 위반과 샘플 부적정 수집 등의 혐의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할 예정이다.

안철수 캠프 측은 “당시 TV토론 시청률이 10~11%였다”며 “(그런데) 해당 조사 응답자의 39.6%가 본방을 시청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표본집단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당은 리얼미터가 여론조사 사전 신고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 등 언론사에서 의뢰한 여론조사는 사전신고 의무가 없지만 자체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의 경우 여심위 등 관계기관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14일 여론조사에서 리얼미터는 MBN이 요구한 항목과 동시에 다른 후보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참고차원에서 지지정당과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을 보조질문에 ‘자체판단’으로 포함시켰다.

이 질문들은 MBN에 의뢰 받았던 질문과 다른 조사 방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조사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심위 홈페이지에는 조사결과를 등록했다. MBN에서도 이 조사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리얼미터 자체조사인 만큼 두 항목에 대해 사전신고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리얼미터 측은 이미 방송사 측과의 계약서에 지지정당과 지지후보 질문의뢰가 포함돼 있는 만큼 공표 전에만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속보 경쟁 중심의 언론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 의뢰자이자 유통자가 언론인 만큼 여론조사기관이 가져온 여론조사 결과가 기준을 잘 따랐는지 검증하고 보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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