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 vs “모종의 결단 내릴 수도”

<정대웅 기자>
투표 결과 ‘사퇴 반대’ 79%…“시정 전념해야…역풍불 수도”
내년 수도권 단체장 출마설 꾸준…당내 입지 위해 사퇴 의견 나와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19대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이 시장이 최근 자신의 SNS에 본인의 거취를 둘러싼 ‘결단’을 묻는 투표를 진행해서다.

현재는 같은 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경쟁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다소 따돌린 형국이지만, 향후 정치적 상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초접전 상황이 되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 같은 공개 투표가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대한민국 운명을 가를 5·9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시장의 ‘공개 투표’를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의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저의 거취에 대해 논의가 많습니다. 여러분 의견은?”이라고 물었다. ‘시장 사퇴 후 선거운동’ 또는 ‘임기까지 시정 전념’ 두 가지 의견을 놓고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투표 결과, 총 20,90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시정에 전념해야 한다는 의견이 7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퇴 후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21%에 그쳤다.
 
이 시장이 자신의 거취를 묻는 공개 투표에 나서게 된 것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과제와 함께 정치적 상황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민주당 내 위기감이 엄습할 시기였다. 당내 경선 이후 이 시장의 지지층이 예상보다 문 후보 쪽으로 가지 않으면서 ‘통합’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시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양한 루트로 이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 측 핵심관계자는 “지지자 등 시민들이 (SNS) 쪽지 등을 통해 많은 요청과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문 캠프 측에서의 공식 차원은 아니지만 문 캠프 내 인사들과도 다양하게 의견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선 당시 이 시장을 돕던 의원들과 캠프 관계자들 중 일부가 현재 문 캠프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한 요청과 의견,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상황에서 이 시장의 이러한 공개 투표는 향후 본인의 역할을 놓고 고심이 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현직 지자체장 신분이어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다.
 
투표 결과에서 보듯 시민들의 반응은 사퇴 반대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직 사퇴는 무리수다’, ‘향후 본인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무책임하게 사퇴했다는 식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는 등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반면 ‘선거 기간이 짧고 현재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도 있었다.
 
이 시장 측 핵심관계자는 공개 찬반 투표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폭 넓게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였다”라며 “아직까지 결정 내린 바는 없다. 시장님께서 고민하고 있고 지금도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시장의 향후 ‘정치적 도전’을 위해 문 캠프 합류를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일반 시민들로부터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으나, 당내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의원 투표와 당원 투표에서는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실제 이 시장이 주변으로부터 받은 ‘사퇴 필요’ 의견에는 향후 당내 입지와 관련된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를 위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당내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당내 차기 서울시장에 뛰어들 후보로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박원순 현 시장 등 쟁쟁한 인사가 거론되며,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진표·전해철·이종걸 의원이 물망에 오름에 따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시장 측 다른 핵심관계자는 “당내 입지가 사퇴에 중요한 목적이 될 순 없다”며 “개인 유불리 문제는 주요 고려 대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항간에선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노동부 장관 등 이 시장의 입각설도 꾸준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이 시장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세와 명분 등을 고려하면 ‘사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 핵심관계자는 “투표 결과는 반대가 우세하게 나왔으나 정치인이 ‘때로는’ 여론과 다른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이)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의 사퇴 찬반 투표가 결국 사퇴하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과 문 후보의 지지율이 겹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사퇴 후 선거운동은 큰 의미도 없고 실익도 없다”며 “지금은 중도 외연 확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장 공개 투표는) 사퇴하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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