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세대 정치인들, ‘여성관’ 오십보백보 일 것”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홍준표 후보가 최근 이른바 ‘설거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다른 대선 후보들 역시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여성관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보들의 가족 또는 최측근 인사들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후보 본인들 역시 ‘오십보백보’ 일 수 있다는 것. 유승민 후보의 부친 故 유수호 전 의원과,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총괄본부장 송영길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유 전 의원은 판사 재직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생존자에게 경상도 남자와의 결혼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베트남 원정 성매매 의혹’, ‘광주 5.18 룸살롱 파티’의 주인공이다. 박지원 대표와 노 전 대통령 자서전엔 그들의 ‘가부장적 여성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치권의 비뚤어진 ‘여성관’,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文 선대위 본부장, ‘룸살롱 파티’이어 ‘베트남 성접대 의혹’까지...
- 박지원, 洪 ‘설거지 발언’에 묵묵부답... 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부친인 故 유수호 전 의원은 판사로 재직할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생존자에게 ‘경상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 역사적 사명’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9.1.27. 제26차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위 국회 속기록>에는 유 전 의원이 증인에게 “실례가 되는지 모르지만, 결혼했습니까?”, “왜 묻는고 하니, 기왕 결혼하려면 경상도 남자와 결혼해서 이 쓰라린 상처를 아물게...”, “역사적 사명으로서 그런 씨앗을 한 번 심어줄 용의는 없는가” 등의 조언(?)을 건넨 내용이 기록돼 있다.
 
5·18 기념식 참여한 민주당 386의원들, ‘룸살롱’ 술판
 
정치권에 팽배한 비뚤어진 ‘여성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과거 ‘베트남 원정 성매매의혹’으로 법정에 섰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백석두 전 평화민주당 의원은 2010년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법으로 “송영길 후보가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 2004년 8월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해 현지 진출을 추진하던 국내 모 대기업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고 17세 미성년자 여성과 성매매를 했다”고 여론화시켰다.
 
이에 민주당은 백 전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같은 해 11월 백 전 후보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1,2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중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성매매 부분 자체를 허위로 볼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미성년자 성매매에 관해서는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최고 의결기관인 대법원은 이를 허위사실로 판단, 원심을 파기했고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유죄가 그대로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최종 선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의원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었다. 그가 지난 2000년 정치권에 휘몰아친 광주·518 룸살롱 파티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임수경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광주 5·18 전야제 때 “386 당선자들이 모여 술 파티를 벌였다”고 폭로한 사실은 아직까지도 정치권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당시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송 의원은 김민석 의원과 장성민, 정범구, 김성호, 이종걸 당선자 등 민주당의 젊은 초재선 386 의원-당선자들과 함께 광주도청 앞에서 치러진 광주항쟁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후 심야에 광주 그랜드호텔 근처의 룸살롱 ‘새천년 NHK’에서 접대부와 함께 어울려 술판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에 ‘386-그 두 얼굴의 위선을 알린다’라는 제목으로 제보된 내용에는 “000 당선자는 여자를 옆에 세우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그 노래에 맞춰 시인 000 씨는 술집 아가씨와 부르스를 치고 있었고 000 씨는 아가씨를 끼고 있었더군요”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다.
 
특히 제보글 마지막 부분에 적혀 있던 “여러분이 술집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신 것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라며 “그러나 그 날만은, 정말로 그 날만은 그럴 수 없습니다. 원통히 쓰러져가던 광주의 그분들이 술에 취한 눈에는 안보이던가요?”라는 문구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아주머니들 지나는 길거리에 단체로 오줌 갈겨댔다”
 
한편 홍준표 후보의 ‘설거지 발언’으로 인해 정치권의 ‘가부장적 여성관’ 또한 재조명받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자서전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에는 “신혼시절부터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방에 전등이 탈이 나도 내가 고치려 하지 않았고, 고칠 줄도 모른다. 그런 모든 건 으레 집사람의 일이라고 우리 부부는 생각하며 살았다”고 적혀 있다. 박 대표 역시 “설거지는 여성의 몫”이라는 홍 후보와 ‘오십보백보’의 ‘여성관’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홍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페이스북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유세를 하며) 이래저래 두근두근 가슴입니다. 다행히 돼지 약은 안 먹었습니다”라고 쓰며 홍 후보를 조롱했지만 홍 후보의 ‘설거지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밖에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4년 낸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에는 아내 권양숙 여사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여성을 고의적으로 성희롱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는 “나는 급기야 아내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남편이 되고 말았다”, “(아내는) 조져야 돼. 밥상 좀 들어 달라고 하면 밥상 엎어 버리고, 이불 개라고 하면 물 젖은 발로 이불을 질겅질겅 밟아버리는 거야. 그렇게 해야 꽉 잡고 살 수 있는 거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그래도 남자한테는 여자가 서너 명은 항상 있어야지. 한 명은 가정용, 또 한 명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뺑뺑이용, 그리고 또 한 명은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문구도 있다. 심지어 책에는 “한 번은 일터로 나가는 길에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에게 음담패설로 희롱을 한 적이 있었다. (중략) 아주머니들이 지나가고 있는 길거리를 향해 나란히 줄지어 서서는 바지춤을 내렸다. 그리고 단체로 오줌을 갈겨댔다. 밥 먹고 생각하는 거라곤 그런 것 뿐”이라며 길을 지나가는 여성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성희롱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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