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문구 등 ‘경쟁 치열’ 유통·숙박 ‘함박웃음’

19대 대통령 선거 선거용지들 .<뉴시스>
투표·선거용지 제작비용 100억 원 시장에 풀려
해외 출국자 100만 명, 국내 여행지도 매진 임박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며 후보들의 유세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 후보들만이 아니다. 선거·투표용지를 제작하는 제지업체, 기표도구를 만드는 문구업체 등 선거 특수를 노리는 업체들 간 경쟁이 뜨겁다. 이뿐만 아니다. 9일 선거,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등 연휴가 겹치며 유통·숙박 업계도 뜻밖의 대목을 맞아 모처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선거 특수 경쟁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제지업계다. 선거에 사용되는 용지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선거 포스터, 홍보물 등을 선거용지라 하고, 투표에서 사용되는 용지를 투표용지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사용되는 선거·투표용지는 대략 8000t 정도. 약 100억 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연간 인쇄용지 시장규모가 2조 원(200만 t)인 것에 비하면 이번 선거 특수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전자책, 전자카탈로그 등 디지털 공세로 위축되고 있는 제지업체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반짝’ 특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밖에 현수막, 명함, 임명장 등 부가가치를 포함해 이번 선거로 인해 많게는 약 200억 원 정도가 시장에 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표용지는 개표 과정에서 인주 번짐 현상이나 종이 걸림 현상 등을 방지해야 하므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현재 국내 업계에서 이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무림제지, 한솔제지 두 곳뿐이다. 각 인쇄소들은 이 두 곳에서 일정 양을 공급받아 투표용지를 뽑아낸다.

지난달부터 두 업체는 투표용지 입찰을 위해 각 사의 경쟁력을 어필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대선의 선거인수는 약 4239만 명으로, 투표율 등을 감안할 때 500~600t 규모의 투표용지가 사용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인쇄소 관계자는 거의 모든 인쇄소가 투표용지를 확보했으며 오는 5일 내로 투표용지 인쇄가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기간 동안 선거용지와 현수막, 명함 등 부가 물품들은 대략 선거 마무리 3일 전 후로 주문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표 도구 5억 원

전 국민이 투표할 때 사용하는 기표 도구를 놓고도 경쟁이 있었다. 기표 도구는 볼펜 모양을 띤 도장이다. 약 5억 원대의 수주를 놓고 여러 업체가 각축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종 기표용구 공급권은 문구업체 모나미가 가져갔다.

지난 27일 모나미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표 용구의 성능뿐만 아닌 경영 실적, 연구개발 현황, 사업 관리 등의 평가를 거친 후 모나미 제품을 선택했다. 모나미는 이번 선거에서 9만6000개, 스탬프 1만5300개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후보자들이 유세에서 사용하는 차량과 로고송을 만드는 업체들도 톡톡히 수익을 올렸다. 대형 LED 화면과 확성기가 장착된 1톤 유세차량 한 대 대여비용은 2000만 원대. 5톤 대형트럭은 4000만 원에 육박한다. 유세 차량 제작 업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원내정당 후보 5명이 나오며 지난 선거보다 30%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집계된 원내정당 후보 유세 차량 수는 더불어민주당은 305대,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각 285대, 274대를 제작했다. 바른정당은 33대, 정의당 19대로, 유세차량이 총 916대다.

원외 정당 후보자의 유세차량을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약 1000여 대가 사용되고 있다. 1톤 차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억 원 대 수익이 난 셈이다.

선거 로고송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곡당 평균 70만 원 많게는 200만 원 가까이 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로고송은 선거 종류에 따라 제작하는 수가 다르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만 해도 각 정당별로 한 업체가 평균 100~150곡을 주문받았다.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규모가 좀 더 커 400~500곡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이번 대선이 5월 9일에 치러지며 2~3일만 휴가를 내면 길게는 11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 기간이 탄생했다. 이에 숙박·여행 업계는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해외여행 출국자가 역대 최대 100만 명을 넘길 예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동남아 등 항공권, 단체여행 예약률은 이미 90%를 넘긴 상태고 제주행은 연휴기간 동안 매진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 인기 여행지들의 숙박은 거의 마감된 상태”라며 “심지어 도서지역인 울릉도나 홍도, 거문도, 백도 쪽 선편도 이미 마감됐다”라고 말했다.

유통계도 때 아닌 호황

유통업계도 사드 후폭풍 등으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다. 각 업체들마다 어린이날·어버이날 할인 등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백화점 관리팀 담당자에 따르면 대선이 결정된 날부터 마케팅 준비에 돌입했다며 이번 황금연휴 기간을 업계에서는 상반기 승부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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