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직을 맡기로 하면서 ‘재계의 스포츠 사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한국 스포츠에 대한 대를 이은 애정을 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는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기업 총수들이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장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KOVO는 지난 20일 신임 총재 후보로 조원태 사장을 낙점, 조 사장은 고심 끝에 총재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의 임기는 오는 6월 3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2020년까지 KOVO 총재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프로배구 구단인 대한항공점보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조 사장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에게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올림픽 유치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조 회장은 현재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으며 국내 탁구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재계에는 스포츠에 대한 각별함을 나타내는 기업 총수들이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나 개인의 관심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일부 대기업 그룹 오너일가들은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핸드볼과 인연이 깊다. 중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 생활을 한 최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 핸드볼 전용 경기장이 설립됐는데, 최 회장은 이 경기장 공사비 434억 원을 핸드볼협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전액 부담한 바 있다.
 
학창 시절 복싱선수로 활약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로 비인기종목 활성화에 앞장선 바 있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회장을 맡은 15년간 복싱협회장을 맡으며 한국 복싱에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한국 복싱은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2개 전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이뤘다. 김 회장은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과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 부회장, 국제복싱발전재단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스키 사랑’으로 유명하다.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은 스키 애호가로 알려졌다. 그는 6살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해,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재학시절 선수로도 활약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대한스키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스키연합회가 통합하면서 통합 대한스키협회 회장으로 추대됐고 8월에 제21대 대한스키협회장으로 재선출됐다. 취임 이후 신 회장은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한스키협회 일을 꼼꼼하게 챙기며 스키 선수, 지도자 육성 등에 협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신 회장의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이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종목에서 첫 메달 획득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0차 국제스키연맹(FIS)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축구 열성팬’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부회장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23년째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1994년 당시 현대자동차 부사장이던 정 회장은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구단주를 맡으며 축구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7년 전북 현대 다이노스 구단주를, 2000년엔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았다.
 
2011년 침체된 K리그를 살릴 적임자로 평가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선임됐다. 당시 논란이 됐던 승부조작 파문을 대처하고, 선수 복지연금 도입과 선수 최저연봉 인상, 유소년 육성정책, 1·2부리그 승강제 도입 등을 이뤄냈다. 2013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7월 재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 8월에는 ‘2016 리우 올림픽’ 한국 선수단 단장도 맡았다.
 
평소 풋살(미니축구)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옥상에 4개 풋살 경기장을 만들어 본사 및 현장 임직원과 풋살대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 경기장은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해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차례나 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아 지원을 해왔다.
 
현대차에서 지금까지 400억 원 가까이 재정을 지원했다. 훈련법 개발과 심리요법, 장비개발 등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국제 대회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1984년부터 2008년까지 7번의 올림픽을 거치며 양궁에서 금 16, 은 9, 동메달 5개 등 30개에 달하는 메달을 땄다. 특히 대회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직접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딴 기보배 선수가 관람석으로 뛰어가 정의선 부회장과 포옹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뜨겁게 나눈 게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계-체육단체, ‘밀회’ 즐기는 까닭
 
재계와 체육단체의 밀월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한국배구연맹 총재직을 맡기로 했다. 재계 총수 및 오너일가의 ‘스포츠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재계는 왜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까.
 
재계에 따르면 우선 총수의 개인적 관심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과거 복싱선수로 활약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핸드볼 선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스키선수로 활동한 바 있다. 선수 시절의 향수뿐 아니라 당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거느리는 기업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업도 알릴 수 있다. 국제적인 무대에서는 더욱 효과적이다. 또 해당 종목을 지원한다는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체육단체는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윈윈’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기업은 체육단체를 후원함으로써 각종 비용을 기부금으로 처리하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후원금을 기부금 또는 비용으로 처리하면 법인세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체육단체의 회장을 맡으면 체육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향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리도 노릴 수 있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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