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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시중은행이 대출의 반대급부로 예금이나 보험 가입 등을 권유하면서 이른바 ‘꺾기(구속성예금)’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금융위원회가 최대 12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정도다. 수법도 다양해 혀를 찬다. 일요서울은 ‘꺾기’사례를 통해 피해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과태료 12배 상향…건당 최대 2500만 원 부과
은행 근절 노력·금융 당국 제재 강화 병행해야

[사례1]
직장인 김 모씨는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른바 ‘펀드 꺾기’를 당했다. 신용대출 2000만 원을 대출받는 대가로 매달 20만 원씩 납입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년에 걸쳐 대출금 3분의 1 이상을 펀드에 넣게 된 것이다. 이는 펀드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벌이는 은행 간 과열 경쟁 때문에 불거진 촌극이다.

[사례2]
시중은행 한 지점은 2014년 10월 한 중소기업에 16억 원을 대출했다. 이후 해당 지점은 중소기업 대표에게 같은 달 31일 저축성보험상품 2건(월 100만 원)에 가입할 것을 강권했다. 다음달 27일에도 저축성보험상품 1건(월 200만원) 가입을 강요했다. 해당 중소기업 대표는 1년여간 보험료로 2100만 원을 냈다. 그 뒤 계약을 해지해 손실을 봤다. 중소기업 대표는 민원 절차를 거친 이후 보험사로부터 해지 손실분을 상환받았다.

김상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꺾기 적발 내역 자료(2011-2015년)에 따르면 국민은행 679건(152억9000만 원), 경남은행 561건(185억9000만 원), SC은행 379건(40억20000만 원), 하나은행 333건(99억7000만 원), 농협 224건(28억2000만 원), 부산은행 142건(60억1000만 원), 신한은행 127건(40억5000만 원), 대구은행에서 103건(70억2000만 원)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89건(43억1000만 원), 씨티은행 80건(6억8000만 원), 광주은행 53건(13억4000만 원), 산업은행 18건(41억7000만 원), 제주은행 2건(1억3000만 원) 이다.

앞서 2014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이 금융감독원과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구속성 상품 판매 의심 사례 자료’에서도 2013년에는 총 5만4585건의 꺾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당시 조사는 금감원 구속행위 규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이 1개월을 초과하고 2개월 이내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구속성 예금인 이른바 ‘꺾기’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을 해주면서 강제로 예금이나 적금 등을 유치하는 행위로,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대표적 관행이다.

피해는 느는데
처벌은 미흡

은행법 제52조에 의하면 은행은 중소기업이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개인의 여신거래와 관련해 여신실행일 전후 1월 이내에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또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00분의 1을 초과하는 예·적금도 판매해선 안된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은행들의 ‘꺾기’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한꺼번에 12배가량 올리는 극약처방을 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꺾기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등을 개정한 ‘은행업감독규정’을 지난달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위는 꺾기 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은행이 수취한 금액의 12분의 1’로 책정했는데 이로 인해 부과액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꺾기 규제가 저신용자·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데다 대부분의 차주가 꺾기로 가입한 상품을 단기간 내에 해지해 은행 수취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이 꺾기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피해 경중·고의성을 따져 기준금액 2500만 원의 5∼100% 범위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꺾기를 통해 예금이나 펀드 가입 등으로 다시 받은 금액의 12분의 1이 과태료 부과 상한액이었는데 실제 과태료 부과 금액은 건별 3~80만 원으로 평균 38만 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25일 이후부터 건별로 125~2500만 원, 평균 44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 출범한 은행이 안정적으로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 실태 평가를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 경영 실태
평가 3년 유예

올해 1월 도입된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경영실태 평가의 유동성부문 평가항목에 포함시킨다.

이 밖에 예금잔액증명서 부당 발급에 대한 불건전 영업행위로 추가하고, 사모펀드(PEF)가 인수한 기업에 대한 주채무계열 선정 관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기로 했다.
투자매매·중개업자가 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은 영업용순자본비율(150%)에서 순자본비율(100%)로 변경한다. 이번 개정안도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은 수취한 금액 중 12분의 1만 과태료로 부과해왔다”며 “꺾기 과태료 상한을 없애면 제재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여신과 수신 기능을 보장한 금융기관이다. 이러한 지위와 대출자들의 급박한 사정을 이용한 꺾기는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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