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을 알아야 百戰百勝’ 업계 탈환 속도 낸다

공룡기업 네이버, 카카오와의 승부 위한 전략적 영입
 
배달의 민족 성장과 경영 전체에 다양한 ‘도움’ 제공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신임 이사는 ‘네이버 모바일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등 네이버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8년간 이끌던 네이버와 지난 3월 이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진경준 검사장의 이른바 ‘주식대박’ 사건과 김 전 대표가 연류됐다는 의혹에 따른 부담감으로 물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터져 나왔다. 일요서울은 우아한형제들이 김 전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주목했다.
 
음식 주문 서비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3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승인했으며, 지난달 20일 김 신임 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신임 이사는 3년간 우아한형제들 사외이사로서 활동하게 됐다. 배달의 민족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신임 이사는 네이버의 성장을 이끈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의 민족 성장과 경영 전체적으로 다양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이사의 영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공룡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와의 승부를 위한 전략적 영입이라고 해석한다. 김 신임 이사는 서울대 법과대학,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졸업 후 판사 생활을 한 뒤 LG그룹 사내변호사를 거쳐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그가 네이버에 몸담고 있으며 ‘네이버 모바일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등 네이버의 성공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대박’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진 검사장과 함께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샀던 김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사회적 공분을 샀던 해당 사건에 연류 된 김 전 대표가 부담감을 못 이겨 네이버 대표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석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개최된 ‘2016 스타트업X인터넷기업인의 밤’에서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협업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각자 회사 대표로서 단순 협력을 강조하기 위함이지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전략적 영입’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입 이유는
 
배달의 민족은 초창기 배달통, 요기요 등과 같은 음식 주문 서비스 앱들과의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격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높은 인지도를 얻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어 경쟁사인 요기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통 지분 50% 이상을 사들이며 전략적 협업에 나섰다. 완전한 합병이 아닌 각각의 서비스를 유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 배달의 민족을 위협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당시 1위를 지속하던 배달의 민족은 두 회사의 공세에 한때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2014년 외국계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570억 원 후속투자를 유치하며 자본금을 앞세워 요기요와 배달통의 공격적 마케팅에 공격적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치킨게임’에 나섰다. 현재 배달의 민족은 배달앱 사용자 비율에서 두 배달앱을 압도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0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된 (주)우아한형제들의 2016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848억5026만 원 매출, 24억6001만 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5년에 약 495억 원의 매출에도 24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하면 안정적인 시장 정착이다.
 
국내 배달앱 경쟁에서의 잠정적 우위와 해외자본 투자유치 등 겹경사에 순탄한 기업운영을 이어갈 것 같았던 배달의 민족은 국내 IT공룡 네이버·카카오와의 경쟁이라는 큰 산에 직면했다.
 
산 넘어 산
 
실제 배달 주문이 많은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함께 탄력받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네이버와 함께 챗봇(Chatbot·채팅로봇) 도입에 활발히 나섰다. 특히 BBQ는 네이버와 함께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도미노피자 역시 네이버와 지난 2월 외식업계 최초로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봇이란 네이버 검색창에서 해당 프랜차이즈업체 명을 검색하면 ‘챗봇 주문하기’ 버튼 클릭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지난 3월 21일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배달 음식을 카카오톡 내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카카오페이를 통해 채팅창에서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해 편리성을 강조했다. 특히 카카오에 초기 입점한 피자헛, 놀부부대찌개 등 16개의 프랜차이즈 모두 배달의 민족과도 제휴 중인 기업이다.

문제는 해당 공룡기업들이 안정된 기반을 발판삼아 여러 플랫폼의 확장과 프랜차이즈 회사들과의 협업으로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경우 ‘챗봇’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팅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며, 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 이용자와 업체를 연결하는 수익 모델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배달의 민족 역시 김 신임이사 영입과 더불어 이들 공룡기업에 맞서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배민페이’를 만들어 카카오페이처럼 결제 단계에서 배민페이를 선택하면 비밀번호 6자리 입력만으로 결제가 되도록 하는 간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배민라이더스(외식배달), 배민프레시(반찬·집밥 새벽배송), 배민쿡(레시피·쿠킹박스), 배민키친(공유주방) 등을 운영하며 푸드테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김 전 대표 영입 이유와 카카오, 네이버 출신의 영입 계획 등을 묻기 위해 우아한형제들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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