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대학생 접대부, “학비 벌자” 지원 급증…평균시급 3만 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그동안 룸살롱, 단란주점, 가라오케 등 대부분의 유흥업소의 이용객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ㆍ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유흥업소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에 따라 여성을 접대하는 남성들도 수만 명(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예전에는 주 고객층이 부유한 중년층이었으나 최근에는 가격 인하 등으로 젊은 여성들도 호스트바를 많이 찾게 되면서 대학가로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던 호스트바가 ‘여성 전용 파티룸’이란 이름으로 신촌ㆍ홍대 일대에 진출해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그래서일까. 남성 대학생들이 여대생 손님을 맞기 위한 접객원이 되기 위해 줄이어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여성들의 생일 파티나 모임이 있을 경우 ‘여성 전용 파티룸’을 이용하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문구를 보면 “‘여성 전용 파티룸’은 여성들이 건전하고 편하게 음주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남성 접객원을 모집하는 호스트바 전용 구인구직 사이트도 여러 개였다. 사이트는 19세 인증과 더불어 핸드폰 인증을 마치니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는 수천 개의 업소에서 남성 접객원을 구하는 구인 정보가 올라와 있다. 대부분 시간당 페이가 3만 원 이상이고 월급 500~ 700만 원까지 준다는 업소도 많다.

먼저 강남에 위치한 여성 전용 클럽에 전화해 주류 가격을 물어보니 4인일 경우 80~90만 원만 가지고 오면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 홍대입구에서 영업하고 있는 ‘여성 전용 파티룸’의 경우는 대학가라서인지 약간 저렴했다. 양주 1병에 15만원인데 두병 시키면 30만 원, 여기에다 선수(남성 접객원) TC가 1명당 1시간씩에 3만 원 그리고 웨이터 봉사료가 3만원이라고 했다. 4인 기준 60만 원이면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가격이 대중화되어서인지 요즘엔 젊은 대학생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젊은 손님들은 대다수가 룸살롱이나 바에서 일하는 여성들로서 남성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호빠를 찾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여대생들이 놀이문화로 많이 애용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니 오늘 놀러오면 잘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실은 기자인데 취재하러 가도 되느냐고 말했더니 “이곳은 생각보다 건전한 곳이기 때문에 와도 상관없다”고 흔쾌히 승낙했다.
 
지원자 많아도
선수들 늘 부족
 

가게 오픈 시간인 10시에 신촌 홍대입구에 위치한 여성 전용 파티룸에 후배와 함께 찾아갔다.

통화했던 윤모(42) 실장이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룸으로 안내했다. 최신식 노래방 기기가 갖춰진 룸은 럭셔리하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직원이 양주 1병과 콜라 그리고 마른안주를 들여왔다. 기자가 “술을 마시지도 못하지만 김영란법에 걸린다”고 웃으며 거절하자 대신 직원이 쿠키와 커피를 가져다 줬다.

내심 경직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윤 실장은 매우 밝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했다.

“이곳에서 여성 고객들을 위해 서빙하는 남성들을 ‘선수’라고 합니다. 선수들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해요. 연예인처럼 잘 생긴 애도 있지만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많아요. 이곳에선 얼굴이 잘 생겨도 시크하다거나 과묵하고 잘 놀지 못하면 돈 못 벌어요. 잘 생기고 스타일 좋아서 초이스(선택)돼 들어가도 말 없으면 그냥 바로 선수 교체됩니다. 일명 뺀찌죠. 처음 보는 여자랑 5시간 동안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레 이야기할 수 없으면 아예 선수 생활 시작도 말아야 합니다.”

윤 실장은 이곳도 직장이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능력 있는 선수보다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선수들이 돈을 훨씬 안정적으로 많이 번다고 강조했다.

“얼굴이 잘생겼다고 테이블에 잘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잘생겨도 뺀질뺀질거리고 출근 늦게 하면 실장들이 손님방에 안 데리고 가요. 평소에 근태 성실히 하고 실장들 맘에 들게 행동해야 손님방에 꽂아줍니다. 손님 중에 잘생기고 키 크고 스타일 좋은 애를 찾는 여성들도 있지만 재미있게 잘 놀고 성격이 밝고 유쾌하면 좋아하는 여성들도 꽤 많아요. 특히 여성들은 외모에 대한 취향이 제각각이라 성실하게 잘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윤 실장에 따르면 손님들은 깍듯하게 공주님 대접해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면 지명선수로 찍어놓고 자주 와서 찾는다.

선수들 출근시간은 10시부터지만 11시가 넘어야 거의 다 출근한다. 하루 평균 30명 정도가 출근해 대기하는데도 늘 선수들은 부족하다.

손님들이 오면 5명씩 조가 편성돼 들어가지만 손님의 취향에 맞는 선수가 없을 경우 다른 조 5명이 또 들어간다.

가끔 ‘진상’ 손님에게 걸리면 계속 초이스가 불발되거나 초이스된다 해도 중간에 쫓겨나는 등 곤욕을 겪을 때도 많다. ‘진상’이란 업소에서 손님이라는 이유로 횡포를 부리거나 매너 없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가리키는 업계 은어다. 이런 손님을 ‘초이스 진상’이라 부른다. 업소의 선수들을 모두 동원해 선을 보여도 무조건 퇴짜를 놓는 유형의 손님이다. 그리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오라고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고 한다.

하지만 간혹 좋은 손님을 만나 팔자가 피는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2차(성매매)는 절대 없지만 선수들과 손님이 눈이 맞으면 바깥에서 따로 만나다 결혼까지 하는 커플도 있다. 물론 나쁜 손님에게 마음을 빼앗겨 돈을 버는 족족 다 갖다 바치는 선수들도 있고 공사(상대를 현혹시켜 큰돈을 받아내는 것)를 잘 쳐 선수생활을 접고 새 생활을 누리는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선수를 했던 김모(26)씨는 손님이었던 정모(22)씨에게 호감을 느껴 수시로 데이트를 즐겼다. 그런데 학생인 줄 알았던 정 씨가 룸살롱의 호스테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충격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험한 꼴을 사랑하는 여자도 똑같이 당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던 것. 결국 김 씨는 정 씨를 대학에 보내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느라 가끔 하던 선수생활을 매일 하고 있다.

반면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마다 선수를 뛰었던 황모(25)씨는 의사인 돌싱녀 B씨와 눈이 맞아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모를 갖춘 30대 중반의 B씨는 연예인급 외모의 황 씨를 만나 처음에는 데이트 비용만 부담했다. 여러 번 만나면서 황 씨가 가끔 데이트 비용 일부를 부담하자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며 옷부터 시작해서 자동차까지 사주더니 이제는 아예 자신의 집에 들여 동거를 하며 학비와 용돈을 대주고 있다.

이렇게 선수들과 손님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명 물주를 잡아 공사를 잘 쳐서 한탕 해먹으려는 선수들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윤 실장은 귀띔했다.
 
하루 평균 수입
10만~20만 원


기자가 “손님들 올 때까지 선수들과 조금만 얘기해보면 안 되냐”고 했더니 윤 실장이 대기실에서 5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왔다.

윤 실장은 ‘사이즈’가 가장 좋은 친구들만 골라온 것이라고 자랑했다. 사이즈란 외모, 키, 스타일 등을 통칭하는 이 바닥의 용어다.

자세히 보니 윤 실장 말 대로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훤칠했으며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경력, 지원 동기를 물어보니 전부 돈이 필요한 학생 또는 휴학생이거나 취준생이었다.

기자가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니 힘들지 않냐?”고 안쓰러운 듯 물어봤더니 가장 어려 보이는 A씨가 “진상 손님 만나면 힘들지만 초이스되면 거의 잘해주기 때문에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다 보면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B씨는 “경제적 불황 속에서 학비와 용돈을 마련하느라 고충이 많았는데 하루 평균 10만~20만 원은 벌 수 있어 부모님께 볼멘소리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 노릇하는 것 같아 좋습니다”라고 밝게 말했다.

그러자 5년 정도 이 생활을 했다는 C씨가 “근데 컨디션이 안 좋아 술 마시기 싫고 춤추기도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할 때는 정말 힘들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낮에 편히 자야 하는데 만나자고 하는 손님들이 많아 핑계를 대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과 술자리 후 연락처를 밝히지 않으면 자존심 상해할 것 같아 알려주면 만나자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는 것. 손님이기 때문에 잘해주는 것인데 젠틀한 그들 매너에 착각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거다.

그들은 일이 시작되면 손님들이 갈 때까지 일하기 때문에 보통 정오 12시까지 퇴근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이 일을 재미있을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고달프다고 털어놨다.

청년 실업이 극심한 현실 속에서 취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 입장에서 보면 여성 전용 클럽의 남성 접객원이 탈출구일 수도 있다. 또한 여성 입장에서 보면 음주문화에서까지 남녀평등이 이뤄져 이제는 사회적으로 여성이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을 상대로 하든 남성을 상대로 하든 술 접대부 문화가 건전할 수 없고 퇴폐적인 문화로 여겨질 수밖에 없어 호스트바 같은 유흥업소의 무분별한 확산에 우려를 표하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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