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못 뽑고 부채만 쌓인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재향군인회(이하 향군)가 어수선하다.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조남풍 전 회장은 2015년 3~4월 향군 선거와 관련해 서울지역 대의원 19명에게 1인당 500만 원씩을 제공한 것을 비롯해 전국 대의원 200여명에게 약 10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재향군인회 정상화 모임’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조 전 회장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조 전 회장의 금품선거와 산하 납품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수사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 전 회장 구속 이후 2년 동안 후임 회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한 재정 상태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향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대의원들에게 10억 원 상당의 금품 제공한 조남풍 전 회장
법원, 선거 당일 ‘선거 중지 가처분’ 인용, 회장은 언제 뽑나? 

 
대법원 3부는 지난 7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남풍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6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회장은 2015년 4~6월 인사청탁 명목으로 A씨와 B씨로부터 각각 6000만 원과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3~4월 향군 회장 선거와 관련해 서울지역 대의원 19명에게 1인당 500만 원씩을 제공한 것을 비롯해 전국 대의원 200여 명에게 10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향군은 각종 지원 혜택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공공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단체로 사회적 지위도 높고 투명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조 전 회장은 산하 업체 대표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큰 액수의 금품을 주고받는 등 매관매직과 유사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해 조 전 회장이 선거 관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6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36대 회장 선거 무산
향군회법 위반 인정

 
조남풍 전 회장의 형은 확정됐지만 향군 정상화 길은 멀어 보인다. 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6일 이상기 향군 이사 등 3명이 신청한 ‘임시총회 개최 금지 및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결국 이날 예정됐던 제36대 향군 회장 선거는 무산됐다.

벌써 두 차례 중단이다. 앞서 이 이사는 지난 2월 선거 일정이 촉박하게 잡혀 피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 이사는 지난달 17일 대의원들이 주도한 임시총회를 통해 향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향군회법 위반이라며 법원에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향군회법 8조에는 임시총회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선거에는 김진호 전 합참의장과 신상태 전 향군 서울시회장, 이선민 전 향군 사무총장 등 3명이 후보로 나설 예정이었다.

향군은 2015년 말 조 전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지난해 1월 그를 바로 해임하고 그해 4월 새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조 회장을 선출했던 2015년 4월 제35대 회장 선거 당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품 살포 주장이 제기됐던 일부 후보들이 다시 선거에 출마했다. 이에 향군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선거 중단 지시를 내렸다.

이에 불만을 품은 대의원들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것을 근거로 중단됐던 선거 절차가 재개됐었다.
 
향군 부채 5500억
연간 이자만 230억

 
향군은 7개 상법인과 3개 직영사업체 등 10여개의 수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직영사업체는 지난 2003년 사업개발본부를 만든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향군의 신용을 활용해 거액의 돈을 빌려 시행사에 건네고 이를 대신 갚는 방식으로 각종 수익사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2011년 7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가 생겼고, 현재 부채는 5500억 원 수준이다. 연간 이자만 약 230억 원이 발생하고 있다.
 
조 전 회장 재임 시
인사 비리 많았다

 
해임된 조남풍 전 회장은 취임 후 부적절한 인사 등으로 국가보훈처로부터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2015년 7월 28일 조 전 회장이 공개 채용철자를 거치지 않고 직원을 임용하는 등 인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향군은 신임 회장 취임 후 인사에서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본회 직원 12명을 채용했다. 이중 8명은 ‘60세 미만으로 3년 이상 근무 가능한 자’만을 채용하도록 규정돼 있어 57세 미만인 사람을 채용해야 하나, 이를 위반하고 58세 이상인 사람을 채용했다.

나머지 2명은 이사회 등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재정예산실장과 재정부장의 직제를 신설해 임용했다. 또 다른 2명은 공개채용 절차를 위반해 비서실장과 경영본부장으로 특별 채용했고, 이중 경영본부장은 향군 신주인수권부채(BW) 사건 당사자와 관계가 있는 인사로 확인됐다.

‘향군 BW사건’은 C 전 향군 유케어사업단장이 지난 2011년 향군 허락 없이 4개 상장사에 군 명의로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줘 향군에 790억 원의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보훈처는 “향군 정관 및 인사규정을 위반하고 채용한 12명의 임용을 전원 취소하고 인사책임자 2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향군의 인사 비리는 산하업체 인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산하업체 사장 등 임직원 13명을 임명하면서 경영 전문성을 검증하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이 조 전 회장 선거캠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들을 채용한 것은 선거캠프 관계자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향군 정관 및 인사규정을 위반하고 채용한 이들 13명의 임용을 전원 취소할 것과 인사책임자 2명을 징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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