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복합리조트(IR)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달 20일 인천 영종도에서 개장했다. IR는 ‘대규모 카지노’의 다른 표현이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국제회의장, 쇼핑센터 등 위락시설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 IR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가 아시아의 대표적 IR다. 쇼핑센터가 쇼핑몰로 속속 진화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번에 1단계 시설을 개장했다. 축구장 46배 넓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711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 한 번에 최대 1600명까지 들어가는 그랜드볼룸을 비롯해 200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2개 연회장과 5개 미팅룸이 있는 회의장 겸 연회장이 1단계에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하는 2단계 시설에는 ▲쇼핑센터 ‘타임플라자’ ▲물놀이·온천을 할 수 있는 ‘씨메르’ ▲3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클럽 ‘크로마이트’ ▲테마파크 ‘원더박스’ ▲한류 문화 공연장 ‘서브컬처마켓’ 등이 포함된다. 파라다이스시티 측은 “마카오를 제외하면 동북아시아 최초의 IR”라고 자랑한다. 중국 본토와 일본에는 아직 카지노가 없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 카지노 업계의 대표주자인 파라다이스그룹이 일본의 파친코 사업자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잡고 2012년 세운 합작법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건설했다.
1단계 사업비로 약 1조3000억 원이 들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에는 파라다이스가 55%, 세가사미가 4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최고경영진은 파라다이스시티가 한국 관광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전필립 회장은 “이것은 동북아시아 최초의 복합리조트가 될 것이며, 국내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난 3월 중앙일보에 밝혔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현재 서울, 부산, 인천에서 각 1곳, 제주에서 2곳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파라다이스시티가 가세해 모두 6곳이 되는 셈이다. 막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를 제외하면 현재 우리나라 카지노는 모두 17곳이다. 이 가운데 강원랜드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카지노가 외국인 전용이다. 이들 17곳 카지노의 연 매출은 대략 3조 원인데,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약 1조7000억 원)이 나머지 16곳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 최대 카지노 집결지인 마카오의 전체 카지노 매출은 40조 원이 넘는다.
일본 의회가 지난해 12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R 신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아시아에서 카지노 열풍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이 마침내 카지노 허용으로 돌아서게 된 데에는 싱가포르 카지노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014년 싱가포르의 카지노 두 곳을 둘러본 뒤 “복합 리조트가 일본 경제 성장에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싱가포르가 촉발한 아시아 카지노 열풍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국가다. 한국·호주·필리핀·베트남 같은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싱가포르를 좇아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 IR 건설에 열을 올리자 일본도 마침내 금기를 깨고 카지노를 수용키로 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IR 두 곳(도쿄와 오사카)을 열고 싶어 했지만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올림픽 이전 개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아시아에서는 근년 들어 카지노 건설이 활발하다. 베트남에서는 중국 국경 지역과 맞닿은 꽝닌성 등 3곳에서 IR가 건설되고 있으며,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모방한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조성해 동남아 최대의 카지노 국가가 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4억 달러가 투입된 오카다 마닐라가 지난해 12월 임시 개장하는 등 IR가 문을 열었거나 몇 년 안에 줄줄이 개장할 예정이다.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도 카지노 건설에 열심이다. 호주와 남태평양의 사이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도박을 엄금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태도를 바꾼 데에는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경찰국가’라고 할 정도로 시민의 도덕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온 싱가포르였지만 2005년 센토사 섬과 마리나베이 두 곳에 IR를 개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가 개장한 뒤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은 968만 명(2009년)에서 1450만명(2012년)으로 늘었고, 4만 여 개의 새 일자리와 매년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000억 원) 안팎의 세수(稅收)가 창출됐다.
이번에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가 자리 잡은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비행거리 3시간 반 이내에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접근할 수 있고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항공 교통의 요충이다. 일본 파친코 기업 세가사미가 파라다이스시티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카지노 고객 유치와 관련한 이런 교통상의 이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는 한국 정부가 내국인 입장을 허용할지 모른다는 기대도 작용했다.
미국의 대형 카지노 업체들은 10년 전부터 일본에 사무실을 차리고 ‘언젠가 허용될지 모를’ 일본 카지노를 노려 사전 정지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이들 미국 기업은 일본의 전통연극 가부키 공연에 후원금을 내는 등 일본 여론을 향해 공을 들여왔다. 앞으로 일본에서 IR 건설이 본격화하면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들이 합작 또는 운영 노하우 제공 등의 방식으로 참여할 것이 뻔하다. 이들 미국 카지노는 언젠가는 비록 제한적이나마 일본 내국인 출입이 허용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지금 일본 시장 진출을 놓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행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는 고객 다변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이지스캐피털의 데이비드 베인 분석가의 지난 3월 메모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림에 따라 마카오가 어부지리를 볼 것이라고 한다.
다이와증권 서울지점의 분석가 데이비드 권이 지난달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파라다이스그룹과 세가사미는 힘을 합쳐 일본, 그리고 태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로부터 비(非) 중국인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을 앞두고 “중국인 시장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 이슈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침체된 국내 관광산업에 힘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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