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 모 환자가 내게 상담을 요청했다. 최 씨는 올해 34세로 연희동에 자취하는 사무직 미혼 여성이다. 20년 동안 그녀의 가방 안에는 진통제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 날'의 통증이 오면 그녀는 밤새 뒤척이다가 전기 돌뜸기로 아랫배를 꾹 누르며 잠이 든다. 진통이 심하면 낮에 먹은 진통제 일일 최대 용량으로도 부족해 다른 종류의 강한 진통제를 하나 더 먹는다고 한다.  

검사 상 근종의 직경이 6.5cm가 넘는 상태였고 여성 호르몬을 제한하는 요법으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해 병원에서는 자궁절제술을 권유한 상황이였다. 나는 일단 여성을 안심시키고 사이즈가 늘어나고 있지 않으니 당장은 수술을 하지 말라고 했다. 미혼에다 출산도 안한 여성에게 자궁적출이라니 그 상실감과 우울함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수많은 여성들이 자궁근종(子宮筋腫: Uterine Myoma)으로 신음하고 있다. 자궁근종은 부인과 영역에서 가장 흔한 양성종양으로 자궁에 생기는 ‘살혹'을 의미하는데 35세 이상 여성에게 40~50% 발생하며, 최근에는 20대 여성에게도 부쩍 늘어난 추세이다. 20~30대 여성은 출산문제와 직결되므로 당사자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궁근종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아 일반 월경통으로 간과해 버리기도 하고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인과적 검진이나 산전 검사를 받는 중에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징 증상으로는 하부팽만감, 비정상적 자궁출혈, 골반동통, 월경과다, 월경통 등의 증상이 흔하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으로 여성 난소기능이 활발한 젊은 여성들에게 호발한다. 그리고 폐경이 되면 이 호르몬 양이 확연히 줄어들어 더 이상 근종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지고, 있는 근종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4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발생한다면 폐경이 올 때까지 비수술적 요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궁근종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첫 째는 ‘불임', 두 번째는 ‘자궁절제'가 가장 많다. 불임을 야기하는 자궁근종은 근종이 착상이 되는 위치에 있는 경우이거나, 근종의 모양이 자궁내강을 왜곡시키는 형세다. 이런 경우에는 착상이 되더라도 저체중아, 유산, 제왕절개의 확률이 높아진다. ‘자궁절제'는 예전에는 손바닥 크기 이상이면 자궁전체절제술을 표준으로 하는 치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호르몬요법, 복강경 수술, 자궁경 수술 등으로 근종의 축소화로 자궁을 최대한 보존해 나가는 것이 추세다.

따라서 자궁근종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근종의 크기와 증상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기가 커질 때까지 발견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방에서는 자궁근종을 ‘징하', ‘석하', ‘장담' 등으로 지칭하는데 원인으로는 간울기체(肝鬱氣滯), 어혈(瘀血) 등의 병기가 흔히 나타난다.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소양인이 신허(腎虛)하여 자궁생식기가 약해 근종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로는 기를 통하게 해주는 기제, 어혈을 없애주는 거어혈제가 많이 사용된다. 그 밖에 출혈, 통증, 냉적, 혈허에 대해서도 수증치료를 실시하게 된다.

한방치료를 양방치료와 비교한다면 근종의 크기가 7~8cm 혹은 그 이상이 넘어 압박이 심해지고 증상이 계속된다면 한방치료보다는 양방의 외과적인 치료 방법이 최선이 된다. 일반적으로 7~8cm가 넘으면 근종의 어혈과 적취가 상당 기간 동안 진행돼 단단하게 석회 침착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되는데 이 같은 경우엔 한약만으로 없애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종의  크기가 작고 쉽게 커지지 않는 경우라면 한방 치료의 대상이 되는데 이 같은 경우 자궁근종 그 자체에 대한 치료제(어혈)와 수반증상(간울기체, 출혈, 통증, 냉적)에 대한 치료로 치료가 아주 잘 되는 편이다. 

자궁근종 환자에게는 대계가 특효약인데, 대계란 엉컹퀴의 뿌리를 말한다. 대계는 간경(肝經)에 작용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다스려 간해독, 이담작용, 소염작용, 혈액응고작용, 부정자궁출혈 등에 두루두루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 <본초강목>에서도 제시되었지만 옛 선조들도 대계의 효능을 알고 음식으로 먹기도 하고 약으로도 복용했던 것으로 기록된다. 용법은 대계 20~30g을 2컵 반의 물에 넣고 약한 불로 반이 될 때까지 달여 하루에 나눠 먹는다.

자궁을 포함한 여성의 생식기관은 본질적으로 출산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매달 원활한 월경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통계상으로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경험한 여성보다 자궁근종 발병이 훨씬 많이 되었다. 또한 여성들이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유지되어야 근종이 생기지 않았고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직업적으로도 수녀, 과부, 혼자 사는 미혼 여성 등 출산 및 성경험이 부족한 여성들에게 발병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여성들은 출산과 성생활을 통해 자궁 내 울혈된 혈액을 순환시켜주어야 어혈이 적체되지 않고 근종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과 비혼주의 현상으로 인해 혼자 사는 미혼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자궁근종 환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임에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자궁근종의 '의학적 치료' 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생활 및 사회적 치료'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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