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K, 2주 만에 나타난 홍준표 안철수 역전 현상
- ‘포스트 대선’ ‘위기’에 처한 보수 세 갈래 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등락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4월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48.0%로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5월 2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23.7%로 급락했다. 자유한국당(한국당) 홍준표 후보 38.5%,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 23.9%에 이은 3위다. 2주일 사이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것이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 후보 지지율 급락은 TV 토론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4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모두 7번에 걸쳐 TV 토론이 진행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TV 토론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국 기준으로 홍 후보 10.0%, 안 후보 4.5%이다.

안 후보에 대한 긍정 평가는 대구·경북에서 더욱 야박했다. 홍 후보가 21.6%인데 비해 안 후보는 3.3%에 그쳤다.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대구·경북 TV 토론 긍정 평가는 22.2%로 1위를 차지했다. TV 토론이 반영된 4월 말 이후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대표 주자는 안 후보에서 홍 후보로 바뀌었다. 불과 보름 만에 일어난 다이내믹한 변화였다.

문재인 대항마 홍준표 부상, 당선 가능성은?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세론과 문재인 비토론으로 치러졌다. 대세론의 진원지가 20∼40대라면 비토론의 진원지는 대구·경북이었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에 대한 상흔이 선명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대구·경북은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를 탐색해왔다.

대구·경북은 절박하다. TV 토론을 통해 안 후보가 검증대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자 미련 없이 발을 빼고 있다. 대구·경북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선후보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일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은 냉정하다. 배신자로 찍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TV 토론 평가를 후하게 쳐주고 있다. 그러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번은 아니라는 신호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의 고뇌가 묻어난다.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 이후 궤멸 위기에 처한 보수 앞에는 대략 세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첫째, 문재인 대항마로 보수층의 선택을 받은 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는 경우이다. 홍 후보는 5월 2일 보도·공표가 제한되는 마지막 여론조사에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2위를 놓고 안 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한 격차로 앞서기도 했다.

만약 홍 후보가 ‘보도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실제 득표율’이라는 과거 대선공식을 깨고 당선한다면 보수는 복원될 수 있을까. 홍 후보의 승리가 곧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국정 실패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당장 야권과 시민사회는 촛불민심 되살리기에 나설 것이다. 성찰 없는 승리는 보수층에게도 보수(補修)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지난해 말 탄핵정국보다 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포스트 대선, 바른정당과 유승민의 앞길은?

둘째, 홍 후보가 낙선한다면 보수는 리셋(reset)할 수 있을까. 만약 홍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30%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홍 후보가 한국당의 중심으로 보수 정당을 정비하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을 넘어 새로운 보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홍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박 전 대통령, 친박, 강경보수 입장을 대변했다. 홍 후보는 국민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채 줄곧 보수를 바라봤다.

셋째,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가 주장한 보수 혁신의 길이다. 이들은 탄핵 주도와 탈당 명분으로 정의를 내세웠다. 과거 공작정치가 난무할 시대에서는 탈당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치는 곧 명분과 원칙이다. 탈당은 어떤 경우에도 명분과 원칙이 되기 어렵다. 밖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안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안에서 안 하면 밖에서도 못 한다. 대한민국 밖에서 대한민국 내부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탈당과 창당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재차 탈당과 입당을 추진하는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이를 잘 입증한다. 정의의 실현도 특정 정당이나 일부 정치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정치학에 회자되는 경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오히려 정의의 과잉을 방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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