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보수 대혁신’을 외치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이 창당한 지 100일을 넘겼지만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홍준표 후보에 크게 못 미치고 33명의 의원 중 13명이 탈당해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내우외환에 빠졌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은 보수 대안 세력을 자청했지만 오히려 보수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여론조사에 춤추는 바른당 탈당파 ‘안철수’에서 ‘홍준표’
- ‘보수 혁신’ 외친 劉 ‘정치 리더십’부재와 보수 분열 ‘책임론’ 대두

# 장면 하나
4월 14일 여의도 
바른정당 20명 조찬 회동場

이날 바른정당 20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한 호텔 식당에 모였다. 화두는 유승민 후보 사퇴를 포함한 보수후보 단일화와 당내 진로, 그리고 의원들 거취 관련 논의를 위한 장이었다.

대선국면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이 한풀 꺾이고 중도 보수 후보를 자처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부상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을 때였다. 안 후보는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은 유승민 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의견이 갈린 것은 거취 문제였다.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홍준표 후보가 있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것인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루지 않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한 만큼 안철수 후보를 지지 선언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후문이다.

# 장면 둘
4월 16일 여의도 식당, 4월 24일 의총장 
‘劉 흔들기’ 본격화

이틀 후인 16일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멨다. 이 의원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4월29일(투표용지 인쇄 시기)까지 기다려 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밝혀 ‘유승민 흔들기’ 전면에 나섰다.

또한 이 의장은 “만약 사퇴 건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총을 열어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의총에서 결과를 도출하지 못 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요구(보수후보 단일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당대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선언을 해야 한다”며 “유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당의 후보로 남아 있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해 구심점 잃은 바른정당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후 24일 바른정당은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3자 단일화 관련 마라톤 의총을 가졌다.

24일 7시 30분경부터 다음날인 25일 새벽 12시 30분까지 5시간을 꽉 채운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다. 대선은 코앞인데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너무 낮아서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진 비공개 의원총회였다.

결론은 애매모호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만 좌파 패권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한다.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한다” 사실상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반(反)문재인 3자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는 “단일화에 반대한다”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 장면 셋
4월 28일 국회 20명 3자단일화촉구… 
이은재 ‘돌발 탈당’

5시간 마라톤 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자 3일 후인 4월28일 오전 바른정당 내 후단협 의원들은 3자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고 유 후보 압박에 다시 나섰다. 이에 유 후보는 “돕지 않을 거면 흔들지나 말라”며 반발했다.

소속 의원 20명은 ‘3자 후보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제목의 연명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안보 불안 세력, 좌파 세력의 집권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다수 국민들의 시대적 명령”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좌파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바로 중도ㆍ보수가 함께하는 3자 후보 단일화인데, 양강 구도를 통해 국민적 여망을 결집시키면 문재인 후보를 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일화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했다.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권성동ㆍ김성태ㆍ김용태ㆍ김재경ㆍ김학용ㆍ박성중ㆍ박순자ㆍ여상규 이군현ㆍ이은재ㆍ이종구ㆍ이진복ㆍ장제원ㆍ정양석ㆍ정운천ㆍ주호영ㆍ하태경ㆍ홍문표ㆍ홍일표ㆍ황영철 의원으로 총 20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김성태, 홍문표, 이은재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9명이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이와 관련해 사전 논의했다.

후보단일화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계획하고 있는 사이 돌발 탈당이 이날 벌어졌다. 바로 이은재 의원이 이날 탈당 선언과 동시에 자유한국당 복당선언을 먼저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선대위뿐만 아니라 바른당 내 후단협 의원들 역시 예상치 못한 ‘돌출 행동’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래저래 이 의원이 선도탈당하면서 당초 집단 탈당을 계획하던 의원들 일부가 일탈하는 계기가 됐다.

# 장면 넷
5월 1일 인사청탁 의혹, 5월 2일 14명 탈당 
劉 흔들기 ‘최고조’

이 의원이 ‘돌발행동’에도 불구하고 후단협 의원 20명 중 14명은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5월1일 의원회관 제3 간담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바른정당 탈당과 함께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위한 사전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권성동, 김재경, 홍일표, 여상규, 홍문표, 김성태, 박성중, 이진복, 이군현, 박순자, 정운천, 김학용, 장제원, 황영철 의원이 참석했다.

당초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20명 중 정양석, 주호영, 하태경, 이종구 의원 등은 빠졌다. 이날 유 후보 역시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히 여의도를 찾아 대책을 논의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을 비롯해 정병국,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을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유 후보는 한 언론사로부터 2014년 6월부터 1년 동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유 후보는 “불법 인사청탁이 아니다”,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고 강력 부인했다.

결국 다음날인 5월2일 지역구에서 추후에 탈당 선언을 하기로 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한 13명의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탈당 선언을 하고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탈당 선언문은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은 보수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고 결의를 밝혔다.

# 장면 다섯
바른정당 집단 탈당·복당
당 해체 위기 ‘자초’

바른정당 13명의 탈당 및 자유한국당 복당 선언 후폭풍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인해 보수세력이 어떤 판단을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홍준표 후보에게 보수 전통 세력이 힘을 몰아줄지 아니면 유 후보에게 ‘동정론’이 쏟아져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단 14명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탄핵 찬성파 황영철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탈당을 유보하고 당 잔류로 가닥을 잡아 최종 12명이 탈당했다. 14명에서 2명이 탈당을 보류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현역 20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던 바른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바른당 김세연 사무총장은 5월3일 13명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당원 입당과 후원금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창당 이후 최대 위기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 의원은 “하루 평균 온라인 당원 입당은 평소의 50배, 후원금 모금은 20여 배 늘었다”고 밝혔다. 2일과 3일 입당 당원이 1500여명에 이르고 모금액은 1억3000만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12명의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 복당을 환영했던 자유한국당 기류도 바뀌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복당 승인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5월3일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한 복당 승인은 비상대책위원회 권한인데 지금 비대위를 소집할 여력이 없다. 대선 이후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유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의원에 대해 복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친박계의 반발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12명의 의원이 ‘철새정치인’으로 낙인찍히고 전통 보수세력의 반발이 일면서 자칫 이들은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무소속으로 홍 후보를 돕는 ‘백의종군’의 수모를 감수하게 됐다.

한편 유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홍 후보는 집단 탈당 관련 유 후보에게 “덕이 없어 탈당파들이 한국당으로 왔다”고 노골적으로 TV토론에서 공격했다.

실제로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유 후보가 후보 단일화가 시작될 초기에 전국을 돌기보다는 의원들과 스킨십을 높여 탈당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며 “그러나 ‘단일화는 없다’, ‘나를 흔들지 마라’며 자기정치에만 골몰하고 동료 의원의 미래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탈당파들이 ‘당선가능성’에 따라 원칙 없이 탈당과 복당을 하는 행태로 유 후보는 보수 결집보다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 후보에 대한 보수 분열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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