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언은 北이 아니라 中 의식한 것”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과 극을 달리는 대북 발언에 외교 당국이 연일 긴장하고 있다. “우리의 수(moves)를 알려선 안 된다. 이건 체스 게임”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말 그대로 양극단을 오가며 예측불허 방식으로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난 이달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대뜸 “내가 그(김정은)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것을 할 것”이라며 기존의 압박 기조와 180도 다른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발언이 지나치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6번째 교역 파트너인 한국을 꾸짖고 모욕하면서, 미국을 파괴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북한의 지도자를 찬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말을 과연 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 변화는 대북 압박에 제대로 동참하려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존 박 하버드대학 벨퍼센터 코리아워킹그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만남’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대화를 요구하는) 중국과 협조하는 모습을 내보이면서 더 엄격한 대북 (제재) 조치를 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실제 대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것일 수 있다면서, 향후 더 강한 대북 압박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와 비용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한국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집권할 경우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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