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찾는 한국인 중 절반, 특히 여행으로 인도네시아를 찾는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들은 발리를 찾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발리’옆에 롬복이 있다. 10년째 ‘새롭게 뜨고 있는 휴양지’라는 수식어로 불려온 안타깝던 섬. 하지만 요즘, 그야말로 제대로 뜰 것 같다.
지난 3월 24일 방송을 시작한 나영석PD의 새 예능 ‘윤식당’에서 롬복이 다시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올해는 나 PD가 2007년 KBS 2TV ‘1박2일’ 을 시작으로 일약 스타PD가 된 지 10년이 되는 해. 한때 ‘꽃 보다…’시리즈로 여행지를 띄우는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나PD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있다.

그런 나PD가 새롭게 택한 곳은 이제껏 제대로 한 번 꽃 피워보지 못하고 10년째 떴다 가라 앉았다를 반복해온 발리 옆 섬 롬복이다. 발리에서 고작 항공으로 20분, 배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롬복은 발리에서 지척임에도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윤식당’을 촬영한 롬복의 섬 중 하나인 길리는 마법의 섬으로도 불린다. 어쩌면 길리의 마법으로 나PD와 롬복이 재기에 성공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발리 있다. 발리 품은 롬복
“발리 가보셨죠? 발리에는 롬복 없지만, 롬복엔 발리 있어요” 롬복공항에서 갓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더니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롬복은 발리의 풍경과 문화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반면 발리에서는 롬복이 자랑하는 새하얀 모래사장과 산호가 가득한 바다를 찾아보기 어렵다.
롬복에는 발리 힌두교를 비롯해 이슬람 문화, 토착 신앙 등 다채로운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반면 발리는 힌두 문화가 지배적이다. 발리의 분위기가 세련되고 경쾌하고 자극적이라면, 롬복은 조용하고 순박하고 단순하다. 그래서 “발리가 청량음료라면 롬복은 맑은 생수와 같은 곳이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제주도와 비교하면 발리는 제주도의 3배, 롬복은 2.7배 크기로 두 섬의 면적은 비슷하나 발리에는 약 310만 명, 롬복에는 250만 명이 살고 있어 롬복의 인구밀도가 조금 더 높다. 선입견만으로는 롬복을 발리의 부속 섬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발리와 롬복의 비슷한 점은 면적정도가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두 섬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심지어 롬복이 발리의 부속이 아닌 오히려 롬복이 발리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섬, 롬복. 어쩌면 발리를 품은 섬의 이름.

<infor> 지도 속 롬복
롬복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롬보’, 즉 ‘끝이 없는 길’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런 롬복의 위치는 인도네시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 옆이다. 지도를 살펴보면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를 시작으로 발리-롬복-숨바와-코모도 섬순으로 줄줄이 이어져 있다. 이 섬들이 위치한 지역을 누사텡가라제도라고 부른다. 숨바와섬은 최근 비&김태희 커플이 허니문을 다녀오면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숨바와섬 옆 코모도 섬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공룡이라 불리는 왕도마뱀 ‘코모도’가 사는 섬으로 세계 최고 다이빙 포인트 중 한 곳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의외로 화려한, 매력 빵빵 터지는 롬복
롬복의 별명은 의외로 화려하다. 해외의 많은 전문가와 여행객들은 롬복을 일컬어 ‘허니문을 위한 10대 파라다이스(론리 플래닛)’,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섬 베스트3(BBC)’, ‘아시아의 베스트 해변(콘데나스트 선정)’, ‘숨 막힐 듯 멋진 비밀의 섬(뉴욕타임스’ 등으로 표현하며 앞 다투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롬복 섬 여행과 휴양의 중심지는 셍기기해변이다. 롬복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관광타운으로 발리에서 쾌속 보트를 타면 바로 셍기기를 만날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지어진 고급 리조트들을 비롯해 휴양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 수와 종류가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그리고 상점들, 동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뻗은 눈부신 백사장과 그보다 더 멀고 넓게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가 끝없이 펼쳐진다.
셍기기에서 북쪽을 따라 방살까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해변들이 늘어서 있다. 최근 도로도 깨끗하게 포장돼 여행객뿐만 아니라 롬복의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 중에서도 말리부 해변이 가장 핫하다. 해변의 중턱 언덕에는 전망대가 있어 가깝게는 길리의 세 섬과 멀리 발리까지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롬복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말리부로 몰려든다. 발리보다 상업화가 덜 돼 현지 주민들의 소박한 삶까지 엿볼 수 있어 롬복은 본 섬만으로도 매력이 터지는 곳이다.
롬복의 주인공 길리섬
롬복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 주인공은 롬복 북서부에 자리한 작은 세 개의 섬, ‘길리 삼총사’. 이 세 개의 섬은 걸어서 불과 2~3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10대 휴양 섬’ 중 하나로 꼽힌 길리 트라왕안과 바다 거북이를 비롯한 온갖 해양 동식물을 만나 볼 수 있는 스노클링의 명소 길리 아이르, 길리 메노를 가보지 않고 롬복에 대한 어떤 평가도 단정적으로 내릴 수는 없다. ‘길리에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은 이 섬에 매직 아일랜드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몰디브와 보라카이를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다. 그 어떤 에메랄드빛을 상상하건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내는 바다와 티셔츠 한 장을 걸쳐도 모델 같은 유럽 여행객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화보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바로 정답이다. 실제 길리를 찾는 여행자의 80%는 유러피언들이다. 작고 예쁜 카페, 바, 클럽, 레스토랑이 섬 주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젊음과 멋이 빵빵 터진다. 흥분은 그저 필연이다.
길리 삼총사
▲ 길리 트라왕안
세 섬 중 가장 붐비는 섬으로 숙박시설이나 레스토랑이 다른 섬보다 많다. 요가 센터 및 각종 편의시설도 다른 섬에 비해 잘 갖춰져 있어 너무 한적한 곳보다 밤 문화를 즐기기 원하는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추천한다. 요가, 선셋 감상, 자전거 하이킹 등을 추천한다.

▲ 길리 메노
가장 작은 섬으로 메노는 사삭어롬복 지방 고유의 언어로 ‘호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섬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섬 서쪽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그곳에서 새끼 거북이를 보호해 바다로 내보낸다고 한다. 가끔 메노 해변에서 수영을 하다 작은 거북이를 만나는 행운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 길리 아이르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섬으로 인도네시아 말로 물이라는 뜻이다. 세 섬 중에서 현지 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메노보다는 여행자가 많고 트라왕안보다는 한적한 중간 분위기의 섬이다. 방갈로와 편의 시설은 남쪽 해안에 있고, 수영은 동쪽 해변에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리에 없는 다섯 가지
길리에는 다섯 가지가 없다. 모터로 작동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찰, 개, 담수 그리고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한때는 어부가 없었다고 한다. 자동차를 대신하는 것은 조랑말이 끄는 마차인 ‘찌모도’이고, 작은 섬이라 완전히 담수화되지 못한 물에서는 늘 짭쪼름한 냄새가 난다.
또한 경찰 대신 ‘마을 자치위원회’에서 치안, 물가 조정, 환경보호를 담당하는데 개와 경찰이 섬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때는 ‘마약 소지 혐의’가 있는 여행객 조사를 할 때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인스턴트 메신저 카카오톡이 거의 참패한 반면 라인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에 개 프로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
info> 길리섬 여행 정보
길리까지 발리에서 가는 방법은 항공편과 배편이 있는데 항공은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롬복의 국제공항에서 길리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량으로 넉넉하게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셍기기 지역에서 묵으며 길리섬을 데이투어로 다녀오는 방식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발리 여행 후 발리 주요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길리섬으로 바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길리 트라왕안 섬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중간에 롬복 방살 선착장을 들러서 가기도 한다. 발리에서는 빠당바이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하며 우붓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천국의 계단, 린자니 산
해발 3726m의 린자니 산은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휴화산으로, 수백만 년 전에 폭발과 침식으로 형성된 산이다. 1997년에 세워진 린자니 국립공원은 월리스 선에 있어 동남아시아와 호주의 열대 동식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린자니 화산은 린자니 산 국립공원 안에 있다. 린자니 화산은 1847년 9월에 첫 폭발을 한 후 2004년 10월 1일 그리고 2016년 8월에 또 한 번 요동쳤다. 린자니 분화구 안에 형성된 타원형의 거대한 칼데라 호, 세가라 아낙은 린자니 화산이 폭발할 때 생성된 호수로 해발고도 2000m에 위치하며 수심이 최고 200m, 지름이 6km~8.5km에 달하는 거대한 산상호수다.

세가라 아낙은 인도네시아어로 ‘바다의 눈’이라는 뜻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다처럼 푸른 빛깔의 물을 머금고 있다.
린자니 산은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해발 2700m에 있는 분화구 가장자리에 도착하게 되면 매서운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방한복을 준비해야 한다. 산을 오르는 길은 매우 좁다.

아무리 넓은 구간이라도 2명이 같이 걸어가기 힘들 정도. 자연스럽게 일행보다는 자연과 호흡하며 좁다랗고 구불구불한 길을 순례하듯 혼자 걷는 수밖에 없다. 길 주변에는 아직도 화산 흔적이 시뻘겋게 남아 있고 이 척박한 땅 위에는 꽃 한 송이조차 보이지 않는다.
구름과 같은 눈높이에 닿을 즈음, 지금까지 올라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번갈아 쳐다보면 하늘까지 끝없이 길이 이어진 기분이다. 린자는 계단, 니는 천국이란 의미로 린자니는 ‘천국의 계단’이란 뜻이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프리랜서 박재아 기자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