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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의 가파른 오름세로 수익을 거둬들였다. 일부 시중 은행은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 잔치까지 열었다.

대형 은행들이 해외 시장 악화 및 미국 금리 인상 등 어지간한 대내외 충격에도 버틸 만한 체력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마냥 박수를 칠 수만은 없다. 은행들이 거둬들인 수익 대부분이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 상대로 돈 장사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자수익이 대부분…‘서민 등골 휜다’ 아우성
선진 금융·공헌 활동 등 긴 안목의 경영 나서야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21%로 2월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2월(3.48%)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 2.66%에서 8월 2.70%로 오른 이후 8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도 연 3.43%로 2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연 4.61%로 전월대비 0.15%포인트 올랐고, 500만 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는 연 4.32%로 전월에 비해 0.11%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전방위로 오르고 있지만,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변동 없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3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49%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써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99%포인트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커졌다. 이는 지난 1월(2.0%)을 제외하면 2013년 1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을 기준으로 한 예대금리차는 2.26%포인트까지 치솟는다.

저소득층 이자 부담, 역대 최대

반면 서민들은 대출이자 부담으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을 해약했다. 장사가 안 돼 은행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이자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김모 씨는 “(대출을 추가로) 빌릴 수도 있지. 그래도 현재까지는 보험 들어가던 거 해약해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담스러워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수준(2016년 3월말 기준)에서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씩 1%포인트까지 올린다면, 한계가구 수, 금융부채, 이자지급액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가구란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이 마이너스이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지난해 3월 말 한계가구 수는 약 150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8.0% 수준이지만, 한계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289조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32.7%에 달한다.

한은은 금융기관이 적용하는 가계대출 금리가 금융기관별·차주별·대출종류별 등의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폭으로 상승한다는 가정 하에 현 수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씩 1%포인트까지 상승하면 금융부채가 24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 조사역 관계자는 “가계의 수신증가폭 둔화 등의 영향으로 이자 소득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가계 대출의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저축이자는 쥐꼬리가 되고, 대출이자는 눈덩이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잖아도 없는 살림에 예금보다는 대출이 많은 서민들은 빚 부담만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고금리 인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대부업자와 차입자, 시장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민들이 시중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서조차 대출이 어렵게 되면 결국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은 대출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나 사채업자 등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변신…공익 금융으로

앞서도 정부가 시중은행 대출을 규제하자 2금융권 대출이 몰렸던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만큼 이번에도 불법사금융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차입자의 피해 축소, 신용도 높은 고객 유입에 따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반면 저신용자의 신용접근 방해, 불법 사채시장 확대 우려도 있다”며 “고객 특성과 시장 상황에 맞는 규제 방식 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 입장에선 억울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박수를 받는다. 경영자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고, 근로자들의 공헌도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은행만큼은 예외다. 적자를 내면 경영을 못했다고 질타를 받지만, 그렇다고 막대한 흑자를 내도 칭찬은커녕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고위험군에 대한 대출 충당금을 기존 20%에서 50%를 쌓도록 했고,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는 일명 ‘총량 규제’에 까지 나선 만큼 대출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대출 목표치를 채울 분위기가 아니지 않겠냐”며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국내 은행들도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돈 장사에만 집착하는 은행’, ‘차가운 은행’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착한 은행’, ‘따뜻한 은행’의 이미지 구축이 절실하다.

돈벌이에만 집착하지 말고 고객과 함께 하면서 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착한 은행’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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