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부활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회장은 지난달 상표권 허용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매각 과정이 지연되면 우선매수권이 부활돼 인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24일 박 회장 및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전략경영실장 사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채권단은 통보 다음 날인 25일부터 더블스타와의 매각 작업을 재개했다. 양측은 5개월 내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연장, 정부 인허가 등 매도 선결 요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겉으로는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상당히 불투명해진 셈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소멸된 건 아니다. 향후 5개월간 매각 작업을 지연시킬 수 있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게 된다. 오는 9월 23일까지 매각 협상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다시 부활한다는 계약상의 조건 때문이다.
 
여기서 박 회장이 꺼내든 게 ‘상표권 협상 카드’다. 박 회장 측은 최근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은 박 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데, 앞서 더블스타는 채권단 측에 ▲사용 기간 5년 보장 ▲15년 선택 사용 등의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바 있다.
 
채권단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상표권의 소유주인 금호산업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용 조건을 확정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상표권 관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박 회장이 매각을 지연시키기 위해 꺼낸 카드인 만큼, 상표권 사용에 대해 소송을 진행한다면 매각 과정을 뒤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허용 받지 못한다면 인수 후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블스타가 인수 대금으로 1조 원에 가까운 액수를 써낸 건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포함한 것이다. 만약 상표권 사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페널티는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 카드는 박 회장으로서는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연간 60억 원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매출액의 0.2%, 영업이익의 14.5%에 달하는 액수다.
 
더블스타 측이 상표권을 포기하고 인수한다면 이 금액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더 큰 문제는 박 회장의 이익 때문에 상표권 사용을 불허했다는 논란이 불거진다면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위험 부담은 또 있다. 산업은행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다. 업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채권 만기연장 카드로 박 회장 측을 압박할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채권 1조3000억 원을 6월 말로 연장했다.
 
금호타이어의 현재 재무 상황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갚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만약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측이 다시 만기 연장을 요청했을 때 채권단이 이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채권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한다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수전이 무산되더라도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기회가 가지 않고 법정관리로 직행할 수 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다. 산은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노조도 끌어안고 있다. 최근 진행된 금호타이어 노조의 2차 서울 상경 집회 뒤 산은과 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은-더블스타-노조’ 3자간 협의체 구성 등에 포괄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은과 더블스타가 노조를 설득시켜 중국 기업과의 인수전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더블스타든, 박삼구 회장이든 고용보장이 우선 담보돼야 한다”며 3자 협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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