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내에 북한에서 온 첩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감청장비 구입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 국무총리는 “안보를 위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보를 위해 감청기능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법대로라면 감청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황 총리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말을 했을 리 없다. 그의 발언이 있기 6개월 전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9년 징역형이 확정됐다.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무명의 그를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한 것이다. 2014년 12월 통진당이 종북 정당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것도 국정원이 이루어낸 개가였다. 2006년에는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이 연결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도 국정원의 성과였다. 이 모든 것이 국정원에 국내 정보수집과 수사기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 같은 국정원의 국내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는 대선후보들의 선거 공약이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폐지하고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 조직으로 개편해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문 후보의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 공약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지금은 오히려 국내 종북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국내 수사 기능을 강화해야 할 때다. 이석기 전 의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사회 요소요소에 국가 전복을 노리는 불순세력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듯 싶다.
국정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이나 반국가사범을 척결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온 공적이 여실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국정원 국내 수사 기능은 국가 안위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국내파트 폐기는 간첩 잡는 일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만약 국정원의 국내 수사 기능이 없어지면 이석기와 같은 반국가 지하조직이 창궐할 것이다. 문 후보는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담당토록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들여 국정원이 해왔던 대공수사를 경찰이 빈틈없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문 후보의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국정원이 그동안 정권에 이용돼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었다. 권력의 눈과 귀가 돼 주고 때로는 해결사 노릇까지 하는 정권안보 기구로서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됐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진보 정권 역시 국정원을 이용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 시절 4억5000만 달러를 국정원이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 계좌로 보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남북분단의 현실에 비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대상을 간첩과 테러에 국한시키면 되는 것이다. 
정보기관이 권력의 정치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다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검찰, 경찰할 것 없이 못돼 먹은 정권의 시녀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