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매장 수 부풀리기…4년 만에 법적 남남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국내 최대 치킨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이하 BBQ)가 계열사였던 BHC와 이별하는 과정이 순탄치 못하다. 2013년 매각과 함께 고소·고발이 이어지다 결국 지난 2월 법원의 판결로 남남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다. 두 기업은 국내 치킨시장을 놓고 맞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각에 따른 법적 이별이 깔끔하지 않았던 만큼 사업적 이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처뿐인 설전,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만 실추
‘한때는 한 가족, 이제는 경쟁자’…업계 2위 탈환은?

두 기업의 악연은 2000년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초반 제너시스 비비큐그룹은 업계 3위 BHC를 사들였다. 당시 BBQ는 업계 2위였다.

법정 싸움 수차례…

BHC의 2012년 매출은 810억원, 영업이익은 140억 원으로, 제너시스 비비큐 그룹에 인수된 이후 최근 5년 새 2배 넘게 급성장했다.

2012년 11월 제너시스 비비큐 그룹은 BBQ가 아닌 BHC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상장 실패 후 재추진이 여의치 않자 IPO를 접고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을 선택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TRG(더로하튼그룹)에 팔면서 남남이 됐다. 매각가격은 1200억 원 내외로 알려졌다. BHC의 당시 매출은 약 1130억 원, 당기순이익은 174억 원이었다. 문제는 이듬해 발생했다.

BHC를 인수한 시티은행계열 사모펀드(TRG)는 BBQ가 BHC를 매각할 당시 가맹점 수 등 회사 가치를 사실보다 부풀렸다며 국제조정위원회 중재법원에 최소 47억9200만 원에서 최대 250억 원 배상 중재를 요청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 2월1일에서야 BBQ가 BHC에 배상금액 98억4900만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최종 판결났다.

앞서도 양사 관계는 껄끄러웠다.  BHC는 2014년 같은 물류회사를 사용하는 BBQ가 당시 신제품 ‘뿌링클’과 ‘별코치’ 원재료를 물류창고에서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경기도 광주경찰서에 고발했고, 광주경찰서는 수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성남지방검찰청으로 넘겨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BHC 관계자는 “요거트 치즈에 찍어 먹는 치킨 신제품 ‘뿌링클’과 ‘별코치’를 출시했는데 BBQ 연구소장이 원재료를 무단으로 가져간 것을 확인하고 절도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 침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BBQ 역시 맞소송하며 법정다툼에 나섰지만 법원은 BHC 손을 들어줬고 결국 BBQ 측 절도죄가 인정됐다. 이에 따른 결별 수순이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BBQ는 현재까지도 BHC로부터 물류와 식자재를 납품받음으로써 사실상 B2B(기업간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BBQ는 지난 4년간 BHC에 일임했던 물류창고와 소스·파우더 등 상품 생산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물류 및 소스·파우더 등 상품생산 등을 계약에 의해 BHC에 맡겨왔는데 그동안 영업기밀이 새어나가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구체적인 날짜를 못박을 수 없으나 현재 내부적으로 직접 담당하는 방안을 계획·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경영 후 날개 달까…

두 기업은 국내 치킨 시장을 놓고 맞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성장을 꿈꾸기는 쉽지 않다. 치킨 업계도 이미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장 출점도 주춤한 상황이다.

신규 출점은 물론 기존 매장의 브랜드 변경, 속칭 ‘간판갈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인 셈이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 상태라 매장 늘리기가 정체 상태에 도달했다”며 “기존 가맹점 폐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결국 BBQ와 BHC는 상호 상처를 남기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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