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 투자를 위한 ‘조기 등판’ 오너의 결단 필요

‘그레이트 CJ 2020’ 프로젝트에 속도 붙는다
 
CJ대한통운·제일제당·E&M·CGV 주축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귀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이후 경영 일선 복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복귀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 4년 만의 복귀로 CJ그룹은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에 따른 ‘그레이트 CJ 2020’ 목표 달성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5조 원 투자를 위한 ‘조기 등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이미경 부회장의 미복귀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재현 CJ회장의 복귀를 둘러싼 CJ의 전망을 쫓아가 봤다.
 
지난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이재현 CJ 회장이 최근 귀국했다. 이 회장은 오는 17일 수원 광교신도시에 지은 통합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재현 회장은 2013년 6월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유전병 진행 속도가 빨라졌고, 신장 악화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으며 건강이 악화 됐다.
 
이 회장의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는 신경 근육계 유전병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 발 등의 근육이 손실되는 질환이다. 해당 질환으로 인해 그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뒤 통원 치료에 전념했다. 당초 지난 3월 CJ온리원페어 행사에 참석해 경영 복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치료차 미국행을 다시 택했다. 현재는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경영 복귀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 회장의 복귀 시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CJ그룹이 올해 5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 체제의 전문경영인으로 운영되는 CJ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투자 결정 및 판단을 이끌어갈 오너의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복귀가 이뤄지면 지난 2010년 발표됐던 ‘그레이트 CJ 2020’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레이트 CJ 2020’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해 그룹의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CJ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3조9542억 원으로 ‘그레이트 CJ 2020’에 크게 미치지 못한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글로벌 사업에 주력
 
CJ그룹은 5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M&A로 그룹 확장에 나서 ‘그레이트 CJ 2020’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는 내수 사업만으로 매출 100조 원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CJ는 M&A를 통한 그룹 확장으로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 물류, 식품·바이오 글로벌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6일 단행한 그룹 인사에서 우수 경영진을 글로벌 사업 부문에 배치하고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의 승진자가 많았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당시 CJ는 상무 이상 승진자 32명 중 12명이 글로벌 부문에서 배출됐다.
 
CJ대한통운은 물류 사업을 맡고 있으며 물동량이 많아질수록 물류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사업구조 특성상 그룹 내 M&A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질 곳으로 꼽힌다. 이미 CJ대한통운은 2015년 중국 CJ로킨, 지난해 말레이시아 센추리로지스틱스, 인도네시아 대형 물류센터, 필리핀 TDG그룹과 합작법인인 CJ트랜스네셔널 등을 설립했다. 또 지난 4월 26일 중동과 중앙아시아 아랍에미리트 이브라콤의 지분 51%(773억 원)를 인수, 같은 날 인도 종합물류 3위 기업인 다슬로지스틱스 지분 50% 인수 등을 통해 1대주주에 올랐다. 이는 CJ그룹이 2020년 글로벌 탑5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성장전략 다각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대형 M&A 준비 계획을 밝힌 바 있어 글로벌사업 확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CJ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CJ가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것은 CJ제일제당의 사료 사업이다. 이에 CJ는 동남아를 사료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 두 곳의 사료 공장을 신설했다. 공장 완공으로 동남아에서 연간 280만t의 생산규모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CJ는 인도네시아 6개, 베트남에 4개, 필리핀과 캄보디아에 각각 1개 등 총 12개의 동남아 사료 공장을 운영한다.
 
또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 생선·미트볼 가공업체 ‘민닷푸드(Minh Dat Food)’를 15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해 기존에 보유하던 미트볼 등 완자 상품을 현지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올해 매출 목표를 40조 원으로 잡으며 향후 해외 대형 M&A 등을 통해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경 CJ 부회장은?
 
CJ그룹의 ‘그레이트 CJ 2020’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식품·바이오, 물류사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그룹 몸집 불리기의 주축으로 CJ E&M과 CJ CGV도 꼽힌다.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이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능력을 보여준 오너다. 그는 CJ그룹의 영화, 방송, 음악 등 CJ E&M과 CJ CGV이 CJ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로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복귀는 이재현 회장 복귀보다 연기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경영에서 물러나 2014년 10월 미국으로 떠난 뒤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경영구조가 이 회장을 중심으로 짜인 전문경영인체제가 확실히 자리 잡은 만큼 이 부회장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이 부회장의 복귀가 미뤄지는 데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이 2013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당시 그룹 내 모든 공식적인 직위를 내려놓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건강 악화 측면도 있지만, 수감과 재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룹 내 지배권을 이미경 부회장에게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회장이 전문 경영인체제를 도입한 것도 이 부회장에 대한 견제 전략의 하나로 해석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려왔던 하대중 CJ E&M 사장에서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성수 부사장이 대표로 전격 발탁된 것을 해당 주장의 근거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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