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장미대선’이라 불리는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선거문화가 달라졌다. 천편일률적 토론 방식도 바뀌었고 언론사들은 ‘팩트 체크’라는 이름의 실시간 뉴스를 쏟아냈다. 대선 후보들도 색다른 선거운동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미디어의 도움을 벗어나 후보 스스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조기 대선에 맞춰 사전 투표를 비롯 온라인 선거 운동, 인증사진 촬영 등 각종 선거관련 규제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변경했다. 일요서울에서는 조기 대선이 불러온 신 선거풍속도를 알아봤다.

온라인상에서 선거운동, SNS 투표 인증샷 올릴 수 있다

지난 4일~5일 이틀간 전국 3,507개 투표소에서는 19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가 진행됐다. 특히 서울역·용산역·인천공항 등에도 사전투표소를 설치해 유권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고가 필요없어 국민들은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선거를 할 수 있는 투표방법이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의 사전투표율은 11.5%, 지난해 20대 총선의 경우 12.2%였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번에 처음 실시됐다.

주소지 밖의 구·시·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 투표용지는 회송용봉투에 넣어 봉함됐다. 투표함에 투입된 회송용봉투는 투표 마감 후, 사전투표참관인의 참관 아래 관할 우체국에 인계하며 해당 구·시·군선관위로 발송된다.

주소지 관할 구·시·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 투표용지는 투표함 째 관할 구·시·군선관위 청사 내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별도의 장소에서 선거일 오후 8시까지 보관된다.

CCTV에는 영상 암호화 및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보관·관리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담보했다. 투표함들은 선관위 선거종합상황실 내에 설치된 통합관제센터에서 보관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19대 대선후보자 토론회를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및 스탠딩 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과거와 달리 기조연설은 아예 생략했다. 생략해 후보자 간 충분한 토론 시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방식은 후보자별로 주어진 발언시간의 총량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다른 후보자와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다. 자유토론 발언시간은 후보자당 총 18분(5명 기준)이었다.

지난 18대 대선 토론회는 후보자 간 질문·답변 시간이 1~3분 정도로 제한돼 후보자가 공약·견해를 밝힐 시간이 부족하고 유권자도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후보자가 서서 토론하는 스탠딩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토론회의 긴장감과 역동성을 살리고, 후보자의 몸짓·자세 등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후보자의 다양한 역량을 검증하고 토론의 몰입감을 높일 목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처음 실시된 스탠딩 토론은 반쪽짜리였다. 제 자리에 서있을 뿐 후보자들이 움직이거나 하지는 못해 역동성을 살리는 데도 관심을 끄는 데도 실패했다.

‘팩트 체크’란 말은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사건·사고가 정치인들의 말 등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틀어 ‘팩트 체크’라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는 가짜 뉴스가 커다란 이슈가 됐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마치 사실인 양 진짜 뉴스처럼 만들어져 온라인상에 떠돌아 문제가 된 것이다. 가짜 뉴스의 등장 덕분에 언론사 등의 팩트체크는 더욱더 강화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거의 모든 언론사가 ‘팩트 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예 신문 홈페이지에 팩트 체크 카테고리를 넣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앞 다퉈 팩트 체크와 가짜 뉴스 관련 코너를 만들었다.

팩트 체크 도입의 백미는 4월 28일 진행된 JTBC와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후보 토론회였다. 당시 후보들이 내각 구성과 관련한 토론 도중 한 후보가 당선 후 기용하고 싶은 인물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JTBC 측은 팩트 체크를 통해 TV토론회 도중 대선후보가 내각 구성과 관련한 실명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선거법 위반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 판단이라며 사실 확인을 해 줬다.

후보들 간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팩트 체크는 상당히 긴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실시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 전례는 없었다.

팩트 체크의 중요성이 커지자 대선 후보 캠프에서 토론회 도중 실시간 팩트 체크해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사례도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 4월 28일, 5월 2일 두 차례 토론회 생방송 중 상대 후보들의 발언에 대한 펙트 체크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 후보별 개인 방송채널도 눈길을 끌었다. 선거기간이 짧다 보니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송채널로 SNS, 유튜브 등을 활용한 것이다.

후보들은 이 방송채널을 통해 선거현장 열기부터 지지자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정보를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방송에서는 시간적인 제약과 규제 문제로 볼 수 없는 후보의 일거수일투족과 다양한 정책 등을 가감없이 보여줘 시민들의 관심도 컸다.

문재인 후보는 이른바 ‘문재인TV’를 서비스 중이다. 유세 현장 실시간 중계는 기본이고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여해 공약 등을 소개하는 ‘문재인나이트라이브’는 지지자들에게 인기다. 안철수 후보는 IT전문가답게 모션그래픽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안 후보 공약을 알기 쉽게 그래픽으로 볼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채널명이 ‘홍대TV’다. 유세현장 영상을 중심으로 채널을 구성했다. 심상정 후보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심부름센터가 떼인돈 받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유승민 후보는 ‘유승민, 끝까지 간다’란 제목의 영상이 눈길을 끈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에 대한 감회를 잔잔한 영상으로 전달했다.

한편 이번 대선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일반 유권자들도 인터넷,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인증샷의 경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거나 V자를 그리는 등 손가락으로 지지 후보를 표시할 수 있다. 싫어하는 후보 벽보에서 팔로 X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또 선거 당일 온라인으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하다. 기표된 투표지를 촬영해서 올리거나 인쇄물을 통한 게시 역시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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