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세에 난타당한 SBS, 상업방송 생존위한 몸부림인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일 저녁 SBS 8시 뉴스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도와 조직 확대 등 부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세월호를 대선 직전 인양했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문 후보 측은 ‘최악의 가짜 뉴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과 박광온 공보단장이 SBS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결국 SBS는 3일 기사 삭제와 함께 공식 사과문과 해명이 담긴 뉴스를 방송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언론탄압이라며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에게 양자 토론까지 제안했다. 그동안 문 후보는 세월호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기사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문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SBS의 보도 행태도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박광온 공보단장 SBS 항의 방문
뉴스 검증과정이 미흡했다고? 궁색한 변명에 의혹만 증폭 

 
SBS는 지난 3일 해양수산부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앞서 SBS는 지난 2일 오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말을 인용해 해수부가 정권 창출 전 세월호를 인양해 문 후보에 유리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 문 후보가 약속한 수산 분야 제2차관 신설, 해양경찰 편입 부처 숙원을 이루려 했다고 전했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데스크가 뉴스를 검증하는 과정)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며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SBS 8 뉴스’ 앵커이기도 한 김 본부장은 “다만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검토한 데스크를 비롯해 SBS의 어떤 관계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새벽, 해당 기사를 SBS 뉴스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삭제한 것은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해 보도책임자인 내가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며 “정치권은 이번 보도 내용이나 해명 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SBS의 사과는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 모든 사태가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면 기사 삭제가 아닌 편집 전 영상을 공개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SBS의 어설픈 대처는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언론의 객관성,
균형성 포기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SBS가 사과와 함께 기사를 삭제하자 일제히 문재인 후보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해 “SBS 의혹보도 사건은 반드시 진실규명이 돼야 할 패륜적 행태고 정치적 공작이다”고 날을 세웠다.

기사를 삭제한 SBS에 대해서도 “마치 권력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호소, 정치보복 탄압을 두려워하는 굴종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인제 선대위원장도 “문 후보와 민주당이 방송사에 어마어마한 압력을 가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방송사가 5분 넘는 사과방송을 하고 기사 삭제하는 소동 벌였겠느냐”고 힘을 보탰다.

KBS 앵커 출신인 민경욱 미디어본부장은 “새벽까지 보도본부장에 압력을 넣어 삭제시킨 희대의 언론탄압을 규탄한다”며 “해수부와 문 후보 측의 사전교감설과 별개로 공중파의 귀중한 기사를 사라지게 한 중대한 언론말살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SBS 보도국은 어제 언론의 객관성, 균형성을 포기했다. ‘민주당 방송국’을 자처한 SBS 보도국은 사실상 언론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 측이 SBS를 정치공작, 가짜 뉴스를 만든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양념부대도 SBS와 기자 개인에 대해서 입에 담지 못할 사이버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3일 비판 논평을 냈다.

이어 “SBS가 어떠한 경위로 해당 방송을 하고 또 어떠한 경위로 사과 및 방송 삭제를 한 것인지는 반드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별개로 SBS가 정치공작을 했다는 문재인 후보 측 주장은 과연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것이 문자폭탄, 댓글부대를 동원한 언론 탄압, 언론 길들이기는 아닌지 당장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변인은 “오거돈 부산 상임선대위원장은 4월 17일,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주최한 부산 토론회에서 ‘후보와 몇 번 이 부분에 대해서 대화도 했고,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위기의식 느낀
SBS 선택?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SBS의 세월호 인양 의혹 방송 사태가 경쟁사 등과의 경쟁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KBS는 수신료라는 든든한 재원이 있다. MBC는 공영방송사라는 지위와 고정 시청자가 있는 데 반해 SBS는 민영방송사로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송이나 신문 등의 미디어분야 경기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수익 사업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종편까지 등장하다 보니 광고사업 등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JTBC, TVN 등이 각각 뉴스와 드라마 분야에서 두각을 내다보니 위기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BS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청와대로 간 SBS 인사들은 5명 정도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최금락 SBS 방송지원본부장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고, 하금열 전 SBS 사장은 대통령실장으로 갔다.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도 SBS 간부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이 사회문화특보, 홍보수석을 거쳤다. 김 전 본부장보다 먼저 홍보수석에 임명된 사람은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였다.

하지만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과거 정권과 선을 긋고 있다. 전 정권과 친밀한 관계였던 SBS로서는 위기의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열린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통령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내각 인선 관련 국민 추천제를 얘기하면서 손석희 JTBC사장을 거론했다.

결국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SBS의 세월호 방송 사태가 터진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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