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단체 “알바 고용해 수험생 가장 댓글 달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인터넷강의업체 A사와 이들의 ‘댓글 알바 불법 홍보’ 의혹을 제기한 학부모 단체 간에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전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른바 스타 강사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경쟁 강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게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하자 이들의 소속 학원 A사가 명예훼손으로 맞고발하고 나선 것. 스타 강사들의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는 ‘본인은 치켜세우고 상대는 깎아내리는’ 댓글 알바가 있다는 비밀이 공공연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소송전으로 진흙탕 싸움을 빚기는 처음이다.
 

 
‘사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사정모)은 지난달 28일 고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넥스트로 강용석 변호사를 통해 “C씨와 S씨, K씨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교사 출신인 C씨는 한국사 강사로서 현재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수학 강사 S씨와 국어 강사 K씨도 각 과목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인기 강사다.

사정모는 지난 3월에도 또 다른 한국사 강사 S씨와 사회탐구 강사 C씨를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사정모는 “S씨와 C씨는 ‘불법 댓글’ 홍보를 통해 학원을 선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기망, 자신들의 강의를 수강하게 함으로써 3년간 수강료 합계 100억 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이들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다양한 자료들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정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유명 강사들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로부터 이른바 ‘불법 댓글’ 게재 업무를 하달받은 알바생들은 지난 수년간 대표적인 수험생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뉴빵카페, 쭉빵카페, 수만휘, 오르비 등의 댓글난에 이들을 홍보하고 경쟁 강사인 K씨와 L씨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들을 수천 개 이상 달아왔다.

사정모는 “강사들의 소속업체인 A사 측 지시로 수험생 관련 인터넷 사이트, 인터넷 학원사이트에 홍보 댓글을 달고 경쟁 강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수천 개 이상 달았다는 제보자들을 만났으며 지시 내용이 담긴 이메일, 활동 경과보고서, 돈을 입금받은 은행계좌 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A사, 조직적으로
불법 댓글 홍보 지시?

 
사정모와 강 변호사는 지난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사 측이 지난 5년간 10억여 원을 들여 댓글 홍보업체를 고용해 자사 소속 스타 강사들에 대한 조직적 불법 댓글 행위를 펼쳤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A사가 댓글 홍보업체 G사를 시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허위 댓글을 올림으로써 수강료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경쟁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 등에 따르면 A사 측은 G사의 댓글 작업에 구체적 지침까지 내렸다.

강 변호사는 홍보업체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 일명 ‘뉴빵카페’, ‘일베’, ‘디시’ 등에서 활동한 증거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 댓글부대는 수험생으로 가장해 자신이 담당하는 스타강사의 강의를 홍보하는 글을 게시하고, 본인이 작성한 글에 또다시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자회견에서 강 변호사는 A사와 홍보업체 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면계약서상에는 ▲실명 인증 아이디 생성 및 유지비 300만 원 ▲알바생 섭외 및 관리비_홍보조 3명(각 180만 원), 공격조 2명(각 230만 원) ▲PC방·교통비·모텔비·위험수당비 100만원 등 구체적인 비용이 명시돼 있었다.
 
우형철, 증거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에는 일명 ‘삽자루’로 알려진 수학강사 우형철(53)씨도 참여해 이 같은 주장에 목소리를 더했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2년 5월까지 A사 소속 강사로 활동한 우 씨는 “A사에 소속돼 일할 당시 A사가 계속해서 불법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해 대표와 본부장, 몇몇 일타 강사들에게 해당 사실을 물었다”면서 “그들은 뻔뻔스럽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강의는 수많은 수험생에게 희망을 줬는데, A사 같은 비양심적인 업체가 지금처럼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인강 시장에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 씨는 A사가 홍보를 위해 댓글 알바를 지속적으로 운영한 증거가 있다며 지난 1월 14일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댓글을 올리는 일을 해온 내부 고발자가 우 씨에게 준 자료를 근거로 만들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사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댓글 알바를 운영해왔다. 댓글 알바단은 하루에 한 번씩 A사로부터 지시 사항을 메일로 받아 홍보글을 올렸다.

알바들은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실제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다. 역사·사회탐구 강사는 여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뉴빵·쭉빵카페에 댓글을 집중시키고 광고라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80~90%는 잡담으로 채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를 위해 ID를 ‘야구를 좋아하는 고3’, ‘여성지를 자주 보는 재수생’ 등 자연스러운 인물로 꾸미기도 했다. 또 K 국어강사에 대해 “문학 쪽이 강하니 비문학은 S씨로 듣길 권한다” 등 특정 강사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글을 제시하기도 했다.

IP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PC방, 공용 와이파이 등에서 작업하라는 지침은 물론 특정 강사만 추천할 것, 한 조당 하루 작업량을 홍보글과 잡담을 포함해 137개를 작성할 것 등의 지침도 내렸다.

같은 팀원끼리도 서로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점조직으로 움직였으며, 모두 가명을 사용했다. 일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계속됐다.

우 씨는 이 같은 일이 모두 불법이라며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수백 개의 아이디를 운영하기 위해 대포폰을 이용해 특정 계정의 휴면 상태를 풀고 그 계정으로 댓글 알바를 했다는 것.

동영상이 공개되자 A사 측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온라인사업본부 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사장은 “바이럴 마케팅과 관련해 기타 여하의 사유를 불문하고 즉각 해당 인원에게 중단 지시를 했다”며 “이미 진행된 마케팅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 전부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A사는 2007년 불법 댓글 알바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다. 2011년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과문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한다. 10년 동안 행위를 인정하고 또 반복하는 행태를 벌인 것이다. 현재 확보된 증거는 5년치 자료로 G사 외에 또다른 업체가 있어 10억 원 이상 불법 홍보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정모는 유명 강사들이 A사의 불법 홍보 행위에 관여한 것과 관련해 ▲A사 공개사과 ▲불법댓글 홍보 강사 전원 퇴출 및 온·오프라인 강의 제외 ▲대표 사퇴 등을 요구했다.

우 씨가 A사 비판에 나선 것은 A사와 법정 공방 직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우종)는 A사가 우 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26억4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사는 2012년 8월 우 씨의 동영상 강의 등 교육 콘텐츠를 2년여 간 독점 판매하는 대가로 20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4년 4월 계약금 50억 원에 2020년까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2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우 씨가 2015년 5월 A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A사는 계약금과 위약금, 영업손실액 등을 합쳐 총 126억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우 씨는 재판에서 “A사가 블로거를 고용하고 수강생인 것처럼 속여 강사 홍보 글을 올리게 했고, 계열 학원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관련 없는 내 이름을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댓글알바를 고용했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작성된 사실만으로는 실제 고용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A사 소속 강사만 옹호하고 타 강사를 비난하는 취지의 글이 포털 사이트에 게시됐다고 해서 A사가 해당 글 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고 우 씨는 이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교육업체 댓글 알바는 오랜 관행
 
사교육업계에서는 ‘댓글 알바’로 통칭되는 홍보 경쟁이 이미 관행처럼 굳어져 온 오래된 일이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위법성 여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직 인터넷 강사 A씨는 “인터넷 강의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2000년대 초반부터 댓글 마케팅이 성행했고, 나도 내 강의에 대해 호평을 남기는 댓글 알바단이 있다는 사실을 묵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육업체가 수억 원의 계약금을 주고 대행업체에 댓글 홍보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영세한 업체들은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홍보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인터넷 강사 B씨 역시 “댓글 홍보에 대해서 대부분 스타 강사들이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어느 강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다른 교육업체들의 댓글 조작 사례도 심심찮게 적발됐다. 원서접수 대행업체 B사는 지난 2015년 ‘오르비스옵티무스’에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남겼다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14년엔 C사가 대행업체를 통해 댓글 알바를 동원,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에 타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올린 사실이 우형철 씨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업체들이 비도덕적인 홍보 수단도 꺼리지 않는 것은 매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A씨는 “대형 인터넷강의 업체와 스타 강사 간에는 수십, 수백억 원의 계약금이 오가며 어떤 강사는 강의 수익의 75% 이상을 보장받는 특급 대우를 받는다”며 “업체로서는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강사로부터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A사는 현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사정모의 대표 우모씨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A사 측은 “고발당한 강사들이 수험생으로 가장해 자신들을 홍보하고 경쟁 강사들을 비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적도 없다”며 “사정모 측이 해당 강사들에 대해 말한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어 A사 측은 “사정모의 실체가 없다”며 ‘사정모 동원설’을 제기했다. A사 측은 “사정모의 법률대리인 강용석 변호사가 ‘사정모는 회원 200명 보유 단체로, 1년간 설립 준비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발족했다’고 설명했으나, 사정모의 강남H학원 집회 당시 사정모 측 인원들은 수당을 받고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또 “사정모는 급조된 유령조직에 불과하다”며 “강 변호사의 설명은 거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사정모는 지난 2월 23일과 3월 7일 기자회견 이후 강남H학원으로 이동해 2시간 정도 피켓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정모 측 강 변호사는 “사정모 동원설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사정모 동원설’을 일축했다. 이어 “고발당한 강사들이 아닌, A사가 고발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무고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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