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증가 영상 삭제 대행업체 이용료 100만 원부터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얼굴과 알몸이 담긴 사진·동영상, 일명 ‘몰래카메라(이하 몰카)’가 유출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다.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인 기피증,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넘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피해를 입는다. 심지어 가정이 있는 사람도 과거 연인이었던 상대가 앙심을 품고 몰래 촬영·보유하다 유포한 몰카로 인해 이혼을 당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기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고 한계···영상 변형 유포 시 찾기 힘들어
진선미 의원, 지난해 ‘리벤지 포르노 금지법’ 대표 발의···국회 법사위 계류 중


지난 2015년에는 온라인상에 퍼졌던 ‘워터파크 몰카’가 입길에 올랐다. 해당 영상은 총 4개로 185분 분량이었다. 당시 경찰은 촬영 용의자와 공범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돼 검거했다.

경찰은 2015년 8월 25일 전남의 한 지역에서 몰카를 촬영했던 여성 용의자를 붙잡았다.

검거 경위는 의외였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경찰에 “아버지에게 맞았다”며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인 아버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 딸이 워터파크 몰카를 촬영한 것 같다”고 진술해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이틀 뒤인 27일 이 여성에게 촬영을 지시한 30대 남성을 전남 장성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1월 14일 법원에 의해 실형이 선고됐다.

해당 영상은 같은 해 8월 중순경부터 중국, 동남아 등 해외사이트와 국내 사이트 등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바 있다. 경찰은 이 영상으로 인한 피해자를 약 2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해당 동영상에 대한 접근 차단 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변형된 파일과 제목, 다른 영상과의 짜깁기 등을 통해 유포되는 경우 방대한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보니 시민들의 우려가 컸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유출되고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보다는 주변 지인을 통해 유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한번 노출되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받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소라넷 잠식되니
일반인 몰카 기승

 
지난 2016년 4월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이자 ‘초대남’ 등 논란으로 불거졌던 ‘소라넷’이 폐쇄됐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음란사이트는 여전하다. 기획성과 의도성을 띄는 만큼 상대방의 허락 없이 몰래 찍은 영상이 유포되는 경우가 많아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많은 음란사이트에서는 아직도 화장실, 공공장소, 모텔에서 성행위를 하는 영상과 여성 몰래 치마 속의 속옷 등을 촬영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몰카를 포함한 최근 5년간 방심위에 접수된 영상물 피해는 1만8000여 건. 2014년 1404건, 2015년 3636건, 2016년에는 732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피해 사례가 늘면서 범죄신고율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를 이용한 범죄 신고율은 지난 2010년 1134건에서 2015년 7615건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몰카, 음란물 등 성풍속을 해하는 죄는 총 1만5679건으로 이중 카메라 이용 촬영 발생 건수는 7615건, 48%로 절반을 차지한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규정 미비

 
몰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개인이 일일이 수많은 사이트를 뒤져 대처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모든 유포 경로를 찾기엔 역부족이다.

수십 가지의 다른 제목으로 같은 영상이 검색되고 다른 장면 영상과 짜깁기를 통해 변형된 형태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수사기관 고소 또는 방심위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기본적이지만 몰카 삭제 대행업체에 의뢰하기도 한다.

몰카 삭제 대행업체들은 대개 영상을 감지하는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디지털 성범죄 자료 삭제 비용은 한 달 기준, 10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영상이 해외 여러 국가에 퍼졌을 경우에는 비용이 두세 배로 오르기도 한다.

몰카 피해자들은 삭제 대행업체에게 동영상 삭제를 의뢰하는 순간 금전적 희생을 감수하게 된다. 삭제량이 많을 경우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대행업체는 대부분 중·소규모다 보니 직원 한 명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영상 건수가 2~3건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처벌 규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성폭력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규정 및 처벌조항이 마련돼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을 전부 규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본인이 자신의 민감한 신체 부위나 사생활을 촬영한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면 성범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리벤지 포르노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진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할 뿐 성폭력 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개정안 발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진 의원은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담은 촬영물이 유포됐음에도 단지 촬영 주체가 본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를 효과적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개정안은 꼭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률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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