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文의 과감한 공약 국회 문턱 넘을까?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정치권력과 권력기관의 개혁이다.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기관의 권력을 나누고 견제해 권력의 핵인 대통령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약 중엔 지나치게 개혁적이고 국회의 인준까지 받아야 할 것들이 적지 않기에 그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일부 공약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정치 공약을 정리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집권 초기, ‘개헌 블랙홀’에 힘 빠질 수도…
-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후 민주당과 합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 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청와대를 위시한 정치·권력구조 개편에 집권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정치·권력기관 개편의 핵심은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비대해진 검찰의 힘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청사 이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국가정보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전면 개편 등이다.

집무실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문 대통령은 우선 대통령 특권 내려놓기부터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공약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고, 대통령의 24시간을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도 바꾼다. ‘인사 추천 실명제’를 시행해 ‘깜깜이 인사’를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집무실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경복궁과 광화문, 서촌, 북촌, 종묘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의 거리’로 돌려놓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재구성하게 된다.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한 후 청와대는 박물관이나 기념관 형태로 국민에게 개방된다. 이 계획은 올해 중 수립하고 2018년 예산에 반영해 2019년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해서는 경호와 교통 문제 등의 선결 과제가 산제해 있어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인준 동의 절차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 전담 부처 신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의 비리 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 수사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로 했다.

현재 검찰만이 행사하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보유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검찰 개혁의 주체인 검찰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는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지방행정과 연계되는 치안행정 지방분권,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등을 약속했다.

국가 경찰은 전국적 치안 수요에 대응하고, 자치 경찰은 지역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재편한다.

국정원 역할 대폭 축소…
보수층 강한 반발 예상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이 있었던 국가정보원의 역할은 대폭 축소된다. 우선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이에 따라 기관명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위상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범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최근 북한이 핵실험 강행 의지를 내비치면서 국민들이 ‘안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기에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폐지한다는 공약이 과연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등을 보더라도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를 강행한다면 보수층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은 60%에 달하는 다른 유권자들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이번 대선에 ‘안보’를 강조하며 안철수 후보를 낸 점도 문 대통령의 ‘안보 좌클릭’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보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공약의 재검토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문 대통령 공약 중엔 국회를 거쳐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은데 민주당의 의석수는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120석이다. 국민의당, 정의당과 손을 잡아도 국회  선진화법상 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위한 요건 180석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공약의 관철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그토록 강조했던 ‘통합과 협치’로 가고자 한다면 공약의 구조조정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대선 참패로 인해 설 곳을 잃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 후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첫 인선으로 이낙연 총리가 내정됐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인사 청문회와 국회 인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임명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개헌 블랙홀’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난관이다. 이번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논의는 이미 무르익었다. 집권 초기 개헌 이슈가 불거지면 ‘개헌’이 다른 의제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 집권 1년 차에 개헌론이 불붙기 시작하면 새 정보의 개혁 동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