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여건 갖추면 문제없어 VS 청소년에 그릇된 성문화 전할까 우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문제’라지만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지기도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결혼의 계절 봄인 만큼 연예계에는 수많은 화촉 소식들이 전해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연예인 커플들이 부부의 연을 이으며 기쁨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혼전임신을 극구 부인했던 말이 거짓으로 들통나면서 축하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양새를 보인 연예인이 있는 한편 ‘혼전임신’과 ‘동거’에 쿨한 태도를 보이는 연예인들의 자세에 연예계 및 젊은 층 사이 자리 잡은 실속화된 결혼 풍속이 이목을 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독 연예인 부부의 결혼 소식으로 연예계가 화창했다. 5월 예식을 앞둔 주상욱‧차예련 커플을 비롯해 앞선 4월에는 배우 윤진서가 결혼했고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과 후배 아나운서인 김소영의 결혼식으로 분주했다. 더불어 배우 류수영‧박하선도 2년의 열애 끝에 지난 1월 말 화촉을 밝혔다. 현재 두 사람은 임신 3개월 차로 달달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소연‧이상우 부부, 배우 윤소이‧조성윤 부부 등 혼기가 꽉 찬 배우들의 결혼 소식이 넘쳐났다.

그런데 모두에게 축하받는 결혼 소식으로 화창할 법한 연예계에 의미심장한 먹구름이 꼈다. 바로 최근 결혼을 앞둔 다수의 연예인 부부가 결혼 전 ‘동거’나 임신 후 결혼을 진행하는 이른바 ‘속도위반’ 등의 절차를 마치 당연한 듯 밟고 있기 때문.

지난 10일 득남한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은 같은 달 1월 무려 18세 연하의 요가강사와 재혼했다. 두 사람은 당시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임신 5개월에 접어들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월 종영한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연기한 부부의 연을 실제로 이어온 이동건‧조윤희 커플도 발 빠른 결혼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이들은 이미 법적 부부관계임을 밝히고 임신 2개월이라는 소식까지 전하며 초고속 부부에 등극했다.

또 지난 2월 연예계 첫 ‘아이돌 부부’가 된 H.O.T 출신 문희준과 걸그룹 ‘크레용팝’의 소율도 열애 사실 없이 단숨에 결혼 소식을 발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혼전임신’에 대처하는 연예인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우선 자연스럽게 조금 빨리(?) 찾아온 2세에 대한 겹경사를 알리는 부부도 있는 반면 개월 수를 교묘히 줄이거나 절대 혼전임신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태도가 상반된 이유는 바로 ‘혼전임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때문이다.

특히 결혼 3개월 만인 5월에 출산이 임박했음을 밝히며 뒤늦게 혼전임신 사실을 밝힌 문희준‧소율 부부는 싸늘한 대중의 시선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앞서 소율의 공황장애 진단을 두고 혼전임신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문희준 측은 혼전임신을 극구 부인했기 때문에 비판은 더 거센 상태다.

반면 쿨하게 바뀐 결혼 풍속을 보여주는 부부도 있다. 2년 열애 끝에 오는 22일 식을 올리는 배우 윤소이·조성윤 예비부부는 방송에서 혼전 동거 사실을 밝혔다.

윤소이는 지난 7일 방송된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결혼 전 ‘동거’ 중임을 허심탄회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날 혹독한 신부수업을 치르는 콘셉트의 몰래카메라에서 ‘결혼 전 임신해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만삭의 임산부의 고민에 윤소이는 “요즘 순서가 어디 있냐, 나도 결혼 전 살림부터 합쳤다”라며 “다른 사람 잣대를 해석하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임산부를 위로했다.

방송이 나간 후 ‘혼전 동거’를 두고 일각에서 사생활에 관련된 예민한 부분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윤소이는 개인 SNS에 “공짜로 쿠킹클래스 배우는 줄 알고 나갔다가 홀딱 털리고 왔습니다. 소중한 추억 고맙습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으로 논란을 종식시켰다. 윤소이와 조성윤의 소속사 제이에스픽쳐스는 “두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예계에서는 ‘동거’와 ‘혼전임신’에 대해 다소 개방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젊은 세대의 연애, 결혼관과도 부합한다.

드라마는 시대의 거울이란 말처럼 지난 7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20회에서도 이유리(변혜영 역)와 류수영(차정환 역)을 통해 혼전동거 문제를, 그리고 민진웅(변준영 역)과 이미도(김유주 역)의 러브라인에서는 혼전임신을 소재로 다루며 취업 준비생과 연애할 시간도 내기 바쁜 30대의 연애‧동거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극중 이유리가 동거에 대해 “동거가 왜 나빠요?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거를 해요. 결혼 전에 미리 맞춰보려고 동거하는 커플도 있지만 그저 좋아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아요”라며 엄마 나영실을 설득했다. 이어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엄마 아빠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달라요.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데 그걸 왜 인정하지 않으시고 제가 무조건 틀렸다 잘못했다 윽박만 지르시냐고요”라며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결국 ‘세대의 싸움’으로 번진 동거 문제에 변혜영은 “엄마와 나는 다른 것이지, 내가 틀린 게 아니다”고 말했다. 나영실은 그저 주장을 굽히지 않는 딸이 답답하다. 드라마 속 대사는 스몰웨딩이나 ‘동거’와 ‘혼전임신’ 등은 형식보다 현실적이고 실속을 중요시 여기기 시작한 현 세대의 결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물론 혼전임신이나 동거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비치는 면이 많은 연예인들의 혼전임신은 마치 결혼 전 임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로 오해받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 관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나온다.

나아가 이 같은 연예인들의 ‘결혼 신(新) 풍속’은 결국 취업난과 야근, 주거문제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의 자화상이라는 씁쓸한 기분을 지우긴 어려워 보인다. 무 자르듯이 판단할 수 없는 사회적인 시선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사진=뉴시스 , KBS 제공>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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