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쓴맛 본 후 安 -‘자연인’ 劉 -‘당 추스르기’ 沈 -‘진보 지분 끌기’

<사진=정대웅 기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5월 9일 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정치판의 변화가 기대된다. 그 중심에는 낙선자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이 있다. 이들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까. 의원직을 사퇴한 안 전 대선후보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는 입장이다. 유 전 대선후보와 심 전 대선후보는 당장 선거비용이 부담이다. 일요서울은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전 후보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문재인 대항마 바랐던 안철수···국민의당 지도부 총사퇴 의결까지
유승민···‘개혁보수의 길’ 모색, 심상정···미니 정당 한계 극복 골몰


안철수 전 후보는 제19대 대선에서 21.4%, 699만8342표를 받으며 3위에 그쳤다. 예상외의 저조한 득표율이다. 지난달 초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각광을 받았으나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선후보에게까지 역전을 당하며 3위에 머물렀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12일, 대선에서 자신의 강경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놨다. 대선이 끝난 지금 그는 국회와 당에서 직함이 없다. 이제는 평당원이자 자연인 신분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박지원 대표의 지도부 총사퇴 제안으로 내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0가지 패인을 얘기하지만 모든 책임을 제가 다 지겠다”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모습의 당으로 거듭나자고 제안한다”고 발언했다.

박 대표는 지난 9일 대선 패배 직후 안 전 후보에게 먼저 사의를 밝혔으며 안 전 후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에 의결했으며 주승용 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이 밖에 안 후보는 지난 10일 해단식에서 “저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패배 경험을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거취를 말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분간 재충전 시간 갖겠다”며 정계 은퇴에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이날 ‘국내에 있을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럼요”라고 답해 국내에서 정치 활동을 하며 머물 것임을 시사했다.
 
난파 직전의 바른정당
추스르기 난항

 
대선 개표 결과 6.8%로 국민들에게 220만8771표를 받은 유승민 전 후보는 4위에 머물렀다. 지난 9일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되자 여의도 당사를 찾아 “이제 모두 다시 하나가 돼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전 후보에게 큰 표차로 뒤졌지만 심상정 전 후보보다는 우위를 유지한 채 대선을 마무리했다. 그의 지지율은 ‘개혁 보수’의 이미지와 관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두 자릿수 목표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정계에서는 유 전 후보의 득표율에 ‘의미 있는 선전’이라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당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현재 정병국 전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자리가 공석이다. 게다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은 대선 막판 대거 탈당해 홍 전 후보를 지지했다. 두 자릿수 득표율 획득에 실패함으로써 선거 자금을 보전받지 못하게 돼 재정 부담이 커졌다.

비록 탈당 행렬이 멈춰 원내 교섭단체 자격은 유지하고 있으나 대선 패배로 인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유 전 후보 입장에서는 난국 타계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약 기회 잡은 정의당
몸집 키우기 ‘시동’

 
심상정 전 후보는 대선에서 6.2%의 득표율, 201만7458표를 받으며 5위로 대선 레이스를 마감했다.

당초 심 전 후보는 6차례나 이어진 TV토론에서 의외의 언변 능력과 선전을 보이며 진보 정치노선당 후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리지 않겠냐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원내 6석 ‘미니정당’으로 정의당의 한계는 5위였다.

하지만 다른 거대 정당 후보와 우열을 겨루며 대선을 완주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많다. 심 전 후보는 TV토론 등에서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진보정당의 가치와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는 평가가 크다.

그의 활약에 진보 진영에 거부감이 있는 보수 진영의 일부에서조차 심 전 후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여론의 긍정적 평가는 심 전 후보의 막판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록 두 자릿수 득표율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대선 진보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3.9%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과거 권 전 후보의 득표율에 두 배에 달하는 득표율을 달성한 심 전 후보는 ‘진보’에 대한 명확한 지분을 갖게 됐다.

이제 심 전 후보는 명실공히 국내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함께 향후 국내 정치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 많다.

당장 선거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심 전 후보의 제19대 대선 도전이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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