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복장 입고 안내·주문 받는 다방 종업원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각종 음식·향신료 냄새가 가득하다. 한국에 위치한 지역이지만 세계 각국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조금만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외국인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글 간판 보다 외국어 간판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거리. 이곳은 바로 지난 2009년 2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경기도 ‘안산 다문화거리’다. 이처럼 겉보기에 활기를 띠는 거리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다문화거리가 성매매 거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돈 지도 4년째다. 지난 2013년에는 안산시가 특별점검을 실시했지만 바뀐 게 없다. 일요서울은 안산 다문화거리 곳곳에 있는 다방과 노래방 등에서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봤다.

“다방에서 티켓 끊고 (성행위) 하는 거 다 아는 것 아니냐”
거리 중심·인근에 어린이도서관, 경로당, 초등학교 있어


경기도 안산시는 서울 ‘이태원’ 만큼이나 외국인이 많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안산 지역은 공단과 도시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주 거주지였다. 지하철 4호선 안산역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방을 얻을 수 있는 다세대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곡동 일대의 주택단지는 인근 반월공업단지와 시화공업단지가 가까워 맞벌이 젊은 부부들을 위한 각종 시설(비영리 탁아소, 노동상담소 등)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지역 주민들 중엔 노동 활동가들과 자원 활동가들이 많았으며 전국 각지의 이주민들이 입주해 절반 이상이 외지인이었다. 또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이주민들도 주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구촌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양상이 형성됐다.
 
다문화마을특구
안산 외국인 40% 이상 거주

 
안산시에는 2016년 10월 기준으로 결혼이민자를 포함해 92개국에서 온 7만7050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시 전체 인구 76만9000여명의 10%가 넘는 수치다.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거리의 모습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안산역과 주변 주거 지역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상점들이 외국인 이주민 대상으로 변신을 했다. 각종 식당, 술집, 노래방 등 시설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간판으로 바뀌었으며 영어, 중국어는 기본이고 필리핀, 아랍어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외국인 40%가 살고 있는 원곡본동 일대가 지난 2009년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됐다. 이어 안산시는 세금 200억 원을 들여 다문화거리를 조성했다. 외국인 주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특성을 살려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다방, ‘아가씨 구함’
어떤 의미?

 
기자는 지난 10~11일 이틀에 거쳐 안산 다문화거리를 방문했다. 안산역 1번 출구로 빠져나와 안산역 사거리 인근 중앙대로를 지하터널을 통해 건너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에는 각종 음식과 물품 등을 파는 상인들과 상점들이 빼곡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외국인, 고시원, 환전소, 외국어로 적힌 상점들이 즐비했으며 낯선 음식 냄새도 그윽하게 퍼지고 있었다.

낮에 보는 다문화거리는 너나할 것 없이 활기찬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서자 문제로 떠오른 다방, 노래방 등 유흥업소들이 나타났다. ‘노래빠’ ‘노래방’ ‘호프빠’ ‘다방’ ‘커피숍’ 등 명칭도 다양했다.

특히 일부 다방들은 선정적인 복장을 하고 있는 여성의 그림을 간판으로 내걸거나 입구 등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지상에 있는 일부 다방에서는 창문에 ‘선팅’을 짙게 해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대다수의 다방은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었다. 길이 400m 거리에 다방만 20개가 넘는다.

간판 자체에 ‘여성종업원 구함’이라는 글귀를 삽입하거나 ‘아가씨 구함. 나이제한 없음. 경력무관’ 등의 문구를 입구 등에 써 놓았다. 이 밖에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부착물을 게시해놓은 곳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커피 등 음료를 팔며 카페 역할을 하던 다방에서 ‘여종업원’과 ‘아가씨’를 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지난 4일 SBS TV는 안산 다문화거리의 수십 곳 다방 가운데 여러 다방들을 방문해 이들의 ‘낮 뜨거운’ 성매매 제안을 폭로했다.

그들이 보도한 화면에서는 다방 내 종업원들이 “1시간 13만 원, 카페 밖에 은행 있다” “아가씨 필요해? 우리 가게 한국말 다 잘해요. 13만 원” 등의 은밀한 제안을 하는 모습이 낱낱이 공개됐다.

실제 기자는 이를 토대로 다문화거리에 있는 일부 다방에 방문했으나 형형색색의 간판 불이 켜지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성매매 제안을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여성들이 주를 이뤘으며 대부분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었다. 또 이들은 선정적인 복장을 하고 안내를 하며 주문을 받았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고 논란의 대상이 될 만했다.

기자는 사실 확인차 방문했던 다방 근처 술집에 있던 A씨를 만났다. 그는 “(일부) 다방에서 티켓(성매매) 끊고 (성행위) 하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것 아니냐. 가격은 대부분 10~15만 원 정도 선이며 이 근방에서 몰래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원곡동 다문화특구 소재의 다방, 노래방 등에 대한 ‘성매매’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해왔다. 또 해당 구청에서는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이 지역의 불법 성매매 영업이 근절될 때까지 관련 부서, 단원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시민방범대 등 민관이 함께 지속적인 지도점검·단속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퇴폐 업소들의 성매매 영업은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는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다방이 있는 거리 중심에 ‘어린이도서관’과 ‘경로당’이 있다는 점이다. 외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초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인근에도 다방이 위치해 있었다.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 B씨를 만나 의견을 물었다. 그는 “다문화거리로 인해 관광차 안산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이 늘어났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맛집’이다 뭐다 해서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다방 성매매에 관련한 보도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이 근방에 살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부모 입장으로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나는 아이들을 이곳(다문화거리)에 잘 내보내지 않는다. 그런(성매매 알선)일을 포함해 무분별하게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외국인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라며 변질된 다문화거리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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