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허가 없이 재단 자금 사용하고 주식까지 사들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이 한국교육진흥재단 이사장 A씨 비리혐의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A씨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됐다.
 
재단 관리 허술한 점 노려 불법행위, 결국 재단 재산 손실
감사 기준 어겨도 강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 점 문제

 
2001년 설립된 한국교육진흥재단은 교육부 소관 비영리법인이다. 비영리법인이다 보니 정기적인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발에 나선 것은 비정기적인 감사 도중 각종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초중등학교 영어 교육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살아있는 외국어 소통능력의 개발 및 평가 연구, 초중등학교 영어교사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교육 및 지원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주무관청 모르게
재단 재산 마음대로

 
서울시교육청 조사결과 한국교육진흥재단 이사장 A씨가 지난 2005년 8월경 주무관청인 시교육청 허가 없이 재단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A씨가 약 7억4455만 원을 자신이 설립한 B사에 대여하는 수법으로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

A씨의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재단 재산으로 자산가치가 불안정한 C사의 비상장 주식 20만 주(10억 원 상당)를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자산가치가 불안정한 만큼 교육청은 A씨가 재단에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A씨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한국교육진흥재단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재단은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법인들
외부 회계감사 잘 안 돼

 
재단은 학술·자선·사교 등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다. 그 목적은 대부분 공익을 위한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단 비리가 상당히 많다. 그만큼 관리가 허술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탄핵 정국으로 몰아넣었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도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에서 비롯됐다.

재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인을 알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법인은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으로 나뉜다. 이익을 추구하면 영리법인 그렇지 않으면 비영리법인이다. 영리법인은 등기신청을 해야 하지만 주무관청의 허가는 필요없다. 일반적인 회사가 영리법인이다.

비영리법인은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으로 나뉜다. 사단법인은 사람들이 일정한 목적을 갖고 만든다. 법인 등기와 주무관청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사단법인을 만들 때 구성원은 필수다. 총회 결의로 정관 등을 바꿀 수 있다. 재향군인회가 대표적인 사단법인이다.

재단법인은 이익 추구보다 공익 목적이 강하다. 그런 만큼 재산이 있어야 한다. 재단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한 목적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사단법인과 달리 재단법인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재단법인의 의사결정은 정관에 따른다. 천안함재단이 대표적인 재단법인이다. 한국교육진흥재단도 재단법인에 속한다. 그런데 이 재단의 재산을 주무관청의 허락없이 이사장 A씨가 마음대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재단은 사업 연도가 끝나면 3개월 이내에 세무서에 결산 서류와 출연재산에 대한 자료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공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외부 회계감사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 기준을 어겼을 경우 강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다. 재단에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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