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국민통합 상충 아닌 함께할 과제”

-오랜 정치 경력과 옅은 정치색, 도정 경험 여소야대 파고 넘을 카드로 낙점
-도지사 공석·아들 병역 의혹·상속재산 고의 누락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를 총리에 지명하며 문재인 정부의 탕평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호남 출신을 첫 총리로 임명하겠다”, “염두에 두고 있는 비영남권 인사가 있다”고 수차례 밝힌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라는 평가다. 다만 선대위 주변의 후보 명단에 이름이 없었던 인물인 만큼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이 지사 카드가 적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 지사는 지난 11일 오전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사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은 채 도정의 수행을 중단하는 것이 옳으냐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며 “새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데 동참하라는 국가의 명령을 외면할 수 없다. 약속드린 임기를 마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 안보외교 위기를 타개하면서 당당한 평화국가로 발전하고 대내적으로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균형 국가를 세워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은 일자리를 늘려 많은 국민께 제공하는 등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면서 사회 곳곳의 불평등 불공정을 시정해 가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또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려면 정치권을 포함한 국민의 통합된 힘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런 과업을 수행해 가는데 저의 미력이나마 바치고자 한다”면서 “전남지사로 일한 2년 11개월은 전남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확인한 행복한 기간이었고 지방과 민생의 어려움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 그것을 해결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운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변함없이 전남을 사랑하고 돕겠다. 늘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는 총리, 특히 서민의 사랑을 받는 총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지사는 서민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총리 공관이 자리한 삼청동과 인사동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의 떼며 “파격적으로 서민께 가까이 가는 그런 방식으로 소통을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탕평과 협치의
아이콘 주목

이 같은 이 후보자의 의지는 그간 전남지사로 재직하면서 이뤄온 ‘막걸리 소통’을 국민들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그는 “있는 그대로 야당께 협력을 구하고 야당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접점을 늘려가면서 노력을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를 전해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이처럼 이 지사는 퇴임식을 통해 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 첫발을 내디뎠다. 더욱이 일각에서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내놓은 만큼 예상되지 않은 카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인수위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에 돌입하게 되면서 국민통합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심화된 국론 분열 상황, 여소야대인 국회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명동의안을 가결하려면 국회 재적의원(299명)의 과반인 150석이 필요한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20석에 불과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협조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기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당시 4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던 만큼 정치적·현실적 고민 끝에 친국회 성향의 이 후보자가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또 도정을 이끌면서 쌓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국정 전반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후보자가 전남도지사 출마 당시 내세운 일명 ‘100원 택시’ 사업 공약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점도 눈에 띈다.

‘100원 택시’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부르면 100원에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운행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전남도내 시·군 246개 마을에서 39만 명이 이용한 바 있다.

온건·합리적
평가에 낙점


 
이와 더불어 이 후보자는 야당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인사로 평가된다. 또 국민통합 정권을 선언한 만큼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치우친 인사에 부담을 느낀 것도 한몫했다.

이 후보자는 여당 내에서도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동아일보 21년간 언론인 경력에 4선 의원을 거쳐 전남지사에 오를 때까지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과 두루 두터운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초선 시절에는 두 차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2002년 대선 당시 선대위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을 거치며 ‘5선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여기에 이 후보자는 호남 정치 기반 정당 대변인을 맡으면서도 비호남권 언론인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한 ‘지역 통합 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두고 21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몸에 밴 ‘균형감각’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 의원들과도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권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에 이 후보자를 두고 야당 측에서도 특별한 반대 기류를 보이지 않고 있어 큼 흠결이 없는 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인사 청문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도 하셨고 전남지사를 역임하고 성격도 차분하고 정무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많은 자산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단 당 재정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기반의 당색을 고려할 때 이 후보자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얘기다.

바른정당 역시 이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한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열과 갈등을 청산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 선거 후폭풍,
최대변수


 
다만 총리 임명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질지에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16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자유한국당은 복잡한 당내 갈등 상황 에 놓여 있어 다음달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기까지 당권 경쟁으로 인해 총리 인준에 집중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당 역시 지도부 총사퇴 후폭풍을 겪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이 후보자가 무난히 총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적극해명이 필요하다. 우선 아들병역 의혹이 제기돼 충분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2001년 8월 병무청 병역 검사에서 ‘3급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고 다음해 3월 입대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입대 직전인 2002년 2월 어깨 탈골 치료를 위해 입대 연기 신청 뒤 수술을 받았고 이후 2002년 3월 재검 때 ‘7급 재신체검사 대상’이 되었다가, 같은해 4월과 5월 어깨 탈골 증상으로 군 면제 등급인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아들을 군에 보내려고 병무청장에게 탄원서도 썼지만 안된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충리실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제출했던 탄원서와 병무청에서 받은 답변서를 공개했다. 다만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는 청문회에서 충분한 소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후보자가 상속 재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시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후보자는 “재산신고 고의 누락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각종 주의 조치를 주도록 돼 있는데 그런 전력이 없다. 향후 등기부등분 등 자료 확인이 되는대로 해명할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의 불씨가 남았다.

이와 함께 당장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 자리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 후보자의 사퇴로 약 1년여간 도정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이 후보자가 전남도지사 출신이어서 전라도의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도지사와 권한대행의 차이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 후보자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공직자가 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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