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운동권 출신 특유의 가벼움 드러났나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스킨십’ 장면이 연출돼 최근 화제가 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광화문 축하무대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올라 문 대통령에게 기습 뽀뽀를 한 것이다. 이 장면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 유력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 주목을 끌었다. 안 지사가 ‘월드스타’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소 경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안 지사의 볼이 상기돼 있는 등 술을 마신 듯 보여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2000년 당시 ‘DJ 큰절 사건’으로 입방아에 오른 뒤 결국 정치권을 은퇴한 허인회 씨(55) 상황과 오버랩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통령 당선 축하무대에 음주한 듯한 모습으로 출현해 ‘돌발행동’
‘DJ 큰절 사건’ 오버랩…‘애교쟁이의 넉넉함·브로맨스’ 우호 여론 우세

 
“와~” 갑자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무대에 오른 안 지사가 문 대통령에 볼 키스를 하자 시민들은 환호와 놀라움을 동시에 표출했다. 이날 늦게 도착한 안 지사는 무대에 올라 문 대통령과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은 뒤 기습 축하 뽀뽀를 했다. 이후 상기된 표정과 다소 혀가 꼬인 말투로 연설을 해 ‘음주 연설’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러한 장면은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도 주목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1면에 안 지사의 볼 뽀뽀 사진을 내걸었다. 영국의 대표적 통신사 로이터 통신과 보수적 성향의 세계적 경제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며 축하뽀뽀 장면을 실었고, 이는 세계 각국으로 퍼졌다. 안 지사를 두고 ‘국제적 스타가 됐다’, ‘충남지사가 아니라 충남주사(酒邪)다’라는 유머성 말들이 오갔다.
 
가벼운 행동 부적절 지적
 
하지만 모두 그 장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건 아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뽀뽀 장면에 대해 가벼운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개적인 대통령 당선 축하무대에 술에 취한 듯한 모습의 일련의 언행들은 부적절하는 것이다. 특히 운동권 세대의 특유의 가벼움이 드러났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안 지사는 대표적인 386운동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3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언행은 종종 입방아에 오른다. 대표적 386운동권 정치인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경쟁했던 후보에게 은퇴하라는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송 의원은 지난 9일 오마이TV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정계 은퇴해야 하지 않겠나”면서 “의원직도 사표를 냈고 3등으로 졌는데 더 이상 정치를 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본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후 송 의원은 논란이 되자 SNS와 라디오 출연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386세대의 대표적 인물로 꼽혔던 허인회 씨는 ‘DJ 큰절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허 씨가 2000년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 청와대 초청으로 간 오찬 자리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갑자기 바닥에 업드려 넙죽 큰절을 올린 것이다. 마치 왕정시대의 왕과 신하를 보듯 땅에 넙죽 엎드린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와 장소를 못 가렸다는 안팎의 비판이 빗발쳤다.
 
물론 이러한 모습에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아버지보다 연배가 위인 어른인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을 예쁘게 봐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비판하는 측에선 ‘권력자인 대통령 앞에서 너무 아부하는 태도 아니냐’는 의견이 맞섰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큰절하는 사진이 신문에 보도된 후, ‘출마를 포기하라’, ‘기득권에 투쟁하던 386 민주투사가 기득권 세력에 쉽게 영합했다’, ‘한국정치의 악습인 권위에 대한 맹목적 복종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등 충고와 비판이 잇따랐고, 이후 선거 운동할 때도 공격의 빌미가 돼 줄곧 시달렸다.
 
허 씨는 이후 국회의원직에 몇 차례 더 도전했지만 ‘큰절 사건’으로 인한 영향으로 급격히 이미지가 나빠진 탓에 끝내 실패, 2005년 정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술에 취한 듯한 안 지사의 돌발행동을 놓고 비판적 여론이 감지된다. ‘혀까지 꼬여갖고 추태 부린다, 술 좀 적당히 먹어라’ 등 누리꾼들의 의견에서부터 ‘가벼운 처신이었다, 제2의 허인회 되는 거 아니냐’는 일부 정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허 씨가 최고 권력에 봉건적 접근으로 머리를 조아렸다면, 안 지사는 충동적이고 가벼운 방식으로 최고 권력을 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론은 긍정적 ‘월등’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여론은 월등히 우호적인 모습이다. 국내 언론이 이와 관련해 보도한 기사의 댓글이나 유투브 영상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브로맨스의 극치다’, ‘애교쟁이 안 지사, 이런 따뜻한 장면에 감사하다’, ‘기쁨을 만끽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는 모습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안 지사는 기습뽀뽀 이튿날인 10일 자신의 SNS에 해당 동영상을 공유하며 “이불킥...ㅎㅎ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운 아침입니다. 모든 분들께 ‘함께 가자’고 말합시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민주주의!”라고 올렸다. ‘이불킥’은 이불 속에서 부끄러운 장면이나 생각이 떠올라 이불을 차고 일어난다는 젊은 층 은어다.
 
11일 안 지사는 축하뽀뽀 장면이 세간의 화제가 된 데 대해 “재미있었으니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충남주사’라는 별명을 두고는 “도정에서 행정을 이끄는 분들도 ‘주사(主事)’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잘 이끄는 사람이라고 해석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일 술을 마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외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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